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111] 마틴 마르지엘라 전

eunryeong 2023. 1. 11. 17:57

- 요번 전시는 조금 충동적으로 얼리버드를 예매했다. 대체로 지금까지 얼리버드를 예매해서 보러 간 전시는 예외없이 실패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도 아마 그 명맥을 이을 듯 하다. 그나마 이번에는 전시 공간구성 면에서는 볼만한 부분이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듯.

 

- 입장하기 전에 메이킹 사진들이 어지럽게 붙여진 벽이 있다. 전시에 입장하기 전에 한번 주욱 훑어보는 것도 좋고, 전시를 보고 난 후에 다시 한번 본다면 또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만한 사진들. 그리고 포토존으로도 꽤 유용한 공간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전시장 안쪽에서는 사진을 찍을만한 곳은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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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된 작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는 작은 종이조각으로 프린트되어 벽에 붙어있는데,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구깃구깃한 종이가 아닐까. 궁금했던 지점은, 이 종이가 사람들이 만져서 구깃구깃해진 것일지 아니면 일부러 구깃구깃하게 만들어서 붙인 것일지. 아마도 후자일 것 같은데, 왜 굳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꽤나 궁금했다. 

 

- 전시장에 입장하면 상자 모양의 팜플렛을 받게 된다. 상자를 열어보면 전시장의 지도가 보이는데, 이 지도를 참고하면서 다녀야 모든 작품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다만 미로처럼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고는 해도 길 찾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서 무난히 다닐 만 하다. 

 

- 공간에 대한 이야기 하나 더. 대체적으로 작품들이 미로의 여정 가운데 툭 던져진 느낌이었는데, 몇몇 작품은 공간이 이 작품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새까만 색으로 뒤덮힌 꽤 넓은 방 끝에 전시된 까만 방의 그림이었던 13번 작품인 인테리어, 전시장의 중간에 아주 높은 방을 하나 만들어 놓아 프린트한 그림을 한쪽 면에 부착하고 방 한가운데 널찍한 소파를 놓아둔 14번 작품 모뉴먼트. 특히 모뉴먼트의 경우 동네 운동장에서 들릴법한(아마도 농구일듯?) 소리를 계속 틀어놓아두어 전시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다만 어느 공간에 있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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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형체를 토르소화하여 만든 작품. 일반적인 토르소가 머리와 어깨, 골반 즈음에서 토막내는 직사각형의 형태라면 마틴 마르지엘라의 작품은 조금 더 극단적으로 잘라놓음. 토르소 위에 천을 덮어둔 것은 처음 한바퀴 돌때랑 중간에 팬텀만 다시 돌아보며 한바퀴 돌아볼 때 위치가 다르던데 어떤 이유일까? (오디오해설 들으면 나오겠지만 바이브 앱 설치하기 귀찮아서 듣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토르소를 프라모델처럼 만든 작품도 있네. 음.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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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작품도 몇 가지 보였음. 머리를 완전히 머리카락으로 뒤덮은 형태는 여러 형태로 변주되는데, 전반적으로 기묘하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래에 각 작품에 대한 간략한 감상?을 정리.

 

1. 잡지 표지에서 머리카락 부분만 다시 복제하여 얼굴을 뒤덮도록 만든 콜라주 작품. 아래에 놓여진 잡지들은 지구와 우주에 대한 토픽이 전면에 나오도록 배치되어 있는데, 그다지... 의미는 없어보인다.

2-3. 머리카락이 전체 머리를 덮은 공 모양의 물체. 신기한 건, 한 방향에서만 보면 그다지 기괴해보이지는 않는다. 자연스레 반대편에는 머리카락으로 뒤덮이지 않은 얼굴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까.

4. 나이가 들어 점점 머리색이 희끗희끗해지는 변화를 나열. 그렇군.

5.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콜라주하기 위한 스터디를 크게 확대한 작품. 그렇군.

6.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머리를 이용한 영상 작품. 중간에 광고가 삽입되어 있다.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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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작품시리즈, 팬텀. 전시관 지도에는 팬텀으로만 이름붙여져 있지만, 실제 작품은 각각의 표제가 붙어있다. 게다가 작품 안내 표지를 보면 구성소재에 대한 설명이 완전히 엉터리다. 어떤 흔적만 남아있는(혹은 어떤 흔적인 양 흐리게 칠해져 있기만 한) 것을 가리켜 다양한 소재로 만들었다고 적고 있는데, 역시나 이에 대한 설명도 아마 도슨트를 들으면 알 수 있겠지만 시간이 맞지 않으므로 듣지 않았다. 뭐 뭔가 의미가 있겠지. 아래에는 각 작품에 대한 제목과 설명을 옮깁니다. 해석은 보시는 여러분들의 몫이겠죠.

 

1. Blank (2015)  - Wooden painter's frame with its back covered with a coated canvas.

2. Tondos (2019) - Vintage underpants stretched on circular frames

3. Untitled (2011) - Washed-up beach sandals, transformed into a phallus

4. Red Stairs (2018) - Carpet on canvas

5. Untitled (Bust) (2000) - Plaster, and a print on paper of a mouth

6. Top Coat (2011) - Reclaimed wood, oil paint, and nail po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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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 작품들 몇 개 더 이야기.

 

1. 립싱크라는 제목의 작품. 중간 중간 빈 곳이 보이는 건, 이 또한 팬텀이기 때문인가요?

2. 버스 스탑이라는 이 작품은 Metal, dirty plexiglass, and synthetic fur로 만들어졌다는데 저 투명한 아크릴판 어디가 dirty한걸까? 하고 열심히 찾아봤지만 모르겠네. dirty에 다른 뜻이 있나요? 검색해봐도 딱히 다른 용례는 보이지 않는것 같은데.

3. 몰드라는데, 이거 토르소를 만든 그 몰드 아닌가 싶은데... 이게 별개의 작품으로 놓여질만한 그런건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나...

4-5. 네일. 사진으로는 느껴지지 않지만 겁나 큽니다. 얼굴을 다 뒤덮을 정도에요. 뭔가, 뭔가... 나의 마르지엘라씨는 그렇지 않아-!를 외치고 싶은 미묘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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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총평을 덧붙이자면, 작품은 아쉬웠지만 공간 구성은 볼만한 부분들이 좀 있었다 정도. 전시장 지도를 박스 형태로 만든게 제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납작하게 접어서 보관하기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