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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30305] 연극 <분장실>

by eunryeong 2023. 3. 8.

- 연극 '분장실'은 지난 시즌에 두 번을 관람했던 극. 이번 시즌에는 지난번에 함께한 배우들은 없었지만, 새로운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분장실이라는 극이 궁금해서 또 보게 되었다. 이날 공연을 본 배우들 외에도 보고싶은 배우들이 조금 더 있어서 한두번은 더 보지 않을까 싶음.

 

- 이 극은 철저히 여성 배우들의 서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무대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여배우들 4인 뿐. 지난 시즌에서는 중간에 남성 조연출? 스탭?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암튼 아주 짧게 나와서 여배우들의 무대를 보조했는데, 이번에는 이 부분이 빠져서 스토리 흐름이 더 매끄러워진듯 하다. 

 

- 여배우 C는 보면 볼수록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이룬것도 그렇고, 아픈 친구에게 선뜻 금전적인 도움을 건네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요구에도 (물론 너무 말이 안되는 소리라 폭발하긴 했지만) 나름 대화로 납득시켜보려 노력한것도 그렇고. 집안의 이런 저런 어려움도 짊어지고, 현실의 가십과 코르셋도 버텨가며 노력하는 모습이 '여배우' 그 자체 아닌가 싶음.

 

- 여배우 A와 B의 서사는 주목받지 못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대사와 맞닿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열심히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하지만 가장 빛나는 주인공이 되지는 못하는 수많은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을까. 연극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무대에서 제대로 된 대사 한 줄 받지 못한 A의 이야기가 내겐 가장 크게 와닿았다.

 

- 다만, A와 B의 반전이라면 반전에 대해 관객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가 조금 의아했다. 지난 시즌에는 이 부분을 특정 연출을 통해 확 드러냈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이 없어서 어라? 했거든. 나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 판단이 어려운데, 극을 처음 본 분들은 어떻게 느꼈으려나.

 

- 여배우 D는 극 중에서도 정상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극을 나와서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해가 잘 안되는 캐릭터. 극에서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너무 무리한 설정을 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어딘가 일본스러운 집념이 느껴지기도 해서 '공감'의 영역에서는 나와 가장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극 속에서 가만히 D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 나름대로 너무 절박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가슴아프기도 했고. 이 날 모든 배우들이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D 역할을 맡은 박정원 배우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맑은 눈의 광인, 흔한 수식어지만 정말 이 표현 그대로의 연기.

 

- 지난 시즌에서는 체홉의 갈매기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극을 보았는데, 이번 시즌에는 갈매기 공연을 본 후라서 니나의 대사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이 대사를 외우는 것이 어려웠는지, 니나역은 축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등이 더 잘 이해되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세 자매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지만 극본으로 먼저 읽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다음에 연극 무대에 올라오면 그때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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