Travel/(2022) 미국 - 시카고, 뉴욕 등

미국여행 Day 16.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뮤지컬 '더 북 오브 모르몬')

eunryeong 2023. 1. 13. 18:37
Day 16 (2022. 7. 7.)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뮤지컬 '더 북 오브 모르몬'

 

    오늘 후기는 아침밥부터 시작. 전날 갔었던 북창동순두부에서 제육김치 남은 것을 포장해왔기에, 밖으로 나가기 전에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려고 루프탑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아침 일찍 올라간 루프탑은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한데다 뉴욕 거리가 눈에 들어와서 매우 좋았음. 반찬이 아주 부실해보이는군요. 그치만 자취하는 사람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정도 반찬이면 훌륭한 한끼 식사죠 넵.

 

 

    오늘 일정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으로 시작. 큰 미술관이랑 박물관을 가는 날은 하루 일정을 거의 다 비워두는 편인데, 그렇게 봐도 다 못본다. 취향이 마이너해서 주요 작품들만 보고 가는 그런 관람을 할 수 없는데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십분 이십분정도(그 이상은 못함...)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아서 아예 여유롭게 잡는게 마음에 편하다. 고로 미술관 입장 역시 오픈시각에 거의 맞춰서 들어갔다는 것! 미리 예매를 하고 왔는데, 입장줄이 길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 물론 유명 미술관이기에 내부는 굉장히 붐빕니다.    요기 미술관 앞 계단이 또 사진스팟으로 유명하지만, 제 사진을 찍는 데 크게 관심이 없는 터라 인증샷만 하나 찍고 입장. 야부시타 슈 양이 계단 앞에서 찍었던 사진을 올려주었던 것도 생각나긴 했지만, 나는 슈가 아니니까... 라며 쿨하게 입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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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처음 방문하는 장소일듯한 이집트 관. 그 먼데서 뭐 이리 많은걸 가져왔나 싶을 정도로 방대한 소장목록을 자랑합니다. 조각상, 부조, 미라 등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신전 하나가 통채로 미술관 안에 전시되어 있을 정도이니 원. 미국의 주요 도시 미술관들 다녀보면서 와 미라가 이렇게 많이 건너와있어? 싶을 정도였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좀 씁쓸한 기분이지 않을까. 그치만 소장품이 이렇게 많아서 좋은점도 당연히 있었는데, 미라가 안치된 관의 내부 디자인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것이 인상깊었다. 특별전이 아니지만 특별전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시카고에 이어 뉴욕에서도 느끼는 거지만, 호루스 너무 귀여움. 그렇지 않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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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폴리탄에 가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 뮤지컬 아이다에 나올법한 이집트 석관 찾기. 오페라와 달리, 뮤지컬은 20세기 메트로폴리탄의 이집트 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남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여왕 석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집트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연인이 뉴욕에서 환생하여 서로를 알아본다는(이건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만 나는 서로를 알아본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야기. 그래서 꼭! 석관을 찾아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다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었다.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뮤지컬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석관은 당연히 없었다. 하긴 그 넓고 네모난 석관을 단 두 사람 매장하는 데 쓰는건 자원낭비지. 대신 석관을 하나 찾긴 했는데, 재밌는게 이 석관이 전시된 장소 바로 옆에 의상들이 하얀 큐브에 담겨, 그것도 2단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 아이다의 수트송 장면이 바로 떠오르지 않습니까? 라다메스와 아이다가 환생해서 이 앞에서 만났으려나. 하는 혼자만의 믿음을 가져봅니다.

 

 

    본격적으로 미술작품들이 전시된 곳으로. 아메리카 관을 둘러보면서 존 싱어 서전트의 마담 X의 초상(Madame X)을 본 후, 엘리자베스 콜롬바의 아멜르(Armelle)라는 작품을 보고 아 이거 마담X랑 비슷하네 하고 안내판을 봤는데 역시 거기에서 영감을 얻은게 맞더라. 한참을 바라보면서 피사체를 백인에서 흑인 여성으로 바꾼 것에 대한 의미, 의상과 바닥의 흑백 교차, 여인의 손에 들려있는 하얀 장미, 벽에 걸린 아프리카 원주민을 담아낸듯한 그림 등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미술관 직원 한 분이 다가와서 말을 거셨다. 이 그림 마음에 드시냐며 마담X 초상도 한번 보시라고 해서 아 그 그림도 보고 왔다, 좋아하는 그림이다 하고 이야기하며 몇 마디 나눔. 미술이나 예술쪽에 종사하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미술 애호가라고 했더니 작품 보는게 뭔가 예술쪽에서 일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 하시고 ㅋㅋㅋ(근데 미술관에서 이런 얘기를 종종 듣는데 약간 미술관 영업멘트인가?) 직원분이 이 그림 사겠냐고 해서 ㅋㅋㅋ 돈이 없다고... 죄송하다고... 그러고...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카라바조인데, 601번 전시관(와 아직도 이게 기억나네 ㅋㅋㅋ)에 있는 그림 추천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꼭 찾아보겠다고 했음. 생각해보니 이 부근이 관람객이 별로 안보이는 굉장히 조용한 전시관이었는데, 직원분도 좀 심심하셨던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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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찾아온 601번 전시관.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 카라바조의 작품을 영접했고, 오... 그렇군... 하는 인상을 받고... 아마 당시에는 저런 강렬한 대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겠지만 2022년의 내겐 오래된 그림 정도의 감상만 느껴질 뿐... 암튼 인상주의 이전 시대의 작품들이 잔뜩 걸려있는 긴 회랑같은 전시관을 지나다니면서 이런 저런 작품들을 보았다. 워낙에 많은 그림을 한 번에 보다보니 새로 눈에 띄는 작품들 보다는 이미 익숙한 작품들이 좀 더 반갑게 다가왔는데, 이번 타겟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그림. 근데 이 글 쓸때까지도 이 작품(아래 2번째 그림)이 등불 앞의 막달레나(The Magdalen with the Smoking Flame)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회개하는 막달레나(The Penitent Magdalen) 였다. 너무 비슷해서 헷갈렸지 뭐야...라고 변명해본다. 암튼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작품을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역시나 신나는 일!

    그리고 다른 재밌는 작품 하나...가 아니고 두개 더. 세번째와 네번째 사진을 보면 같은 장소와 구성인데 조금씩 다른 내용물이 그려진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세번째 사진은 고대 로마(Ancient Rome), 네번째 사진은 현대 로마(Modern Rome)라는 제목의 그림인데 잘 보면 각 그림 속에 다양한 그림과 조각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고대 로마 그림을 보고, 아니 누가 봐도 근세 유럽의 복식과 건축양식, 미술작품 전시양식이구만...? 싶었다가 현대 로마 작품까지 보고서야 아! 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재밌는게, 이 두 그림을 바로 이어서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전시관 벽의 양 쪽 끝에 이 작품을 배열해놓아서 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아, 어쩌면 나만 그랬을수도...

    그 외에도 미술관 면적의 반절 가량을 샅샅이 훑어가며 다니느라 거의 폐장시간이 다 되어서야 나왔다. 당연히 이거 말고도 본 것이 많지만 미술관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여행기에서는 간단히... 아 언제 미술관에 대해 후기를 다 남길 수 있을까? 진짜 너무 밀린게 많다 흑흑... (갑작스러운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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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 탈출 후, 저녁에 볼 뮤지컬 공연 티켓을 예매하러 타임스퀘어 TKTS에 방문했다. 각 요일별로 오픈시각은 다르지만 오전 11시 혹은 오후 3시경에 매표소가 문을 여는데, 특정 공연을 봐야지 하는 마음은 없었던지라 그냥 미술관 관람 끝내고 내 일정에 맞춰 찾아갔다. 참고로 TKTS 앱을 설치하면 각 날짜별 오픈시간도 확인할 수 있고, 그날 표를 구할 수 있는 공연에 대한 정보와 할인율도 쉽게 알 수 있다. 여행가기 전부터 미리 앱을 깔아두고 내가 볼 공연이 TKTS 할인티켓으로 자주 나오는지 미리 확인하고 가면 여행 일정을 잡는 데 조금 더 편할듯? 참고로 내가 노렸던 공연은 식스, 하데스타운,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더 북 오브 모르몬 요렇게였고, 이 날은 일단 한국에 절대 들어오지 않을듯한 모르몬 성경의 티켓을 샀다.

    공연티켓 구매를 무사히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이동. 식당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베트남식? 중국식? 식당에서 완탕면을 먹었던 것 같아. 맛은 완탕면 맛. 이마트에서 파는 완탕면 딱 그 맛. 맛있다. 특별한 맛인지는 모르겠다. 그치만 미국 여행하면서 얼큰한 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위로가 된다.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뮤지컬의 본고장(웨스트엔드가 좀 섭섭해하겠지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관람했다. 더 북 오브 모르몬은 뮤지컬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작품이었다. 사우스파크 제작진이 만든 똘끼 충만한 뮤지컬. 사우스파크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진짜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은 사람들인데 심지어 종교를 소재로 코미디 뮤지컬을 만들다니. 이들이 만든 작품이 얼마나 신성모독스러울지 너무 기대가 되지 않는가!

    다만 가장 큰 난관이 이 작품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였는데, 종교극은 한국어 극이라도 그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데 심지어 이 극은 모르몬교를 다루고 있다. Elder, 장로라는 직책이 모르몬교에서는 연장자 여부와 상관없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주어지는 호칭이라는 것부터가 내가 알던 종교적 상식과 거리가 있었다. 거기다가 온갖 패러디가 난무하는데다가 운율을 맞추느라 대화의 일부분이 생략되기도 하는 노래가사를 내 영어실력으로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울 듯 해서... 공연 보러가기 전에 나무위키 보고 열심히 예습했다. 아니 근데 진짜 그 방법밖에는 없었는걸...

    암튼 그렇게 열심히 예습해서 관람한 뮤지컬은, 와 브라보! 사우스파크스러운 개그코드도 많았지만(특히 핫사디가이보와이나 반군 지도자 이름...) 또 나름 무난한 개그코드도 적지 않았고, 무엇보다 넘버가 너무 좋다! 헬로송도 그렇고 우리 귀엽고 철없는 케빈 프라이스의 너와 나도 그렇고 ㅋㅋㅋ 뱁타이즈 미도 굉장히 좋았는데 이 대놓고 작렬하는 섹드립은 썸씽 로튼에서 나이젤이 포샤한테 시 읊어주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ㅋㅋㅋ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내 영어실력. 만약 한국에 들어온다면 꼭! 자막을 통해 다시 한번 전체 내용을 곱씹으며 보고 싶었다.

    오늘의 후기는 여기서 끝! 미술관과 뮤지컬밖에 없는 단촐한 일정이었지만 나름 굉장히 빡빡하게 보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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