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2022. 6. 22)
한국 출발 - 시카고 도착 - 시카고 아키텍쳐 리버 크루즈 - 시카고 시내 산책
몇 달이 지나서야 겨우 시작하는 여행내용 정리.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코로나 기간동안 제주나 대구 가려고 비행기를 탄 적은 있는데, 해외여행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보니 인천공항을 갈 일이 없었다. 이번에도 항상 예약하는 창가자리로. 물론 창가자리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도 많은데, 내가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좁은 자리에서 웅크려 가는걸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기도 해서(퍼스트, 프레스티지 다 타봤는데 놀랍게도 이코노미가 가장 안정감있었음...) 장거리라고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가는동안 비행루트 화면을 계속 켜놓고 보면서 갔는데,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에 러시아 영공을 돌아서 가는 통에 시카고까지 14시간이 걸렸다. 가는 동안 기내식도 먹고(음식사진 잘 못 찍어서 사진은 없음), 아이패드로 벼락치기 여행가이드북 체크도 하고. 시카고 건축물 관련 책도 열심히 벼락치기했다. 미리 좀 읽을걸...
시카고에 거의 다 와 갈때 쯤,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집들과 호수들을 보니 아 내가 미국에 왔구나 하는게 조금씩 실감이 났다. 특히 시카고 공항 랜딩할때 마지막 어프로치를 미시간호까지 갔다가 180도 턴하여 시카고 시내를 마주보고 접근하는데, 이 광경이 굉장히 멋지다. 시카고 여행가시는 분들이라면 꼭 왼쪽 창가 자리로 고르시길!
비행기에서 내려 시카고 공항 입국심사를 한시간 정도 기다린 후 입국. 여행기간이 조금 길어서 걱정하긴 했지만, 인터뷰에서 크게 문제될만한 부분은 없었다. 짐을 찾고 나온 후, 시카고 시내까지는 우버를 이용하기로 했다. 지하철로도 충분히 갈 만한 거리같았지만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지하철을 타고 계단을 오르내릴수가... 없을 것 같았기에... 우버 기사 아저씨는 굉장히 친절하셨고, 덕분에 숙소까지 아주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시카고에서 묵었던 숙소는 하이 시카고 호스텔(Hi Chicago Hostel)였는데, 호스텔 치고는 구조가 아주 좋았다. 후기는 다른 분들이 많이 올려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고(...), 호스텔에서 묵었던 방 바깥으로 보이는 경치는 '이게 시카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L 트레인이 달리고 있고, 눈 앞으로 보이는 도로 끝에 미시간호와 공원이 보이고. 다만 트레인이 바로 숙소 옆을 지나다보니 밤에 열차 소음이 조금 있는데, 나는 아주아주 라이트한 철덕이라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만 잠자리가 예민한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는게 좋을듯 하다. 근데 예민한 사람들이라면 아마 호스텔에서 묵지를 않겠지...? 개인적으로는 개개인이 내는 소음을 기차소리가 가려줘서 오히려 좋았음.
시카고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이었기에, 여행을 위해 숙소에 짐만 풀어놓고 바로 나왔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길을 따라 무작정 앞으로 일단 가봤더니 고층건물이 이어지는 블럭이 끝나고 넓은 공원과 그 너머 아주 큰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에 아주 높이 물줄기를 뿜는 분수가 보여 한참을 걸어갔더니, 고풍스럽지만 물줄기의 높이는 일반적인 분수를 아득히 뛰어넘은 녀석이 나왔다. 분수 이름을 찾아보니 버킹엄 분수(Buckingham Fountain)라고 하는데, 시카고의 여행 명물은 아니지만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 가보면 좋을듯 하다.(중요한 이유는 3일째에 나옴)
버킹엄 분수는 그랜트 공원(Grant Park)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공원은 시카고의 중심부와 미시간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공원을 따라 주욱 걸어가면 유명한 밀레니엄 공원과 네이비 피어가 나온다. 시카고의 첫 여행일정이 네이비 피어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산책겸 겸사겸사 미시간호 주변을 따라 걸어갔다. 이쪽 길이 산책로로 잘 정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한쪽에는 녹음을 다른 한쪽에는 맑은 호수를 끼고 걷는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대도시였음에도 미국의 공기가 훨씬 깨끗했는데, 공장지대랑 거리가 있어서일수도 있고 바로 옆에 미시간호가 있어서일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이 옆에 있지 않아서일수도 있을듯 하고. 아무튼 이 거리를 걸으면서 미국에서 산다면 시카고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을 살짝 했다.
네이비피어에 도착해 시카고 아키텍쳐 리버 크루즈(Architecture River Cruise) 승선장소를 찾았다. 이 크루즈는 시카고의 가장 유명한 관광상품 중 하나인데, 1900년대 초반 건축물들로 유명한 시카고의 랜드마크 건물들을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아주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나는 시카고 시티패스에 연계된 상품을 골랐다. 시티패스를 산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가 많아 그만큼 시간대가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는데, 비행시간이랑 다른 일정들이 무리없이 착착 돌아가긴 했지만 역시 시간 선택 폭이 넓은 프로그램을 골랐던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건축물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카고 아키텍쳐 센터(Chicago Architecture Center)에서 제공하는 시카고 퍼스트 레이디 크루즈(Chicago First Lady Cruise)도 찾아보면 좋을듯 하다. 아키텍쳐 센터에서는 크루즈 외에도 버스 투어 등 다양한 건축물 투어를 제공하고 있으니 요 부분도 체크!
아키텍쳐 크루즈를 탄 시간이 거의 한낮이어서 강렬한 햇빛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들었는데 뒤쪽 2~3개 의자 정도만 그늘에 가려지고 앞쪽은 그늘이 전혀 없었다. 조금 일찍 크루즈 승선줄에 서있어서 자리 선택권이 넓었기에, 딱 그늘에 가려지는 첫번째 줄을 골라서 시야와 그늘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배가 출발하면, 시카고 강을 따라 루프 북쪽과 서쪽을 주욱 훑어내려가며 해설자 분이 주요한 건물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설명을 들은지 오래 되기도 했고, 배에 타고 있는 동안 시차적응실패로 너무 피곤해서 거의 반쯤 졸면서 있던 바람에 설명은 거의 기억나는게 없다. 다만 앞에 서있는 아저씨가 설명을 재밌게 해주셨던것 같다. 아마도. 아마...도...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들은, 우선 시카고의 건물들이 오래된 것만이 아니라 현대식 건물들 또한 인상적인 작품이 많았다는 것, 강을 따라서 이어지는 공유공간들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진 것, 마지막으로 오래된 건물 혹은 구조물의 기반이 드러나는 적나라한 뒷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 정도를 꼽을 수 있을것 같다. 강이라고는 하지만 폭으로만 치면 딱 홍제천보다 조금 더 넓은 수준인데(물론 유량은 훨씬 많음) 그 좁은 공간에 관광용 크루즈(라기보단 보트)들, 개인이 소유한 요트들, 몇개의 작은 카누들,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혼재한 모습도 색달랐다.
그리고 흔치 않을것 같은 사고(!) 경험. 어느 다리 아래쪽으로 진입하던 배에, 어디선가 돌덩이 하나가 빠른 속도로 갑판을 강타했다. 배에 탄 사람들 다들 놀라서 웅성웅성거리고, 해설자 아저씨도 당황해서 무슨 상황인지 승객들한테 물어보고, 가까이 있던 승객분이(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놀라셨을까) 위에서 떨어진 돌덩이를 들고 와 아저씨한테 건네주고, 아저씨가 방금 상황은 회사에 알리고 이런일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정말 천운으로 다친 사람 없이 넘어갔지만 배를 타면서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구나 싶어 조금 긴장되긴 했다.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졸음이 막 쏟아졌지만.
배를 타고 난 다음에는 네이비 피어를 조금 어슬렁거리다가 멀지 않은 거리에 비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한번 가보기로 했다. 오하이오 스트릿 비치(Ohio Street Beach)라는 이 곳은, 흡사 여름철 해수욕장을 연상시키는 모래 질과 인파였지만 바닷가는 아니니 호변이라고 해야하나...? 왼편에는 시카고의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정면부터 오른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호수가 보이는 게, 부산 해운대 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잠시 앉아 바람을 즐겼다. 호수에 손을 잠시 담가보기까지는 했지만 신발을 갈아신기 어려워서 발을 담그지는 못했다.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한량같은 하루를 보낸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탈까 걸어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크게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 걸어가보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은 밀레니엄 공원을 지나게 되었는데 귀가를 우선한 루트여서 콩이나 분수는 들르지 못했다. 귀가 도중, 시카고 미술관 후문쪽에 어떤 언어로 쓰여있는지 알 수 없는 사인이 보여서 잠시 고민해보다가 사진만 찍어왔다.
숙소로 돌아온 후 식사는 근처에 있는 루 말나티스 피자(Lou Malnati's Pizzeria)에서 시카고 피자와 찹샐러드?를 먹었는데 사진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곳은 숙소와 가깝기도 하고 1인분 피자를 파는 곳이라 선택했는데, 기대했던 시카고 피자보다는 샐러드가 더 맛있었다. 미국에서 식사한 첫 날이라 계산할 때 조금 버벅였다. 미리 예습까지 다 하고 카드결제할때 팁 얼마 줄지 다 적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팁이 추가로 결제가 안되길래 살짝 불안(?)해했다. 금액을 적고 사인을 까먹었나...? 아니면 나중에 한번에 나가려나...?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다만 잘 해결되었겠지 뭐. 암튼 저녁까지 아주 잘 해결하고 피자 남은거 반쪽 포장까지 해와서 숙소 복귀하고 바로 쓰러져 잤다. 너무너무너무 피곤했던 첫번째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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