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아씨가 출연하고, 뉴욕이 배경인 뮤지컬이라 관심이 약간 생겼지만, 초연이라 일단 좀 더 지켜보자고 생각했던 극. 그러나! KT할인이 있길래 일단 할인받아서 한번 보자^^고 생각하고 바로 다녀왔다. 덕분에 넘버도 스토리도 출연자도 거의 모르고 몸만 다녀온 극.
- 엘리자베스의 삶, 하나의 분기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이후에 벌어지는 인생, 어쩌면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극이다. 왜 '운명'이라는 단어를 썼는가 하면, 분기점에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결말 부분에서는 각 선택의 결과가 수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 어쩌면 그건 커리어와 같이 엘리자베스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인간관계와 같이 약간은 운명적인 만남과 사건의 결과일수도 있고. 현실적으로는, 같은 배우들을 써서 두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다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운명론일수도 있고.
- 엘리자베스 캐릭터는 정말 지극히 현실적인, 가끔씩 욱 하기도 하고 정의를 부르짖기도 하지만 커리어를 위해서 어느정도 타협도 하고,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안도 찾아가는, 이렇게 커리어적으로는 열심히 챙기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실수를 연발하는, 관객 누구나 '나'에 대입해서 바라볼만한 캐릭터. 엘리자베스의 답답한 면모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응원하고 싶어지는 사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비극적인 해석에 대해서도 믿고싶지 않다. 엘리자베스는 행복할거야. 행복해야만해. 행복해줘 제발ㅠㅠ
- 루카스 캐릭터 너무 답이 없는데 ㅋㅋㅋ 근데 너무 귀엽다... 나의 창작물 캐릭터 취향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렇게 생활력 없고 이상만 바라보며 살아가는데 왜 그게 귀여운거지? 암튼 루카스는 브루클린 너드 그 자체라면, 조쉬는 이상적인 미국인 그 자체. 엘리자베스가 조쉬를 두 번이나 외면했었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데, 또 조쉬라는 이 친구는 계속 두드리고 두드려서 마음을 쟁취하는게 미국스럽다면 미국스럽달까. 이런 조쉬한테 마지막에 너무한게 아닌가 싶었다. 굳이 끔찍한 최후의 모습을 상세히 이야기했어야만 할까.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으면 창작진들을 두고두고 원망했을거다.
- 왜 이렇게 루카스가 눈에 밟혔는지 깨달았다. 루카스는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가였구나! 렌트의 친구들이랑 동지였어!! 그래 이런 답없는 청춘들 좋지. 30대 후반에도 답이 없다는 건 슬프지만ㅠ 근데 민달팽이 협회 이거 한국 로컬 아닌가? 뉴욕에도 민달팽이 유니온이 있나...?
- 케이트, 앤, 스티븐, 데이빗, 엘레나 등등 엘리자베스 주변의 인물들이 리즈 혹은 베스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데, 모두들 의미있는 인생의 굴곡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을 보며 각본에 감탄을 했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각기 자신의 서사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게 결코 쉽지 않은데. 반면, 넘버는 극 전체에 걸쳐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있지만, 한번에 바로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는 없는게 아쉬웠다. 두번째 보면 좀 더 귀에 들어오는 넘버가 있으려나.
- 극을 보다보면, 어라? 하는 지점이 생기는데... 마지막에 베스와 조쉬의 만남 부분에서 그 어라?가 맞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어 굉장히 마음아프다. 근데 극을 여러번 본 분들에 의하면 더 마음아파지는 해석도 있는거 같던데ㅠ 베스랑 조쉬한테 그르지 마라...
- 이 극에서는 엘리자베스가 공원에서 한 선택, 그것만 다루어졌는데 리즈와 베스의 여러 인생 분기에서의 선택들, 그리고 리즈와 베스 주변인들의 선택들에 따라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도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루카스와 베스의 관계는, 어쩌면 조금 더 진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나는 베스와 루카스 밀었는데!!! (리즈-조쉬, 베스-루카스 강경지지파입니다) 루카스 이 답답한 녀석이ㅠㅠ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인연이라는 거겠지 아마.
- 스티븐이랑은 양키스 경기 보러가고 조쉬랑 친구들이랑은 메츠 경기 보러가는거 왤케 웃기지 ㅋㅋㅋㅋ 양키스와 메츠의 팬층 차이? 아니면 티켓값 차이? 뭐가 되었든 엘리자베스는 평소에 야구를 그다지 많이 보지는 않았던듯 ㅋㅋㅋ 야빠라면 분명 양키스랑 메츠 경기 아무데나 가지는 않았을거다! 아닌가... 어쩌면 LA다저스나 보스턴 빨간양말 팀 팬일지도...?
- 아직 뉴욕여행으로 채워진 뉴욕뽕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서 극 중간중간에 보이는 뉴욕 건물들이랑 장소들이 굉장히 반가웠다. 겨우 며칠 다녀와서 뭣도 모르는 주제에 ㅋㅋㅋㅋ 그치만 좋은걸 어떡함. 한번쯤 더 볼까 싶긴 한데, KT할인이 1월에도 있으면 참 좋겠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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