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오펀스를 처음 알게 된 건 남명렬 배우님이 연기하신다고 해서였는데, 막상 보게 된 날짜는 여배우들 조합. 캐슷을 보고 남명렬 배우님 공연을 볼까 손지윤 배우 공연을 볼까 고민했지만 남배우님이 알리바이 연대기 외국공연일정 때문에 한동안 공연이 없으셔서 그럼 손지윤 배우 공연으로 봐야지! 결정함. 알리바이 연대기도 다시 보고싶은데. 언제 다시 올라오려나.
- 이 극은 뭔가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극일듯.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충분히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지만, 그래서 각각의 캐릭터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극 중에서 살짝 언급된 몇몇가지 요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것 같은데 요즘에는 한번 본 극을 굳이 파고들어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 아마 이 부분들은 내겐 계속 모호하게 남아있을듯.
- 추상미 배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진짜 깜짝 놀랐음. 이 극이 젠더프리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여성 버전의 오펀스도 극 중 남성인 등장인물들을 여성이 연기하는 것에 불과해서, 잘못 소화하면 되게 어색하고 겉도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추상미 배우의 해롤드는 그냥 완벽히 하나의 캐릭터였다. 특히 다른 인물들에 비해 해롤드의 경우 여성적인 느낌으로 소화하기에도, 남성적인 버전으로 아예 바꿔버리기에도 미묘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선을 진짜 잘 잡았다는 느낌. 한편 연기가 상당히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는데, 이런 어색함을 덜기 위한 장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아마 내겐 믿고 보는 배우가 될듯.
- 손지윤 배우의 트릿은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고 성격이 다혈질 일변도의 느낌?이라 연기가 오히려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의 연기력과 별개로 극 중 인물의 행동이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궤로 진행된다면 연기가 크게 와닿지 않을수도 있구나 싶었고. 분명히 연기를 잘 소화하고 있지만, 트릿이 왜 그렇게까지 필립을 옥죄고 자신의 사소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해롤드를 (후반에) 미워하고 그러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음. 이런 캐릭터들을 보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경험하는 게 연극 혹은 가상의 이야기를 통한 실질적인 소득일텐데,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이런 부분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다. 혹여 오해할까봐 다시 한번 적지만, 연기 자체는 좋았다. 이해를 할 수 없었을 뿐.
- 최수진 배우의 필립은 처음에 너무 어린 아이인가? 싶기도 했는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전체적으로 굉장히 아이같은 느낌으로 연기하는게 맞는 캐릭터인듯 했다. 초반에는 약간 자폐적인 증상이 있나? 싶었는데 극 후반을 보니 형의 과도한 걱정에 짓눌리는 바람에 발현된 증상인듯. 아무튼 사랑스러운 필립을 보는 게 이 극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 필립은 마지막에 확실하게 성장했는데 트릿도 성장했을까 조금 궁금했다. 마지막에 보여준 유아적 퇴행은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라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필립을 좀 더 보듬어주는 모습이 내일도, 모레도, 한달 혹은 일년 후에도 같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더 정확히는, 트릿에게 해롤드의 부재가 본인의 가치관과 타고난 성격을 한순간에 싹 바꿔버릴 정도의 큰 사건일까?에 대한 의문일지도.
- 이날 거미줄(을 연출한 솜뭉치)이 트릿에게 달라붙는 바람에 떼어내느라 고생 고생 고생을 했고 덕분에 배우들도 관객들도 다 웃음이 터졌다. 이런 소소한,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들이 두번째 세번째 관람에서 나왔다면 더 좋았을텐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쉽.
- 내게 천사의 날개 있다면~이라는 노래를 찾아보니 If I Had the Wings of an Angel 혹은 The Prisoner Song 이라는 제목의 곡인듯. 실제로 앵벌이 키즈라는 TV쇼프로가 있었는지도 궁금했지만 그것까지는 귀찮아서 못찾아보겠다. 스타키스트 참치는 예전에 참치회사 조사하다가 동원참치가 세계 제일의 참치회사를 인수했다는 기사에서 보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몇년만에 다시 들었네. 행맨 마요네즈였나?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통의 마요네즈를 동생에게 선물하는 트릿을 보며 정말 선물 센스가 1도 없구나...(물론 극의 진행과 복선을 위해 마요네즈를 선물해야만 했지만) 하는 생각.
- 돌이켜보면, 트릿의 행동들 중 상당수가 트릿이라는 캐릭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극의 전개를 위해서 짜여진 것들이 많아서 더 공감이 어려웠던건가 싶기도 하다. 해롤드의 격려, 필립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트릿이 나와야 하는데 그 와중에 온전한 악역으로 기능해버리면 결말을 내기 어려우니까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각자의 이유를 담았는데, 그게 트릿이라는 캐릭터 하나로 온전히 엮이진 않았다고 느낀듯. 극을 여러번 본다면 아마 감상이 달라질 수 있을것 같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마 다시 볼 시간이 없을듯. 다음 시즌에 돌아온다면 재관람 고민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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