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11월에 스크랩한 문장들 중 특정 키워드로 묶이는 문장들을 모아서 적어봄.
#1. 팝업 - 공간 이용방식의 변화
잡지를 펼치듯이 길에서 우연히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는 즐거움
-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감을 잡고 느끼고 있는 것을 날카롭게 탁 찔러버리는 저런 문장이 참 좋다. 오프라인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이 브라우징(browsing)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어딘가를 가서, 거리를 걸으면서 보게 된 우연한 만남이 지금 내게 꽤나 중요하게 자리잡은 것들 또한 종종 있다. 특히 저 문장에서 '잡지 펼치듯이'라는 수식어가 참 좋다. 잡지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컨텐츠들이 한데 묶여 있기에 독자가 이 모든 컨텐츠를 아주 꼭꼭 씹어서 소화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가볍게 슥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기사를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보고, 그럼에도 더 알고싶다고 한다면 따로 오려서 스크랩해두기도 하는, 그런 방식의 거리 걷기를 연상했다는 것. 프로젝트 렌트가 성수에서 여러개의 장소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잡지의 여러 페이지를 한번에 보여주겠다는 생각에서일까? 왠지 다른 인터뷰 더 찾아보면 답을 알 수 있을것 같기도 한데.
클라이언트가 '어떻게 팝업을 기획해야 하냐'고 물으면, 저는 늘 '소개팅으로 생각하라'고 말해요.
상대의 호감도를 첫인상으로 판단하잖아요. 짧으면 1초, 길면 30초짜리 승부죠. 확실한 콘셉트 하나를 잡고 어필해야 하죠.
팝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저것 다 내놓는 팝업은 개성 없는 장터에 가까워요.
-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
개성 없는 장터. 일정 기간동안 한정적으로 운영되는 팝업에서는 더더욱 지양해야 할 부분이지만, 요즘 시대에는 팝업이 아닌 보통의 오프라인 스토어들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확하게 동네 단골장사로 길게 굳힐것이 아니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번 멈칫하게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첫인상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스피크이지 공간에 대한 뻗어나가는 생각들도 적었다가 다 날렸다- 여기서는 의미없는 사족인 듯)
단순 판매에만 의존하던 상권의 매장 수는 점점 줄어들 거에요.
신촌처럼 로드샵, 프랜차이즈 매장이 밀집한 지역은 코로나가 끝나고 회복이 더딜 거에요.
코로나 이후로 공간 유동성이 심해지니까, 기업 입장에선 좀 더 효율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잘 만든 플래그십, 팝업 스토어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매출은 온라인에서 내겠단 거에요.
- 김성순 (쿠시먼앤웨이크필드 리테일부문 총괄 전무)
위에서 갈무리한 팝업 스토어의 컨셉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좀 더 이해하기가 쉽군. 암튼 오프라인 스토어가 더욱더 컨셉츄얼해질수록 실제 매출은 온라인에서 내겠다는 전략.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그렇다면 기존의 오프라인 스토어 전략과 달리 몇몇 거점지역에만 스토어가 생긴다면 상권은 어떻게 변할까? 기존 도심처럼 넓게 정비된 길이 아닌, 좁은 골목길을 따라 군데군데 놓인 상점과 식음료점들로 이루어진 신흥(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상권지역의 성장 한계는? 오프라인 스토어가 줄어드는 만큼의 일자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혹은 사라질까?) 나는 뭐 해먹고 살아야하지?
#2. 시스템
CTRL C + V가 되지 않으면 다 버려라. 그것은 축적되지 않으니까.
- 윤소정, 생각구독 2022년 10월호
조금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사업적으로는 굉장히 명쾌한 솔루션이기도 하다. 한편, 복제와 시스템를 해야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는 부분을 잘 나누어 보는 것 또한 사업적인 감, 혹은 내공. 이겠지 아마? 축적이라는게 잘못 쌓이면 고루한 것들을 다 끌어안은 부끄러운 구력이 되고 말 수도 있으니.
시스템이란? 정했으면 바꾸지 않는거야.
- 윤소정, 생각구독 2022년 6월호
진짜 뼈를 많이 맞은 문장. 시스템화 하는걸 좋아하는데, 한편 '가장 좋은 시스템'을 찾고 적용하는게 취미인지라 심심하면 새로운 툴을 찾아보고, 한번 써보고, 괜찮다 싶으면 바꿔보고. 난리부르스를 추곤 했다. 그래도 나름 양심(?)은 있어서, 최소 3개월은 유지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지만.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수단일 뿐. 수단에 과하게 천착해서는 내용물이 쌓이지 않는다. 내가 속한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맞지만 한편 3개월마다 문제점이 생겨 바꿔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그건 실패한 시스템일 뿐. 일단 정하면, 아무 생각없이 쌓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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