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2. 10:36ㆍDiary/전시 리뷰
금호미술관에 처음 방문. 이번 전시를 어디서 처음 접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날짜 맞춰서 꼭 가보고 싶었던지라 동선이 조금 어그러졌음에도 시간 맞춰서 다녀왔다. 보통 이쪽을 오면 현대미술관을 가면서 갤러리 몇 곳을 둘러보는데 어째 이 날짜에는 마땅히 보고싶은 전시가 없네. 미술관 프로그램도 새로 오픈한 것 하나 외에는 모두 이미 본 것들이라 다른 곳들은 모두 패스. 온전히 이 작은 미술관에서 한시간 가량 느긋하게 작품을 감상했다.
강운
처음 본 전시는 강운 작가의 마음산책 연작.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캔버스가 몇개씩 붙어있었다. 각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인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몇가지 색의 레이어가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글씨를 휘갈겨 쓴 것 같은 자국도 있다. 동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검붉은 캔버스에서 점차 파랗게, 그리고 하얗게 이어지는 색상의 흐름을 내 속도로 걸으면서 마주해보니 마음 한 켠도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성웅
지하에서 만난 빛의 호수? 연못? 비? 암튼 자그마한 불빛들이 규칙적으로 달려있는 가운데, 탄력있는 커버가 씌워진 소파에 무언가 상이 비치고 있다. 조용조용히 걸어가 저 소파에 앉을수도 있는데 솔직히 저기 앉는거 굉장히 불편하다. 커버때문에 뭔가 푹신하게 등을 기대기도 조금 부담스럽고, 소파에 앉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거무스름한 선이 빽빽하게 늘어져있는 광경이라... 관람객에서 쉼터를 제공하고 싶었다면 전선 색을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투명한 색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으로 하든가, 아니면 차라리 저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해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박주애
제주 곶자왈의 모습을 재해석하여 옮겨둔 것이라고 한다. 설치된 작품 사이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고, 이슬을 표현한듯 한 유리구슬을 곳곳에서 발견할 때마다 왠지 보석을 찾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설치미술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보고 온 작품.
차현욱
어딘가 전통화스럽다고 생각했는데 '한지에 먹, 안채'라는 설명을 보니 전통적인 도구로 그려진 그림은 맞구나. 화풍에서도 묘하게 동양화 특유의 선처리 느낌이 있는 듯 하면서도 색상 칠하는 것은 또 다르고.
홍지윤
머릿속에 들어있는 바로 그 수묵화. 다만 스케일이 아주 크다. 몽글몽글하게 피어나는 꽃봉오리를 빽빽하게 배치했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뒷면에는 흰 바탕에 아주 심플하게 몇 송이의 꽃봉오리만 그려져 있는데 이것 또한 앞면과 대치가 되어 재밌다.
엄유정
이날 본 작품들 중 가장 와닿았던 전시.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한 '정지된 틈'이라는 표현에 크게 공감하며 감상했다.
나는 때로 한 인물의 동작에서, 커다란 나무와 작은 풀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형상들 삶을 담담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들.
그것은 내 주변에 펼쳐진 세계 속에서 하나의 정지된 틈을 찾는 경험이 된다.
각 그림별 감상 조금 더.
1 -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린 작품. 두 사람의 옷과 체격, 신체형태를 거의 동일하게 그린 것은 무의미한 외형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교차, 그 자체에 집중하도록 의도한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지만 작가의 눈에 담김으로써 의미를 갖게 되는 어떤 순간.
2 - 단순한 선만으로 표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런 그림 좋아합니다.
3 - 아라우카리아. 아주 짙은(그래서 언뜻 보면 검은 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색 한가지로, 굵기의 변화도 없는 다소 투박한 붓질만으로 내 키만한 캔버스를 채워낸 단순함이 좋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단색의 보라 배경도 마음에 들고.
4 - 식물 연작. '식물'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초록색을 거의 배제한 채 다양한 시점의 식물을 담아낸 것이 좋음.
5, 6 - 따뜻하고 공허해
홍나겸
인간을 담은 영상은 빨간 색으로 왜곡된, 시간의 흐름이 거꾸로 돌아가는 영상. 자연(정확히는 식물)을 담은 영상은 자연의 색 그대로, 정상적인 시간흐름의 영상. 솔라스텔지아 5, 6 파트만 일부분 보았기에 다른 부분은 어떤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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