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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21125] 연극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 2'

by eunryeong 2022. 12. 1.

 

- 어느날 연극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 극을 추천하는 글을 보고 별 다른 고민 없이 그냥 예매했다. 원래 커뮤니티의 극 추천은 그다지 믿지 않는 편임에도 이상하게 그날 본 글은 나랑 느낌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즉흥적으로 예매한 공연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게 보고 나왔다.

 

- 극단 하땅세는 이전에 국립극단과의 협업극 '동양극장 2020'을 통해 접한적이 있다. 그러나 이 극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상영만 진행되었던 극으로, 아쉽게도 현장에서 그들의 극을 경험해볼 수는 없었다. 당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관객들이 극장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아 좌석으로 한명 한명 안내되는 인트로, 그리고 배우들이 각자 모아왔다고 하는 통일성 없이 마구잡이로 배치된 약 스무개 남짓해보이는 의자들(=객석들). 그리고 정식 무대와 관객들의 원래 객석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무대 구성. 꽤나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지만, 한편 온라인 극장에서나 가능할법한 구성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번 극을 보면서, 동양극장 상영에서 볼 수 있었던 관객 경험이 그대로 재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실에서 조용히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배우가 직접 관객들을 하나 하나 안내하며, 코트를 받아주고, 여러개의 간이의자들로 구성된 좌석으로 안내하며 편한 자리에 앉으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물을 한 잔씩 떠다주는. 보통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어셔들의 좌석 안내와는 사뭇 다른 경험이 꽤 인상적이었다.

 

- 공연장을 찾아가는 길부터 쉽지는 않았다. '라이트하우스'라는 곳이 네이버 지도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주소를 찍고 가야 했고, 네이버 길찾기 루트가 샛길을 안내해줘서 폭이 1미터도 채 되지 않을법한 아주 좁은 담벼락 사이 길을 헤쳐지나가야 했다. 공연장은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 한쪽 벽에 마련된 객석은 단차가 커서 시야는 아주 훌륭한 듯 했고(물론 제가 1열에 앉아서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조명과 음향장비, 소품과 무대장치의 제약은 기발한 구성으로 이것저것 채워넣었다. 사실 이 부분이 굉장히 재밌었던 지점 중 하나인데, 극적 허용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주 소수의 장치로 전혀 위화감 없이 극을 잘 이끌어나갔다. 약간 동아리 연극할때 이것 저것 부족한 것들을 때워나갔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연극적 완성도는 비할 수 없지만.

 

- 근데 아무리 봐도 화장실 쪽에 쪽문이 없는건가...? 연출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분명 연극 끝나고나서 자유롭게 둘러봐도 된다고 해서 화장실도 가봤는데, 쪽문같은건 못본거 같은데... 어떻게 자꾸 거기서 사람이 나오는거지... 이거 약간 마술 본 거 같은 기분도 들고.

 

- 이번에 본 연극은 2로, 이 전에 1이 따로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전편의 내용을 모르고 오더라도 최소한 이 연극을 이해하고 즐기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3장이 ...인걸로 봐서는 아마 3가 더 나오지 않을까? 2에서는 우애국과 조청아의 일대기가 나오는데, 우애국은 결혼 후 짧은 기간만 다루고 있고 조청아의 어렸을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을 상세하게 그려낸다. 어렸을 때 천진난만하게 웃던 조청아가 점점 커가면서 반항도 하고, 꿈도 가지고, 현실에 순응하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내용이 정말 전형적인 중국의 시골 이야기 그 자체였다. 이 역을 소화한 고은별 배우의 연기가 너무 설득력있어서 굉장히 몰입하여 극을 보았더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우애국 역할의 박한우 배우 또한 작디 작은 우애국을 연기로 잘 보여주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계속 눈길이 가던 오에바다 배우의 정청?(이름이 정확하지 않음) 역할도 기억난다.

 

- 1시간 남짓 진행되었는데, 전체적으로 장면 장면 호흡이 굉장히 빨랐다. 소설이었다면 최소한 열에서 스무 페이지는 서술했을법한 장면을 1분도 안되는 시간 내에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장면도 꽤 보였다. 원작을 사오진 않았는데, 원작의 내용 구성과 이번 연극에서의 연출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여러모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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