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111] 알피 케인 : 고요의 순간

eunryeong 2023. 1. 11. 18:38

- 마틴 마르지엘라 전을 보고 나서 카페를 가려고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었던 알피 케인, 고요의 순간. 입구에서 읽을 수 있었던 전시에 대한 설명 일부분을 옮긴다. 이런 성실한 전시 좋네.

 

    알피 케인(1996년생)은 영국 출신의 작가로 이스트 서섹스의 라이(Rye, East Sussex) 지역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케인은 복잡하게 구성된 건축적인 그림 속에 몽환적인 풍경을 더하여 집안 내부와 자연경관이 결합된 친숙하면서도 이상적인 환경을 만든다. ... 이번 전시 <고요의 순간>은 새롭고 뚜렷한 영화적인 방식으로 전시에 접근하는 작가의 시각을 대변한다. 케인은 환경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특정한 설정을 작업의 기반으로 삼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출풍작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 위의 설명과 같이 이 전시에 나오는 곳곳의 공간은 아래 그림에 나오는 집을 통해 전체적인 구성을 엿볼 수 있다. 다른 그림들과 이 그림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찾아보는 것 또한 재밌는 일일듯. 다만 이 그림들이 한 곳에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면, 부분적인 그림만 구입한 사람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이 그림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 이 전시에 나온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커뮤니티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 위의 작품도 그렇지만, 알피 케인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색감이 과장되어 있어서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눈에 들어온 작품들이 몇 개 있는데, 역시 간략하게 간단한 감상을 적어본다.

 

1. 온화한 색감, 해가 거의 다 져갈때 즈음의 어스름. 위 그림의 오른쪽에서 세 번째 창문으로 보이는 광경.

2. 꽤나 비현실적인 건축구성인데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다. 계단부를 과감하게 터서 1층과 2층까지 죽 이어서 연결된 창문이 시원하다. 위 그림의 오른쪽에서 네 번째 창문.

3. 꿈에 그린듯한 욕실. 욕조 있는 집에서 살고 싶구만.

4. 욕실과 연결된 침실. 욕실 바닥이 카펫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공간 구성은 제 마음에 쏙 듭니다만 절대 내 침실에 들이지 않을법한 정신사나운 빨간 색이 바닥과 벽에 칠해진 것이 거슬린다. 물론 그림은 예쁩니다.

5. 기찻길이 멀리 보이는 큰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핸드폰을 하는 장면이라니. 너무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파라다이스 아닙니까.

6. 벽지가 마음에 들어서 한장 찍어둠. 이런 패턴벽지 좋아합니다. 창문을 세로로 아주 길게 낸 것도 마음에 든다. 언젠가 온전한 내 집을 짓게 된다면 꼭...!!

 

012345

- 조금 작은 작품들도 두 개 있었는데, 슬쩍 보다가 익숙한 그림이 보여서 갑자기 눈이 확 커졌다. 아니 여기에서 뭉크의 키스를 보게 되다니! 실제 집에로 저 작품 혹은 포스터가 있는걸까? 아니면 관념적인 이상의 집에 장식할법한 작품으로 선택하여 걸어둔걸까? 어느쪽이건간에 취향이 나랑 비슷해!!라는 내적 환호를 조용히 외쳐봅니다. 괜히 이 작가의 작품들이 더 좋아보이고 그러네. ㅋㅋㅋ

    두 번째 사진은 제일 위에 있는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창문의 풍경을 그린 것인데, 밖에서 안을 보는 것과 안에서 밖을 보는 것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편, 이 그림만 본다면 침대 위의 프레임이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인지, 혹은 풍경화를 걸어놓은 것인지 분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재밌는 지점.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