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8] 레콜렉티브, 미미면가, 나이스웨더, RDBK, LG아트센터 설문

2022. 11. 8. 21:03Diary/일상 기록

1. 미루고 미루던 레콜렉티브 전시에 드디어 찾아갔다. 신사하우스 두 관을 모두 쓴 큰 규모의 전시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25개의 방을 지나면서 래코드라는 브랜드, 업사이클링과 환경에 대한 여러가지 변주들을 체험해보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장 와닿았던 장소는 15번 방, 아워레이보의 '우리의 죄'라는 공간이었는데 벽에 적힌 문구들을 읽으며 나의 무의식적인 선택과 행동들이 어떻게 지구에 대한 '나의 죄'가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 스스로도 죄를 고백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취향을 찾겠다는 명분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과하게 사고 낭비하는 것을 줄여야겠다고 반성했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공간들이 아주 많았는데, 브랜드의 정체성과 제품, 그리고 전시 구성이 아주 잘 어우러져서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래코드라는 브랜드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생겼다. 자세한 후기는 별도로 정리할 예정이기에 여기에는 간단하게만. 11월 10일까지 전시가 열린다고 하니 가보실 분들은 늦지 않게 방문하시길.

 

2. 점심은 근처에 있는 미미면가에서 해결했다. 찾아보니 미쉐린가이드 2023 선정이라는 멋진 타이틀이 달려 있는 곳. 시그니처 메뉴인 고등어 소바는 생선을 못먹는 내가 넘볼 수 있는 친구가 아니어서 아쉽게도 다른 메뉴를 골라야 했다. 고민 끝에 마즙 냉소바를 골랐는데 맛은 나쁘지 않은듯? 끈끈한 마즙도 첫 시도였는데 아직은 매력을 미처 느끼지 못했다. 가지튀김을 사이드로 추가했는데, 이게 내 취향에 딱 맞았다. 하긴 원래 가지튀김을 좋아했지 나.

    이 곳은 식사도 좋았지만 홀 운영에서도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다. 처음 입장했을 때, 빈 자리가 군데군데 있는걸 보고 내 가방을 잠시 옆자리의 빈 의자에 두었다. 얼마 후 종업원 분이 가방바구니를 들고와, 내게 정중하게 다른 손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가방을 치워도 될지 물어보았고 긍정의 대답을 하자 가방바구니에 직접 내 가방을 넣어서 내 자리 아래쪽에 놓아주셨다. 이 장면을 보면서, 효율적으로 홀의 자리가 순환될 수 있도록 중간중간 체크하고 자리들을 조정하면서도 고객이 좋은 경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좁은 공간에 가방바구니가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 분의 정리 하에 필요한 곳에 제공되는 점 또한 좋았다. 

 

3. 식사 후 이동중에 한 블록 건너편에 보이는 하얗고 파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 보니 인스타에서 몇번 지나쳤던 힙한 편의점(이라기보다는 편집소품샵) 나이스 웨더. 처음 들어갈 때는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들어가보니 입구 바로 앞의 공간을 별도의 공간으로 샵인샵처럼 나누어놓아서 작아보인 거더라. 실제 내부는 꽤 크고 넓으며, 각 섹션별로 몇 개의 샵인샵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도 함. 자체 브랜드 MD도 몇개 있고 여러 브랜드들의 제품을 셀렉트해놓았다. 요즘은 소품샵 다닐때마다 아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썼구나 하는걸 느끼게 되는데, 입점한 제품들 중 상당수가 이미 집에 있는 것들이거나 구입해서 써본 것들이거나. 그렇더라. 심지어 편집샵에서 산 거도 아니고 네이버스토어에서 산 것들도 많아... 내 소비생활 반성해라... 그렇지만 굴하지 않고 오늘도 또 돈을 썼다.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겠다던 한시간 전의 결심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에 산 것은 셀렉트라는 술인데, 이탈리아의 식전주 문화인 아페리티보 리큐르라고 한다. 처음에는 리큐르 섹션에서 위스키를 하나 사오고 싶었지만 이미 집에 위스키 바틀 두 병이 거의 줄지 않은 채 남아있어서(너무 많이 남아서 맥켈란으로 딸기위스키 만들었다...) 같은 종류의 술을 더 사는건 자제하기로. 그리고 처음 접하는 종류의 리큐르라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다. 이따 집에 가자마자 마셔봐야지. 그리고 나이스 웨더 안에 있는 팝업스토어에서 LP음반도 하나 사왔다. 생일 선물로 LP플레이어를 선물받게 된 김에 LP음반도 하나 사야지 생각했었는데 마침 LP음반이 잔뜩 보이길래 덥석 집어들었다. 데이빗 보위나 세르주 갱스부르의 앨범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봤지만 역시나 보이지 않았고, 그냥 무난하게 재즈앨범 중 커버가 파란색인 예쁜 앨범으로 골랐다. 아무래도 LP로 음악을 듣는다면 LP의 특성을 고려하여 제작된 당시의 앨범을 고르는게 맞지 않을까? 라는 지극히 역사학도적인 사고방식으로 선택한 것도 맞다. 아주 충동적인 방문이었지만 구매만큼은 충동적이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해본다.

 

4. 이번주부터 로컬 스티치 멤버십을 끊었는데 그 첫번째 방문으로 가로수길 RDBK을 선택했다. 집 근처 홍대와 연남 주변에 지점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지만, 이상하게 집 바로 근처는 또 굳이 방문하는게 쉽지 않단 말이지. 레콜렉티브 전시때문에 온 김에 근처에 있는 지점에 들러보았는데 아쉽게도 이 곳에는 멤버십 라운지가 따로 있지는 않아서 카페를 이용해야만 한다. 카페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진 않지만 아무래도 조금 소란스러운 점은 감안해야 할듯. 이번주 후반부터 근처에 있는 공연장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공연이 있는데, 아마 이 공연 기간동안 이 곳을 몇번 더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다음주 화요일부터 말이지.

 

5. LG아트센터에서 방문경험 설문을 받는다는 문자가 왔다. 지난번에 키오스크 발권시스템에 대해 아쉬움을 길게 토로했던 바, 이번 기회에 아쉬웠던 점을 다 전달할 수 있겠다 싶어서 열심히 설문조사에 응했다. 근데 어느순간부터 'LG아트센터 서울'이라고 지역명을 꼭 붙이는데, 다른 지역에도 공연장이 생기려고 그런건가...?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은 이렇게만 의견을 받아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싶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객석 시야에 대한 답변은 몇 층인지, 몇번째 열인지에 따라 답변이 너무 달라질 수 있는데 관람 층에 대해 묻는 질문도 없어서 데이터 정제방법이 궁금했다. 설문 마지막에 전화번호를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이걸로 각 공연별 예매 데이터를 매칭할 수 있나...? 근데 공연별 예매데이터에 전화번호 정보를 모두 수집해두어도 문제 없나? 뭐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괜히 이런게 궁금하단 말이지. 암튼 나름 성의껏 길게 적었는데, 관객들 의견 많이 받아서 잘 수렴해주길.

 

[221029] 얼리버드 북클럽, LG아트센터 다른 이야기

1. 오랜만에 사적인 서점 얼리버드 북클럽에 참석했다. 이번 토요일 오전은 조금 여유로운 분위기였는데, 마침 여행가서 샀던 밀크 우롱이 아주 많이 남을듯 해서 요걸 조금 들고가 차를 나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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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방금 카메라에 있는 사진들을 옮기다가 발견했는데, 지난번에 카메라 떨어트린 후 조리개가 닫히지 않았던 현상의 원인이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카메라 앞의 뚜껑?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제품 결합 부분이 약간 어긋나있어서 조리개 한 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 결합 부분을 손으로 힘주어 톡 하고 밀어넣으니 다시 조리개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작은 부분을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다니. 등잔 밑이 어둡구나 정말.

 

7. 집에 오는 길에 동네 단골서점에 들러 책을 몇 권 골랐다. 크지 않은 공간에 한달에 한두번씩은 방문하는데 갈때마다 재밌어보이는 책들이 새로 발견되는게 신기해. 책장을 살피는 동안 점장님이 오셔서 기다리던 책이 드디어 들어왔다고, 먼저 읽어보시고 좋으면 추천하겠다고 이야기주셨다. 항상 들르는 길냥이가 어제 오늘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몇장을 붙여놓아 두툼해진 독자카드를 보며 책은 잘 읽고 있는지 물어보셨고, 보통의 책 애호가들처럼 사기만 하고 읽지는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오늘 고른 책 중 한 권은 다른 분께 선물로 드리려고 산 것이라 선물포장을 요청드렸다. 포장을 기다리는 사이 오랜만에 필사 책상에 앉아 짧게 펜을 끄적여보았다. 등 뒤에서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점장님이 손으로는 포장을 하시면서 고개를 들어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포장이 다 된 책을 들고 일어나는데, 점장님이 뒤에 들어온 손님을 소개해주신다며 나오셨다. 인사하며 얼굴을 보니 지난번에 북클럽에서 뵈었던 분. 서로 어? 하는 외마디로 '나는 당신의 얼굴을 어디선가 보았던걸 기억합니다'라는 표시를 하고 멋쩍게 인사를 나누었다. 자주 들르는 책방이지만 오늘만큼 다양한 사건이 발생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서 열심히 적어둔다.

 

8. 개기월식 이벤트를 뒤늦게 알게 되어 가족 단톡방에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정작 난 달을 보러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오늘 밖에 나가서 보는 월식이 내 인생에 큰 의미가 될 것 같지 않으니 그냥 집에서 쉬련다. 오늘 꽤나 긴 하루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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