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공연은 추천이 많아서 보게 된 극. 이 극의 존재 자체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공연정보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블로그에서 이 극을 추천하길래 오? 한번 볼까? 생각해서 충동적으로 예매했다. 이번달에 충동적으로 예매한 극들이 꽤 있는데 덕분에 매 주말마다 아주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들도 많아서 즐겁다. 아직도 내겐 새로운 것들이 무궁무진하네.
- 프랑스, 영국, 일본의 예술작품들에 대한 아주 강한 선입견이 있는데, 이 연극 또한 프랑스 작품에 대한 내 선입견을 한층 강화해주었다. 무맥락적으로 혹은 과할 정도로 섹스 혹은 원초적인 것에 집착하기.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선을 훌쩍 뛰어넘어 아주 찝찝하고 불쾌한 감정 조장하기.
- 이 작품의 배경은 락스 회사인데, 흔히 집안에 두고 사용하는 생필품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가지고 다소 과한 열정을 요구하는 면접관의 모습에서 흔히들 '영혼을 판다'고 이야기하는 관객들 각자의 회사생활이 떠오를 듯 하다. 뭔 락스 하나 파는거 가지고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자꾸 건드리는 게 이 연극의 핵심 요소. 중간중간 관객들의 웃음을 의도하고 만든 장면들도 보였지만, 프랑스인들과 웃음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이해가 어려워서 그런지 온전히 웃기는 조금 어려웠다. 물론 중간중간 빵 터진 부분들도 있긴 했다.
- 연극의 등장인물들이 흔히 그렇듯, 특히 2인극처럼 등장인물이 적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듯 이 두명의 인물들 또한 각자 못봐줄만한 요소들이 있다. 제멋대로인데다 구직면접이라는 장소에서 선을 과하게 넘어버리는 면접관, 틀에 박힌 대답만 열심히 하다가 면접관의 요구에 본인의 이기적이고 못된 밑바닥이 드러나버리는 면접자. 그리고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역시, 왜 면접자는 빨리 탈출하지 않고 저 정신나간 면접을 계속 보고있는거야? 하는 의문. 마지막 장면도 생각해보면 면접자가 그 도박에서 이길 확률이 5/6, 바깥 세상에서 다시 서류전형부터 해서 취업관문을 뚫을 확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생각하면 숫자만으로는 못할 짓은 아닌데... 그 도박에서 이긴다 해도 저 정신나간 리더랑 같이 일해야 하는데요...? 아 이런거부터 먼저 생각나는걸 보면 난 여전히 예술적인 감각과는 담을 쌓은 사람인데.
-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것 말고도 온갖 이해안되는 상황들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연극적인 매력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한 것은 당연히 기본이고, 무대 또한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적절히 짜여졌고, 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스토리 또한 최소한의 이해가는 요소를 조금씩 집어넣어, 저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객들이라 할지라도 '아 저 사람은 저 상황에서 저럴수도 있을라나...?' 라며 스스로를 약간씩 속이게 만드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약간 이거 우리가 회사에서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한발짝 한발짝 마지막 결말까지 흘러가는 과정이 탄탄하게 짜여져있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흘러갔다는 것 또한 이 연극이 '좋은' 연극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선문답같은 면접관과 면접자의 티키타카에서 면접관이 이야기하는 '너 자신'이란 무얼까. 보면서 계속 면접관 스스로도 미리 답을 정해놓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답을 정해놓은 이유는, 면접보러 들어올 때 걸음걸이(아마도 걸을 때 나는 소리로 판별했을 수 있겠다)라든가, 혹은 목소리, 아니면 이력서에 적힌 다른 면접자들과 너무도 유사한 모범 답안을 보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면접관이 계속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면접관님도 본인의 첫인상을 벗어버리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라는 물음표가 계속 떴다.
여기에 덧붙여서, 개인적으로 '진정한 나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천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나를 명분으로 한, 타인과 세상에 대한 무례함은 아주 경멸한다. 어느정도 착한 체 하며 예의를 차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가면 속에 숨기는 것도, 그 가면이 영원히 깨지지 않기만 한다면 왜 안되는 것인가? 물론 이 연극에서 그 가면은 무참히 깨져버렸다만, 이미 깨진 가면을 억지로 이어붙이는 면접자를 굳이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면접관도 심히 뒤틀려있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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