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0. 10:09ㆍDiary/전시 리뷰
소문의 그 전시, 정주영 작가의 그림의 기후 전을 보고 왔다. 개인전의 가장 큰 미덕은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두고 당시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는데, 그 점에서 이 전시는 아주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그녀의 인터뷰 영상에서 과거 그녀의 작품들도 일부 보여줌으로써 이번 전시를 넘어 작가로서의 전체적인 작품 방향성을 같이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다만 내 취향인가를 두고 본다면 약간은 거리가 있다. 따뜻하고 세밀하지만 위트는 덜한데, 난 삐뚤빼뚤한 사람이라 한두번 꼬아놓은 못된 작품들이 조금 더 끌리는 편이라. 그렇지만 편한 마음으로 작품들을 바라보고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서 좋았다. 아무래도 이 전시가 핫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회화작품이고,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작품들이라는 점도 크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힘든데 이런 여가시간만큼은 간결하고 복잡하지 않은 게 필요하긴 할테니.
1 - 전시장 1층 전경.
2, 3 - M21. 가장 큰 그림이자 포스터에 선택된 메인 작품. 상단부터 짙은 파랑, 노랑, 빨강의 영역이 면적을 점유하고 있고 색과 색의 경계에서 서로 뒤섞이며 드러나는 몇 가지 색상들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무지개와 같은 스펙트럼의 색상 조합이 되었다.
4, 5 - M18연작 3점. 캔버스를 나란히 두고 약간 더 어두운 길(혹은 선?)을 그은 것이 보이는 데, 낙엽이 떨어진 산 속의 등산로일까? 아니면 석양이 내린 하늘의 은하수일까?
6 - 1층 전시장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초록색으로 가득 메운 캔버스 위에 검은색을 다시 칠해, 뒷편이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모양. 실제로 가서 보면 십자가 형태로 녹색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성스러운 무언가가 생각나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7 - 6번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품.
지하 1층 전시장 전경. 이번 작품전의 시발점이 된 알프스 연작들이 많이 걸려있는 전시관으로, 그녀의 작품세계 변화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핵심 층? 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1 - 알프스 연작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초록초록한 산 속에 하양에 가까운 밝은 회색은 만년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서 보면 그저 색상 덩어리지만 멀리서 보면 산세가 느껴지는듯한. 아주 큰 크기의 점묘법 같다는 생각도 드는.
2, 3 - 알프스 연작에서 녹색과 밝은 회색 조합의 다른 작품. 이 작품은 다소 형광끼가 도는 녹색이라 내 취향은 아니다.
4, 5 - 아마도 단풍이 든 산의 모습? 잘 보면 하양 혹은 파랑 혹은 회색의 경계선 부분은, 붓으로 결을 만들어가며 그린 것이 보인다. 아니면 그리다보니 결이 만들어진 것일수도 있고.
6 - 산과 산 사이의 경계가 저만큼인 것일지, 빙하일지, 구름일지, 강과 같은 물줄기일지.
1 - M시리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파랑파랑한게 비투비멜로디하네.
2 - 산과 하늘, 혹은 산과 강을 켜켜이 쌓은듯한 작품.
3 - 이것도 비투비멜로디하지만 세로로 길쭉해서 조금 감점.
4 - 석양이 지는 하늘이라기엔 붉은기의 방향이 반대인 것 같다. 무엇일까.
5 - 자연에서 온전히 까만 색은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어떻게 표현한 것인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세로로 쌓은 캔버스 방향은 더더욱 그렇다.
1 - 2층 전시장 전경.
2, 3 - 다른 유형의 M시리즈. 1층에서는 색상이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다면, 2층에 있는 M시리즈는 어느정도 형체가 그림 속에 드러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4 - M시리즈 중 제일 예쁘고 몽글몽글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캔버스 위쪽의 파란 색은 왜 격자 모양으로 나뉘어져 있을까? 가운데에 볼드하게 뭉쳐진 보라색은 무엇을 나타낸 것일지 궁금.
5 - 왠지 봄 같아.
6 - 이건 가을같네.
7 - 무언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작품
8, 9 -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직접 마주하고 그려낸 작품. 인상파적이네.
1, 2 - 마지막 전시실. 보라색 구름덩어리가 두 개의 캔버스로 나뉘어져 그려진 이 그림은 작가의 전시 인터뷰에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왼쪽 캔버스는 여인의 머리같고 오른쪽은 갈라진 두 다리같아 보이기도 한다고. 그림을 먼저 본 후 인터뷰를 보았다면 좋았을텐데,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작품을 보고 나니 내 머릿속에도 이 해석 이외에 다른 해석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 해석이 나의 것인지, 작가의 렌즈를 끼고 그대로 보고 있는건지도 판단이 잘 되지 않았고.
3 - 아마도 하늘. 두번째 캔버스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겠지?
4 - 파란 하늘 아래 낮게 깔린 분홍빛 덩어리들이 구름같아 보인다. 이 구도면 산에서 바라보기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5 - 왠지 파삭파삭하게 얼어버린 겨울의 유리창이 생각났어
6 - 파랑 옅은하늘 파랑 옅은하늘. 하늘의 구름층을 세로로 갈라 본다면 이렇게 보일지도.
7 - 색상이 칠해진 캔버스 위에 흰 색을 덮은 또 다른 작품. 이번 전시에서 이 전시만 유리액자로 보호되어 있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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