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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이달의 갈무리

2022년 11월의 문장 스크랩 - 1

by eunryeong 2022. 12. 3.

11월에는 그동안 읽고 정리한 롬리서치 데일리 노트를 한번 죽 훑어가며 발췌했더니 양이 약간 많아졌다. 오늘은 짤막하게 마무리될만한 문장부터 정리해보고, 키워드별로 묶어서 정리할 수 있는건 다음번에 따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한달을 쌓아놓으니 양이 너무 많아지나 싶고, 그렇다고 한주씩 나누자니 부담스럽고.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봐야지.

 

God is in the details.
- Ludwig Mies van der Rohe

 

디테일, 디테일이라고 모두들 쉽게 이야기하지만 '신'이 디테일에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디테일에 천착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검열은 확실히 주요한 제약이지만, ‘자유’시장 또한 생산과 소비를 제약한다.
상업적이지 않은 것은 생산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도널드 서순, 유럽 문화사 

 

자유시장에서 생산과 소비가 제약되는 것에 대해 경제학 모델로 구체화한 것이 헤럴드 호텔링이 제시한 '호텔링 모델'이다. 검열보다 오히려 무서운 것이, 검열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서 때로는 하나의 홍보 수단 기제로 역할하기도 하지만 자유경제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무언가'는 그냥 잊혀지게 된다. 먼치킨만 찾고, 사이다를 원하는 댓글만 가득한 요즘의 웹소설, 웹툰 시장도 생각나고. 한편 그 와중에 어느 극단의 취향을 선점하는 선구자들, 그리고 그들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점점 기성의 것들과 비슷해져가는 모습. 여러가지가 생각나는 단락.

 

실제, NHK는 인터넷 활용 업무 시행에 대해 방송법 내의 엄밀한 규정을 갖고 있어요. 그 중 이번 사태는 '방송법 제20조 제2항 제2호 및 3호의 업무'에 저촉이 되는데요. 내용은, 협회(여기서는 NHK)의 성격, 사명, 브랜드 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그리고 서비스 이용자에게 협회가 특정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장려하고 있다거나 (중략) 광고 자체를 협회가 집행한다는 오인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을 때. 말하자면,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NHK 아침 드라마 '절반, 푸르다'가 돌연 광고가 붙어 송출될 시, '수신료도 받으면서 광고료도 챙겨?'와 같은 오해가 생길 여지가, 어김없이 생길 수 있다는 거에요. 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든 창작자 입장에선 자신의 영화, 드라마가 의도치 않게 광로로 여기저기 끊기면서 온전한 형태를 잃어버리는 사태도 무시하지 못하겠죠.
- 뉴스레터 '아마테센의 뉴스 배달부',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11월 3주차 #71

 

사람에게만 존엄권이 있는게 아닌, 방송사와 그 저작물에도 존엄권이 있다는 것. 생각지 못했던 지점.

 

많이 쓰면 좋은 글과 나쁜 글이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가장 위에 떠 있는 글만 걸러내죠.
- 김연수

 

훌륭한 결과물을 위해서는 숙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블로그는 '많이 쓰면' 단계를 위해 만든지라, 다소 날것의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과 언어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곳이고 요즘 시대의 퍼스널 브랜딩과는 상반된 공간이다. '그냥 하지 마라'고 하신 분도 계시지만(책도 샀는데 아직 못읽었네. 얼른 읽어야지) 일단 나는 그냥 해보는 단계가 아직은 더 필요한 것 같아. 언제쯤 숙성의 단계로 넘어가야 할까. 근데 내 성격은 일단 하는게 훨씬 재밌고 신나는데. 그래서 맨날 시작만 하는건가.

 

사람들은 성능이 10배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성능이 '충분히' 좋고 그 대신 편의성이나 접근성이 좋으면 그게 성능이 10배 더 좋은 것보다 훨씬 더 좋다.
- Christopher Chae

 

어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특히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일 하고 있다'라는걸 보여주기 위해 기능들이 덕지덕지 붙어버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지 않을까. 쉽고 편하게. 이미 익숙해진듯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는 것. 그런 것을 만들자.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 Dieter Rams

 

개인적으로 위의 정의가 디자인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은 예쁜 쓰레기에 가깝지만, 제품 본연의 기능을 훼손시키는 디자인이라면 그건 아무리 핫하다고 해도 손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본질'을 생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