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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30304] 데이브레이크 콘서트 'NEW DAY'

by eunryeong 2023. 3. 6.

- 블로그에 올라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온갖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연들을 챙겨보는 편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하나의 장르에 온전히 시간을 투입하지는 않는데, 그러다보니 내게 밴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단독공연을 가는 밴드와 그렇지 않은 밴드. 웬만큼 노래들을 챙겨듣는 밴드라 해도 단독공연까지 챙겨야지 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데이브레이크는 단연 후자에 해당하는 밴드이지만 한동안 일정이 안맞아서, 표가 없어서, 공연 자체가 취소되어서 등등의 이유로 공연을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 공연이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기 직전이었던 2020년 2월 21일이었는데, 3년만에 다시 본 데이브레이크의 콘서트는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2020년의 그날도, 2023년의 어느날도 펜데믹의 언저리에 있는게 묘한 기분이기도 하고.

 

- 콘서트 첫 곡은 Spotlight이었는데, 앵콜 마지막 곡도 Spotlight이었다. 이 날의 공연이 계속 머릿속에서 재생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 진짜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음! 이거 작년-올해 비투비 콘서트에서 지난 콘서트 마지막 곡을 4년 후 콘서트 첫 곡으로 가져온 그 급의 콘서트 연출 아닙니까? 단독공연을 자주 가다보면 셋리에 대한 욕심이 줄어드는 편인데, 이렇게 구성을 잘 짜서 가져온 공연을 보면 저같은 덕후들은 미쳐돌아버린단 말이죠. 거기다가 첫 곡은 (아마도) 원곡 버전으로, 마지막 곡은 편곡을 해서 연주하는데 저같은 편곡성애자에 디테일성애자는 한 공연에서 두 가지 버전의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또 미쳐돌아버림... 

 

- 이원석씨는 정말 귀엽고 정말 잘생겼고 정말 노래를 잘하더이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왜 귀엽고 잘생겼다는 감상이 노래 잘한다보다 먼저인가 하면, 제가 통로석에 앉은 관계로 이원석씨의 관객석 난입(?)을 아주 지근거리에서 보았기 때문이죠. 확실한건 제가 본 연대생 중에서는 제일 잘생기셨음. 그리고 심하게 동안이심! 자꾸 나이가 신경쓰이네 어쩌구 하시는데 혼납니다 진짜...

 

- 개인적으로 밴드음악의 정수는 연주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보컬 배척 절대 아닙니다 그저 악기만으로 사운드를 채우기 위한 노력과 결과물을 좋아할 뿐...) 이번 공연에서 Honey Delivery라는 연주곡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음! 역시 단독공연은 이런 곡들을 듣기 위해서 오는거지!! 앨범에는 2분도 안되는 짧은 곡이었지만 공연에서는 악기별 솔로파트도 담아서 조금 더 길게 연주했는데, 이런 버전을 들려주셨으면 영상이든 음원이든 뭐든 남겨주는게 강호의 도리인 법. 그러니 영상 주세요! (당당)

 

- 사운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Urban Life Style과 Litmus 두 곡을 이어 연주한 부분이 개인적으로 콘서트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내가 데이브레이크라는 밴드를 처음 인지하게 된 계기가 탑밴드2의 Englishman in New York 무대였는데, 어떻게 사운드를 이렇게 완벽하게 채우지? 하고 넋을 놓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겐 데이브레이크라는 키워드를 보고 밝고 경쾌한 곡들보다 다양한 변주로 꽉 짜여진 곡들이 먼저 떠오르는 편. 그럼에도 페스티벌에서는 쉽게 듣기 어려운 곡들이기도 한데, 아마 단독공연을 챙겨보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니라 꽤 큰 비중이 아마 이 곡들이 아닐까 싶다.

 

- 물론 경쾌한 곡들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데이브레이크표 율동을 곁들이는 노래들은 더 좋아합니다 ㅋㅋㅋ 우리 둘이 둘이 둘이! 할때 마구 손가락질 하는 부분이라든가, 이원석씨의 손가락 방향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는 부분이라든가, 팝 팝 팝! 하며 손으로 막 터트리는 부분이라든가, 들었다 놨다 하며 손가락을 위 아래로 들었다 놨다 하는 거라든가! 써니도 율동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날은 안했으니 일단 패스.

 

- 이원석씨가 스스로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절대 강요하는게 아니고 청유형으로 이야기하는거다, 아닌가 조금 윽박지르는 편인가? 라며 자기고찰을 하셨는데, 이건 락커들을 향한 권정열씨의 가스라이팅(농담입니다 물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십란한 밤에서 처음 들었을때부터 야 이건 자기 주변 사람들 전방위 저격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그치만 콘서트에서는 약간의 거친 모먼트가 용납되는 분위기 아닙니까? 왜 비행기 비상사태에서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짧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공연에서 아티스트가 외치는 뛰어!도 그런 기술적인 부분인거죠. 어디까지나 뮤지션과 관객의 상호간의 신뢰에서 비롯된... 극적 허용이랄까...

 

- 멘트 이야기 나온 김에 ㅋㅋㅋ 이원석씨가 인이어에 대해 잠시 멘트를 하셨는데, 정말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인이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아 이것도 그 인이어구나! 싶어서 웃참하느라 고생했다 ㅋㅋㅋ 십란한 밤에서 (권정열 & 고영배씨의 증언에 의하면) 새 생명을 얻었다는! 바로 그 인이어! 심지어 해명방송까지 하러 나오셨는데 ㅋㅋㅋㅋ(근데 이 영상에서는 인이어 내용은 없음...) 다시 생각하니 짖궂은 동생들 사이에서 고생이 많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이날 공연 멘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정유종씨의 장대한 짝사랑 대서사시! 흥미진진한 전개였으나 결말은 가슴 아프게 끝난, 그리스 비극보다도 더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아주 철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김선일씨의, 짝사랑 해본적 없어요! 내일 되면 기억날지도 모르지만! 이라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답변도 기가 막혔죠 ㅋㅋㅋㅋ 이원석씨의 그럼 나도 짝사랑 없을래...였나? 암튼 마무리까지 완벽한 하나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멘트타임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날 공연에서는 김선일씨와 이원석씨의 짝사랑 추억이 다시 생겼겠죠? ㅋㅋㅋㅋ

 

- 데이브레이크는 워낙에 공연을 재밌게, 잘, 완벽하게 하는 밴드라서 사실 어디서 봐도 좋긴 하지만! 그렇지만! 2019년 여름에 보았던 야외 단독공연의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특히 맥주를 마시며, 여차하면 스탠드에서 혼자 일어나 덩실거리며 볼 수 있었던! 분위기는 페스티벌이지만 셋리는 단독공연이었던! 그때 그 공연.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고 사회적 분위기도 점차 유해지면, 다시 맥주를 마시며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버티고 또 버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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