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공연관람 기록

[230111] 뮤지컬 '스위니 토드' 후기

by eunryeong 2023. 1. 12.

- 요즘 뮤지컬을 선택하는 데 꽤나 명확한 기준이 있다. 첫번째, 일렉기타 사운드가 많이 나온다. 두번째, 신시컴퍼니 극이다. 세번째, 렌트와 연관이 있다. 이 셋 중 하나에 해당하면 대체로 한 번은 본다. 스위니 토드는 세번째 기준에 부합. 지난번에 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손드하임과 번스타인의 콜라보였다면, 스위니 토드는 손드하임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된 극이다. 조너선 라슨의 멘토이기도 한 그의 작품들 중 한국에서 유일하게 공연의 맥이 이어져 오고 있는 작품이기에 꼭 한번은 봐야지 생각해오던 차, KT할인의 은혜를 입어 관람을 결정하게 되었다.

 

- 연극은 덜한데 뮤지컬은 컴퍼니 편식이 굉장히 심한 편. 신시 컴퍼니 극은 올라오는 거 꼭꼭 챙겨보고 설컴퍼니 극도 워낙 취향인게 많아서 꽤 많이 보는 편인데 EMK와 오디컴퍼니 극은 거의 보질 않는다. 이번에 스위니 토드로 오디 컴퍼니 극은 처음 보는거 아닌가? 싶어서 그동안 올라온 작품들 주욱 보는데, LG아트센터에서 했던 컨택트가 라인업에 있어서 엥??? 싶었다. 아 그 작품도 오디컴퍼니였구나. 그럼 이번이 기획사 자첫은 아니군...!

 

- 영화로 이미 스위니 토드를 보았기 때문에 줄거리는 대강 알고 있는 상태. 때문에, 첫 장면부터 혼자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너무 가슴아픈 비극이야... 모든 등장인물들의 삶이 안타깝지만 그 중 토비가 가장 눈에 밟힌다. 어떻게든 저 기억을 딛고 계속 살아가야 하잖아. (스포 될까봐 자세한 내용은 생략)

 

- 음악은 좀 난해하다. 첫 도입부부터 불쾌한 끼이익 음이 들리고 넘버들 대부분이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져서 듣기가 편하진 않다. 극의 흐름과 분위기랑은 잘 어울리긴 하지만, 음악을 들으러 여러번 오고 싶어지지는 않을듯. 그치만 한번쯤 볼만합니다. 아, 오르간 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도 인상적이었음. 뮤지컬 오케에서 오르간 들은게 처음인거 같은데...

 

- 1막에서 크게 기억에 남는 넘버는 없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부른 파이송? 제목은 모르겠는데 암튼 목사파이 변호사파이 군인파이 등등 나열하는게 재밌더라. 근데 예수파이에서 필석토드가 린아러빗 크게 혼내면서 관객들한테 계속 죄송하다 그랬나? 암튼 너무 웃겼음 ㅋㅋㅋ 전날 지크슈 보러 오셨던 걸로 아는데 ㅋㅋㅋ 아니 그것보다도 일단 본인이 지저스를 하신적이 있지 않나요? ㅋㅋㅋㅋ

 

- 2막은 전체적으로 빠르게 휘몰아치는데, 마지막에 토드랑 러빗이 왈츠를 추는 씬에서 둘의 감정선이 너무 잘 보여서 숨을 참게 되더라. 분노와 광기로 이글이글한 토드, 두려움에 정신이 나간 러빗. 그 뒤로도 몇 개의 장면이 이어지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그냥 여기서 극이 끝난 느낌.

 

- 필석토드 처음 등장 씬에서 전혀 몰라볼 정도로 연기를 너무 살벌하게 잘 하더라. 능청스러운 코믹 역할도 잘 했지만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리는듯. 린아러빗 노래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잘함. 건반 앞에서 엉망진창으로 노래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워낙 배우가 노래를 잘 하니 이 씬도 들을만하더라(?)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톤도 잘 살리구. 이 뮤지컬로 처음 보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스위니 예매할 때 유일하게 배우 고려해서 맞춘게 노윤 안소니였는데, 확실히 노래도 안정적이고 연기도 깔끔함. 안소니라는 역할이 이 극에서 크게 매력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닌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랑 넥스트 투 노멀로 인상적인 연기는 이미 봤기에 이렇게 담백한? 연기도 신선했음. 류인아 조안나는 예쁜 목소리가 넘버랑 잘 어울렸지만 음역대가 좀 아쉬웠음. 윤석호 토비는 초반에 소년같은 목소리로 노래할때는 아 음색이 맞아서 캐스팅된거구나 했는데 마지막에 자기 목소리 낼때 깜짝 놀랐다. 초반에는 역할에 음색을 맞춘거구나. 그러면서도 그렇게 잘 부르다니. 마지막으로 터빈 역할의 박인배 배우! 아 터빈 진짜 상종못할 쓰레기인데 ㅋㅋㅋ 연기를 너무 잘해서 밉더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