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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21126] 요안 부르주아 컴퍼니 '오프닝2', '기울어진 사람들'

by eunryeong 2022. 12. 4.

 - 요안 부르주아의 무대는 여러 광고에 많이 나와서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고 한다. 그러나 집에 TV를 두지 않고 OTT로 동영상도 잘 보지 않기에, 처음 LG아트센터 패키지 예매가 떴을 때 LG아트센터 기획공연의 셀렉만 믿고 예매했다. 기획공연 셀렉에 뒤통수 맞은 적도 분명히 꽤 있지만, 해외 유명극단 혹은 연출자의 연극 초청작이 아니라면 기대한 정도만큼은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2020년 온라인 중계로 작품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직접 내한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더더욱 믿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만 몰랐지, 다른 사람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던 공연이라 자리 지정하러 들어갔을 때 이미 괜찮은 자리는 싹 나간 후였다. A석 패키지이긴 하지만 3층 3열, 그것도 중블이 아닌 사이드 블럭에 앉다니.

 

- 이날 본 공연은 2개로, 약 7~8분 가량의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는 '오프닝2'와 1시간 가량 진행되는 '기울어진 사람들' 이었다. 이 중 오프닝2의 경우 기울어진 사람들 공연 앞뒤 타임에 한번씩, 하루 총 2번 진행되었다. 또한 블랙박스 공연장에서 진행되어 수용인원이 많지 않기에 기울어진 사람들을 예매한 관객들 대상으로 표를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모든 타임이 매진이었다.

 

- 나는 오프닝2를 기울어진 사람들 앞타임으로 예매해서 이 공연부터 보게 되었다. 공연시작 1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입장시간 10분 전에 미리 줄을 서 있었는데, 내가 설때만 해도 내 게이트 앞에 4~5명? 정도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길게, 계단 위까지 줄이 늘어서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일찍 선 덕분에 앞에서 두번째 자리, 정중앙 쪽에서 아주 쾌적하게 관람. 다만 여기에서 줄 관리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이, 게이트가 왼편과 오른편 두 곳에 있는데 게이트 바로 뒤쪽에 있는 줄은 양쪽 모두 서있었는데 그 뒤로 길게 늘어선 줄은 한쪽 게이트로만 연결되어 있어서 줄이 무한정 길어졌다. 로비 폭을 생각하면 양 게이트 줄을 아예 처음부터 나누어놓아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 같았는데... 입장 후 무대를 바라보면서 자유롭게 스탠딩으로 자리를 잡고 공연을 보게 되는데, 어디쯤부터 서야하는지 가이드가 너무 없어서 관객들이 조금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있었다. 앞으로 블랙박스 공연장 공연들이 많아지면 비지정석의 특성상 사람들이 미리 줄을 설것 같은데 줄 관리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 아마 고민하고 있을듯 하지만. (12월 3일 공연을 다녀오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한 부분이 보였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이는 다음 글에 적기로 한다)

 

- 오프닝2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푸가/트램펄린' 공연을 업데이트한 작품으로, 이번 LG아트센터 공연에서 초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와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문맥상 세계 초연인듯 한데 기사를 찾아보니 명확하게 나와있진 않은듯? 암튼 이전 버전 공연도 보지 못했기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고,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던 계단 퍼포먼스는 전체 포함된 듯 했다. 바로 눈 앞에서, 공연자가 자유롭게 떨어지고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형용 못할 감정이 들었다. 벅차오름과, 슬픔과, 환호와, 불안과, 해방감과, 암튼 이런 감정들을 다 섞어놓은듯한. 특히 계단의 정상에서 떨어지고 일순 체념하는 듯 하다가, 조금씩 다시 힘을 내어서 결국 정상으로 다시 가고야 마는 부분에서는 약간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 사이를 휙 비집고 들어갔다가 다시 무대로 걸어와 인사하는데, 공연자와 관객들 간의 가까운 거리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감동적이었던 공연이었다. 이 공연 끝나고 나서 한번 더 보고싶어 예매현황을 확인해봤는데 아 역시나 매진. 패키지 예매 아니었으면 아예 못볼뻔 했네.

 

- 기울어진 사람들 공연은 네모난 판 위에서 시작한다. 기울어지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좌우로 흔들리고, 높이 매달려 올라가는 판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며 서고 걷고 뛰는 퍼포머들의 모습은 춤, 표현이라기보다는 그냥 움직임에 가까워보인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 공연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네모난 판이 빠르게 회전할 때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결국은 기존 퍼포머가 쓰러진 자리에 걸려 넘어지고 마는 모습(이 부분들은 꽤나 위험해보여서 더 걱정스러웠다), 판이 좌우로 흔들릴 때 판에 부딪혀 쓰러지는 사람들과 판을 잡고 타고 올라가려는 사람들, 판이 아주 높이 들려 올라갈 때 사람들이 하나 둘 매달려 판 위로 올라가는 모습, 미처 발견되지 못해 오랫동안 판 위로 올라가지 못한 퍼포머를 발견해 끌어올려주는 사람들. 기울어진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실은 기울고 흔들리는 판 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각자,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가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약간의 눈물을 짓지 않았을까.

 

- 장면 전환되는 부분의 연출이 기억에 남는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불이 환하게 밝아지면 공연의 한 레퍼토리가 끝난거다. 그리고 아주 서서히, 조명이 어두워지고(일반적인 공연 시작 전 조명변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판이 서서히 움직이고 퍼포머들이 다시 움직인다. 공연을 보다보면 대체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공연에서는 일부러 '탁'하고 거슬리는 부분을 넣어 관객들이 잠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렇다고 서커스에서처럼 퍼포머들을 위해 박수를 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공연이 '탁'하고 끝나고, 다시 서서히 시작할 뿐.

 

- 판이 꽤 높이 올라가는 부분도 있다보니 1층에서 잘 보였을라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층, 3층을 선호하는게 연출을 멀리서 한번에 보기 좋아서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울어진 판에서 진행되기에 1층에서도 대부분의 장면은 잘 보였으리라 생각하지만. 이게 궁금해서 다른날 표가 더 있는지 찾아봤는데 역시나 매진이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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