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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ver Get the Feeling You've Been Cheated?
Diary/월간 리뷰

2026년 1월 리뷰

by eunryeong 2026. 2. 1.

    책을 꽤나 많이 읽었던 한 달. 2월에는 공연이 많이 줄어들 것 같으니, 책을 더 많이 읽어보자.

 

[ 공연 ]

<너트30 페스티벌> 크라잉넛 with YB (1.6)

    1월에도 돌아온 너트30 페스티벌! (내가 간) 마지막 공연은 크라잉넛과 같은 해에 30주년을 맞이한 YB와의 합동공연이었다. 30주년과 30주년의 만남이라니, 이런 빅매치는 무조건 가야지 응응. YB 공연은 상대적으로 많이 가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메탈릭한 공연이라 살짝 놀랐다. 그리고 조명...! 내가 서있던 자리가 유독 그랬는지, 아니면 공연 강도에 맞춰 조명이 유독 힘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소위 눈뽕이 너무 심해서 공연 반도 못봄. 회사 끝나고 바로 간 터라 모자도 안챙겨갔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앞사람 뒤에 숨거나 얼굴을 가리거나 하며 조명 피하는 데 신경을 썼다 흑흑... 크라잉넛의 공연이야 언제나 그렇듯 안정적으로 재미있었고, 마지막 크라잉넛과 YB 합동 무대도 좋았음. 특히 말 달리자에서 냅다 긁어주신거 매우 좋음 ㅋㅋ

 

MAD CASE Vol. 1 (1.10)

    닥터코어911이 복귀한 공연! 상세 후기는 여기에서 읽어주시길! 근데 닥코 공연 많이 하신다더니 다음 공연은 언제쯤...? 로펀도 다음 공연 언제쯤...? 

 

풀(POOL) (1.15)

    처음 보는 연극을 접할 때면, 특히 창작극을 보러 가는 경우에는 약간의 기대감과 아주 많은 두려움을 안고 극장을 방문한다. 이 극 또한 그러했는데, 약간 아쉬운 지점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극. 기억과 상실에 대해 다양한 층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연예인과 팬의 관계,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특히 부모자식간의) 관계.

    두번째, 세번째 에피소드는 일반적으로 상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자연스레 나올법한 이야기이기에 슬프긴 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지는 않았는데, 첫번째 이야기는 아 이런것도 상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 음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싱어송라이터 R, 라이징이었지만 어느날 돌연 해체선언을 한 (그리고 해체공연도 결국 가지 못했던) 밴드 M, 밴드판 폭로와 마녀사냥의 어드메에서 환멸을 느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공연조차 없이 해체해버린 밴드 L 등등... 내게 음악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악기와 연결된 앰프를 통해 온 몸에 전달되는 것이기에, 그들의 음악활동 중단은 내겐 그들의 음악을 상실한 것과 같았다. 적고나니 되게 별거 아닌것 같아보이지만...

 

모래내그루브 서울전자음악단 (1.17)

    극락이라는 공연장을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상세한 후기는 여기에서. 

 

 

[ 전시 ]

올해의 작가상 2025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MMCA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1.31)

    올해의 작가상 전시를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방문. 언메이크랩의 전시가 IT업 종사자들에게는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전시 시작시점과 2026년 1월 말 시점간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초콜릿칩이 박힌 머핀을 강아지로 인식하던 초기 AI 수준에 그쳤던 시점의 문제인식이 너무 빠르게 빛바래져버리는 것 또한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임영주 작가의 전시는 공간 하나를 모두 사용하여 구성한 것이었는데, 하이퍼링크적인 전시 경험이 재밌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었다.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알아보지 못해서 그랬으려나 싶고. 그렇지만 작은 굴 같은 공간에 누워 눈 앞에 틀어지는 영상을 나 혼자 점유한 것은 꽤 재밌는 경험이었음. (이런거 있으면 줄 서야 하지 않는 한 꼭 해보는 성격) 김지평 작가의 작품은 슬쩍 보면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재해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표제를 들여다보면 현대적이고 친숙한 무언가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게 재미있었다. 군인 앞에는 마이크가 아니라 소주병에 꽂은 숟가락이 놓여있는게 너무 재밌었음 ㅋㅋㅋ 팔각정에 박혀있는 씨앗들의 개수가 하나부터 아홉까지, 다섯이 빠진 여덟개의 숫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섯은 어디 있는걸까? 중간에 있는 돌의 개수인가 하고 세어보려 했는데 돌이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실패... 김영은 작가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는데, 다크필드 연작을 생각나게 하는 붉은 소음의 방문부터, 음성녹음이 소리의 완벽한 재현일 수 있는가? 노이즈를 걷어낸다는 현대의 기술은 이 재현을 도와주는가, 망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인종차별에 대한 경험을 '눈으로 읽으면서'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상상하게 만드는 Go Back To Your까지. 작품 하나하나마다 생각할 거리들이 아주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2차 세계대전 기간동안 적군(=미군)의 비행기와 잠수함 소리를 알아챌 수 있도록 훈련하던 청음 훈련. 그렇지만 몸이 저절로 반응했던 것은, 마지막 작품에서 한 순간 흘러나온 '난 멋있어'를 노래방에서 열창하던 어느 누군가의 목소리였음을... 고백한다...

    소멸의 시학이라는 전시명을 보며, '삭는 미술'의 범위를 어떻게 상정하고 있을지가 아주 궁금했는데 기대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소멸을 위한 작품인걸까, 소멸하는 작품인걸까? 소멸하는 작품은 소멸을 전제한 것일까, 아니면 소멸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소멸해가는 것일까? 전시에서 의도한 바는 2-1에 해당하는 작품들인듯 했고, 나는 2-2를 조금 더 기대했던 터라 이 간극이 살짝 아쉬웠다고나 할까. 특히 상해가는 야채를 눈으로 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코로 느껴야만 하는 부분은... 솔직히 좀 괴로웠음. 개인적으로는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특히 화질의 측면에서) 조금씩 삭아간다고 생각하기에 이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했지만 이번 전시의 포인트와는 조금 달랐던 듯 하다.

    한국 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는 그동안 여러 전시에서 만난 작품들이 많다보니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했고, 여러번 만나니 새로운 것이 눈에 보이는 작품들도 몇몇 있었다. 이응노 작가의 군상은 아주 간결한 선으로 이토록 다채로운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니! 하며 꽤 오랫동안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봤고, 민정기 작가의 영화를 보고 만족한 K씨를 보며 오늘날 손바닥 위의 휴대폰을 통해 개인화된 알고리즘 속에 갇힌 현대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힙하고 세련된' 것으로 획일화되는 취향이 그림 속에 있는 동일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의 사람들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상당히 난해한 표현의 현대미술 사이에서 안규철 작가의 자폐적인 문, 서도호 작가의 바닥과 같은 아주 직관적인 표현의 작품들을 보니 마음이 살짝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주 미술에 문외한은 아니구나 하는 안심?) 강연까지 들었음에도 양혜규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잘 모르겠어서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지만, 김수자 작가의 작품을 조금 더 다양한 측면에서 감상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지난달에 들었던 강연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뿌듯해했다.

 

장파 개인전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1.31)

    장파 작가의 작품은 취향이 아닐 것임이 명백했고, 역시나 취향이 아니었다. 그로테스크하고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그의 작품은, 어느 키워드도 나와는 맞지 않았다. 전시장 벽에 그려진 The Perfect-Woman의 이미지를 보며 슬쩍 웃긴 했지만, 딱 여기까지. 

    다니엘 보이드의 작품은 dots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특이한데, 점묘법은 아니고(하나의 점 안에도 다양한 색이 들어있음) '렌즈'라는 모티브를 나타낸 듯 하다.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지만 리플렛 읽어보니 대략 그런듯) 서구 중심적인 시각을 통해 원주민들의 문화를 바라볼 때 발생하는 왜곡을 시각화한 기법 중 하나인듯? 카툰처럼 보이는 단순화된 선도, 원주민의 음악을 오선지에 억지로 구겨넣은 것도 이러한 왜곡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일지도.

 

 

[ 도서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by 목정원

    2026년의 첫 책은 결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진한 연필을 들고, 플래그를 여기 저기 붙여가며,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문장은 노트에 옮겨적었다.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이 너무나 많았지만, 언제나 나를 울리는 문장은 춤추는 것이 금지된 곳에서 온 사람이 다른 관객들에게 던진, 당신들은 왜 춤을 추지 않느냐던 질문. 그래서 나는, 지나간 그때를 후회하고 싶지 않아 춤을 춘다. 소리를 지른다. 이곳 저곳을 하나씩 살펴본다. (허락되어 있는 한) 만져보고, 읽어본다. 앉아본다. 누워본다. 숨을 쉬어본다. 그리고 다시 떠올린다. 계속, 반복해서.

 

먼저 온 미래 by 장강명

    AI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혹은 그렇다고 여겨지는) IT업계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이미 AI가 업계를 뒤흔들어놓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모로 궁금했다. 이 책에서 그리는 AI 이후의 세계는 예상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IT 업계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였다. 바둑이나 소설은 인간의 개성에 따라 각자의 팬덤을 보유할 수 있겠지만, IT업계에서의 기획이나 개발은 과연 어떨까? (애플 같은 기업 단위가 아닌, 부품으로서 일하는 개인을 지칭할 때 이야기이다) 개인의 개성이 기업단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에, 코더 역할의 개발자나 화면만 그리는 기획자는 아마 쉽게 대체되겠지. 핵심 플로우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살아남겠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듯 하고.

    무엇보다 나는, 바이브 코딩을 통한 결과물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 믿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개인 단위의 자력 생존 모델도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무언가를 만들어 팔려고 하는 사람은 넘치지만, 그것을 사려는 사람이 그만큼 존재할까? 그리고 또 한가지, 나는 세상에 불필요한 쓰레기를 또 하나 양산함으로써 나의 죄를 하나 더하고 싶지 않다.

    덧. 적다보니 책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뻘소리가 되었는데, 두번째 문단은 무시해주시길. 지우기에는 귀찮으니 그대로 둡니다만.

 

뉴욕 거리의 한나 아렌트와 랠프 앨리슨 by 마리 루이제 크노트

    제목에 있는 두 여성이 주고 받은 서신에 대한 책. 한나 아렌트는 백인이지만 묘하게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유대인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여성이었다. 아마 그렇기에 그녀가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집단에 대해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녀가 쓴 '리틀록 사건을 돌아보며'라는 에세이에 대해, 흑인 여성인 랠프 엘리슨은 한나 아렌트의 의견이 초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의견을 표명했고 한나 아렌트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두 여성이 의견을 나눈 것은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이지만, 1950년대의 사건에 대해 누가 잘못했고 어떤 의견이 맞고 틀리네 하는게 2026년인 지금 이 시점에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은것 같다. 그것보다는 두 여성이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잘못 이해한 부분에 대해 성숙한 태도로 인정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 by 이자벨 스텡게르스

    목적지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는, 하나의 정해진 답만을 인정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비전문가로 치부하며 배제하는 '빠른 과학'에 반기를 드는 '느린 과학' 선언에 대한 책. 책 자체도 두껍지 않고, 이 짧은 내용 안에서도 위의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되짚어가는 책이다. 한편 한편의 글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심 주장을 계속 바라보면서 읽다보면 생각보다 아주 어렵지는 않은 책. 

 

월간 생활 도구 by 김자영, 이진주

    내 주변을 구성하는 도구들에 대한 묘한 집착이 있다.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편인데, 익숙한 내 것들을 손에 들었을 때 착 감기는 그 느낌이 좋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도구들을 보며 나와 같은 아이템에서 반가워하기도 하고, 다른 컨텐츠에서 (쓸모 없다는 낙인이 찍힌 채) 소개된 아이템을 보며 슬며시 웃기도 하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버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집착을 슬쩍 넘겨보는 것이 즐겁다. 타인의 일기, 책장, 책상을 훔쳐보는 것이 인기있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니까.

    이 책에 소개된 아이템 중 예전에 펀샵에서 처음 접한 아이템이 몇 가지 보여서, 오랜만에 펀샵을 떠올렸다. 펀샵 참 좋아했는데... 

 

 

[ 그 외 ]

생각 마라톤 :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드 트레이닝 코스 (1.24~25)

    신청 안내 메세지를 받자마자 홀린듯이 신청한 강연? 강의? 모임? 아무튼, 생각 마라톤. 이 날, 그리고 그 이후 떠오른 생각들은 이전 일기에 적었었다. 이 모임에 참여하기 전, 22년 6월호 생각구독을 다시 찬찬히 읽었는데 여기에서 언급된 내용이 상당히 많이 나와서 꽤나 좋은 예습이 되었다. 복습도 일기에 적었듯이 말끔하게 완료. 그러나 아직 행동은 부족한 듯 하니, 행동해야지. 성과를 내야지. (대표님!!!) 돈 아껴야지. 그리고 나는, 또 홀린듯이 앤드엔 클럽을 신청하고 말았다. 4월부터니까 그동안 찬찬히 내 머릿속을 정리하며 비울 것들을 보내줘야지. 새로운 것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그린노트북클럽, 침묵독서클럽

2026년 들어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시간 나는대로 북클럽에 등록하여 책 읽을 시간을 미리 점유해둔다. 막상 북클럽 시간에 읽은 책은 1월 도서목록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2월 도서목록에 들어갈 예정) 꾸준히 책을 편다는 것 만으로도 다른 일상시간에서의 독서 습관도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2월에도 시간이 되는 한 꾸준히 할 생각.


첨밀밀 (1996)

    첨밀밀의 새해 신년인사에 대한 편집영상을 SNS에서 본 후, 이 영화가 다시 보고싶어졌다. 페이스북에도 이 영화가 내 인생 영화중 하나로 올라와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좋아했었고, 콘텐츠라는게 그렇듯 한번 본 뒤에는 쉽게 다시 손이 가질 않아 꽤나 오랜 기간 잊고 있었다. 거의 십년만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이 변한 홍콩을 떠올렸고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생각했고 둘 사이의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 변화를 더듬어보았다. 바뀌었을까? 그대로인가? 잘 모르겠다. 마지막의 기적과도 같은 재회는, 어쩌면 실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조금 못된 생각은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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