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태까지 본 열두달 공연 중 가장 오래 한거 같은 기분? 끝나고 보니 두시간이 훌쩍 넘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간다고? 마지막곡이라고 이야기할때 (막곡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던 때, 한곡 더 부를까요? 라고 하길래 격하게 고개를 끄덕끄덕. 이날 공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아마 배인혁씨도 공연을 끝내기가 아쉬웠던게지! (항상 이야기하지만 언제나 아전인수격 머릿속이 꽃밭으로 가득한 해석만 합니다 인생은 원래 착각이니까요)
덧. 후기를 마지막까지 적고나서 다시 글을 돌아보니, 이건 주변 사람들이 보면 사회적 매장감이다... 아무리 덕질을 숨기지 않는 인생이라고 해도 이건 정도가 좀 심한거 아닌가? 그렇지만 올린다. 뭐 대단한 인생도 아니고 즐겁자고 사는건데.
- 약간 뒷쪽 사이드 자리에 앉았는데, 키보드에서 노래할 때에는 공연자가 앞사람에게 완벽하게 가려지는 각도가 되어버려서 약간 체념(?)하고 노래만 들었다. 오랜만에 영상도 한번 찍어보고. 그래도 나중에는 요령이 좀 생겨서 요리조리 각도를 틀어 최대한 시야를 확보해서 관람하긴 했는데, 여차하면 휴대폰을 이용한 셀프 전광판(?) 관람 공연이 될뻔 했다. 공연장이 무대가 높은 편이 아니다보니 이런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아늑한 분위기에 사운드도 좋아서 열두달에 딱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자리를 잘 잡아야지 뭐. 앞자리에 한번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티켓팅... 과연...
- 이날 가사를 까먹는게 조금 잦은 편이었는데, 몰입해서 공연을 하다보니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고 약간의 해명(?)을 했다. 연극이었다면 배역에 몰입해 대사를 어느정도 바꾸더라도 전혀 흐름이 깨지지 않고 오히려 그게 매력으로 보여질텐데 가수들에게는 이 모습이 실수로 보여지는게 조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다른 열두달 후기에서 적었듯, 난 그런 공연이기 때문에 계속, 매달 보러 오고 싶다. 몰입의 시간과 경험은 절대 AI가 줄 수 없는 것이기에 더더욱.
- 특별할 것 없는 사랑 이야기를 끊어버리고 스킵하려고 해서 성난 관객들 덕분에 특별할 것 없는 사랑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게 되었다.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우연히 배인혁씨를 목격해도, 어색해하지 않도록 가급적 아는척은 삼가야겠다는 생각을...(라고 적고보니 어차피 아는 척이라는걸 해 본 일이 없고... 그 전에 일단 주의력 부족으로 알아채는 경우 자체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다음 곡은 나는 당신에게 그저 였는데, 특별할 것 없는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지는 감정선이 확 올라와서 그런가 살짝 울컥했다. 다른 관객분들도 배인혁씨도 비슷하지 않았으려나. 오늘은 평소보다 약간 더 뒷자리에 앉았다보니 관객들의 (뒷)모습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고, 이 곡을 들으며 좌우로 가볍게 흔들리는 어깨들이 마치 지나가던 길의 들꽃 같아보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꽃무리(?)로 보였겠지. 가녀린 들꽃으로 보였었으면 좋겠다(라는 헛된 바람을 가져본다...)
- 밤짧걸아를 좋아한다며 수줍게(굉장히 콩깍지 씌어진 표현일 수 있습니다.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니 주의해주세요) 고백(?)하는 모습이 왤케 귀엽지... 공연에서 이야기할,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멘트를 준비해온 것도 귀엽고ㅠㅠ 귀여우면 끝난거라던데... 하긴 이미 여러번 끝난 터라 새삼스러울게 없긴 하다. 로펀 공연때마다 관객들을 어떻게 더 꼬셔올까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열두달에서는 멘트로 관객들을 꼬시려는건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뭐 어쩌겠습니까? 항복합니다 항복! (수정 - 처음에 딱죽밤이라고 적었는데, 분명 머릿속으로 밤짧걸아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적었는지 모르겠다. 하도 딱죽밤을 많이 들어서 그런가...)
- 열두달에서는 처음 들었던 창백한 푸른 점. 최근 열심히 읽은 우주형제의 최신권에서 주인공이 우주미아가 될 위기인 상황에 처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의 주인공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에피소드 제목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이다보니 더더욱. (아마도 톰 소령 이야기에서 따온 제목이겠지?) 풀밴드 사운드로도 다시 한번 듣고 싶은데, 로펀 공연에서는 언제 들을 수 있으려나. 뭐 언젠가는 듣게 되겠지만.
- 요즘 열두달 공연을 통해 내곁에 머물러요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초기 버전과 현재 공연에서 부르는 곡이 상당히 다른 편인데, 요즘은 공연마다 약간씩 그 날의 분위기에 맞춰 가사가 달라지다보니 이번에는 어떤 가사일까 매번 두근두근하며 기다리게 된다. 예전부터 가사가 참 예쁜 곡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다시 살아난 맨발로 뛰어가 안겨드는 아이라는 표현이 동화같고 시적이라 더 몽글몽글하다. 사운드가 촘촘한 연주곡들도 좋아하고 악기 솔로가 돋보이는 곡을 통해 흥겨움을 느끼지만, 결국 내가 가장 사랑하게 되는 건 아름다운 가사가 담겨있는 곡인것 같아.
- 기분이 좋았어서 그런가, 키스해 My Love, 좋아요 꾹 같은 신나는 곡에서는 평소보다 더 흥겨웠고, 아냐, 나쁜 편, 딱죽밤 같은 곡들도 (물론! 몰입해서 듣긴 했지만!) 슬며시 미소 지으며 들었다. 앞에서는 감정에 몰입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객석에서 너무 싱글벙글인건 아닐까 싶어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좌석이 멀었기도 하고 사이드에 앉았으니 관객들의 표정같은건 잘 안보였겠거니 하고 생각해본다.
- 앵콜에서 갑작스럽게 다가온 우리들의 미래만세 어쿠스틱(!!!) 버전. 어쿠스틱 공연에서 그로울링까지 듣다니!! 거기다가 앵앵콜로 부른 좋은 날이 올거야에서 '전화 한 통'이라는 가사에 맞춰 전화거는 시늉을 하는 잔망스러움이라니! 대체 (관객의 한 사람으로써) 선물을 얼마나 받은걸까!! 생각해보니 정말 미친 공연이었네 ㅋㅋㅋ
-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공연이라 아주 약간의 기억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빠르게, 기억들을 긁어모아서 후기를 작성했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재구성하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떤 공연이든, 그 공연을 완벽한 후기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좋았던, 오래 기억하고 싶은 공연일수록 그때의 감정과 남겨진 후기의 괴리가 크기에 괴롭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시도라 해도 7할, 8할 능선까지라도 오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또 시도해본다. 완벽한 공연에 대한 그리움은 다음의 완벽한 공연으로 다시 채워질 것이기에, 오늘부터 다시 다음달 열두달 공연을 기다린다. 스케줄이 된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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