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17] 박종규 :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

2023. 3. 19. 15:00Diary/전시 리뷰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의 이름이 '수직적 시간'으로 통일되어 있던 기묘한 전시. 보통 특별한 의미를 붙이지 않는 경우에는 무제라는 타이틀을 주로 사용하고, 특정 의미를 담아 만든 시리즈들은 최소한 작품의 스타일별로는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전시에서 '수직적 시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들은 비슷한 경향의 것도 있지만 확연히 달라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 서로 달라보이는 작품들이 작가에게는 서로 같은 것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한데, 수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흐름에 따라 보거나, 혹은 흐름을 거슬러 보거나, 혹은 무언가로 흐름을 막아내거나 하면서 바라본 심상들이 작품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해석.

 

 

1 - 학고재갤러리 전경.

2 - 뒤틀린 캔버스에 표현된 흑백의 '수직적 시간'. 단순히 캔버스의 면을 틀었다기보다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의 양감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었다.

3 - 이 또한 수직적 시간. 검은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캔버스 내 군데군데 흰 점이 보이는데, 까만 시간의 입자가 너무 많기 때문인지 아니면 까만 배경으로 하얀 시간 입자가 아주 조금 있어서인지 모르겠다(고 적고 있지만 내 마음속은 전자일 것이라고 반쯤 확신한다)

4 -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 중 가장 유니크한 타이틀의 작품, 항해. 

5, 6 - 작품을 그린 캔버스가 평면에서 볼 때에도 꽤나 특이한 모양이지만, 측면에서 볼 때 드러나는 날카로운 베임의 모양새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을 한층 강화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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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갤러리의 안쪽 공간

2, 3 - 색깔이 칠해진 캔버스에 동그란 원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이 작품들 또한 수직적 시간. 아마도 수직의 무언가를 중간에서 뚝 하고 잘라놓은 것은 아닐까 싶어지는 그림.

4, 5 - 삼베 소재의 캔버스, 열심히 흩뿌려놓았지만 꼼꼼하게 칠하지는 않은 하얀 물감들,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투명한 원. 수직적으로 떨어트린 물감들로 캔버스를 덮은걸까?

6 - 중간이 싹둑 잘려나갔지만 오히려 더 역동적으로 보이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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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학고재 아트센터 1층.

2, 3 - 하늘색, 하얀색, 분홍색이 엉켜 봄 느낌이 난다. 

4, 5 - 누스피어. 단어가 원래 있던 단어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이런 설명이 나오네. '누스피어(Noosphere)'는 '정신'과 '영역'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프랑스 신학자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이 최초로 사용했다. 인간의 정신과 과학적 지식이 결합하면 인간이 사는 지층은 더 나은 곳을 향해 새로운 경지로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6 - 이것도 누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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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센터 지하 1층의 전시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충격을 받은 부분이기도 했다. 프로젝터가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바닥과 벽에 비추고, 한국 전통음악이 전시장 공간에 널리 퍼지고, 이 장면을 보면서 사진을 찍던 나는 갑자기 바닥에 있는 영상에 내가 이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나와서 기함을 했고. 전시장 곳곳에 있는 카메라로 녹화된 화면을 약 2~3분 가량의 딜레이를 두고 작품에 반영하는 듯 한데 내 모습이 이렇게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고 무섭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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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아트센터 지하 2층

2 - 분홍색은 벚꽃벚꽃했는데 파랑색은 음 잘 모르겠다. 검정과 파랑이라 더 와닿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고.

3, 4 - '수직적 공간'이라는 제목을 듣고 바로 생각나는 장면과 가장 가까운 그림이 아닐까 싶다. 수직의 선들이 빽빽하게 캔버스에 들어찬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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