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17] 원유진 - 들여다보고 떠올려본다.

2023. 3. 19. 09:03Diary/전시 리뷰

    이 전시회는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갤러리 외부에 걸린 포스터의 그림만 보고 들어가 관람했다. 작품수가 많지는 않았고 그나마 대부분의 작품들이 동일한 대상을 그려놓은 것이라 가볍게 둘러보고 오기 좋았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관념화된 정원의 이미지를 계속 그려내고 있는데, 작품마다 세부적인 배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려내는 대상과 디테일은 동일하다. 멕시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키 큰 선인장들, 땅에 뿌리를 단단히 박은 화초들, 잎사귀 하나만 간신히 달려있는 여린 줄기들. 어느 것 하나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가정집 정원에서 볼 수 있을법한 식물들은 아니고, 특히나 단순화된 형상들로 인해 이 공간이 실재하지 않은, 판타지스러운 어드메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각 작품마다 톤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 또한 그러한데, 나의 주변 상황들 혹은 마음의 상태으로 인해 이 공간을 렌즈를 낀 상태로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차분한 베이지, 생동감 있는 초록, 어둡고 말라버린듯한 검정까지. 지금의 나는 베이지가 가장 좋았지만 다른 날의 나는 또 다른 작품을 고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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