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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329]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by eunryeong 2023. 4. 5.

    이번 전시는 이전까지 포스팅했던 전시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첫번째로 사진촬영이 금지된 전시였고, 두번째로 회사 사람들과 함께 보게 된 전시이기 때문. 때문에 보통 한두장씩 찍는 포토존에서의 인증샷조차 이번에는 찍지 못했다(라기보다는 안찍었다). 이에 메모장에 끄적여둔 인상적인 작품들 몇 가지에 대해서만 적어두려고 한다. 전시를 보신 분들은 기억이 나실수도 있고, 뭐 기억이 나지 않으셔도 크게 상관없기도 하고. 참고로 이 전시는 꽤나 만족스러운 전시였지만 역시나 '피카소'라는 이름을 먼저 생각하고 가신다면 좀 아쉬운 점이 있을듯 하다. 요즘 전시는 제목으로 낚시하는게 특기인가.

 

- 에발트 마타레의 잠자는 고양이 조각. 둥글둥글해진 고양이가 마치 녹아내리는 것 같은 모양새라 너무 귀여웠다 ㅋㅋㅋ

 

-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을 하나 고르라면 케테 콜비츠의 부조 작품인 애도를 고르겠다. 커다란 두 손으로 감싼 얼굴은 비통하고 절망스러워 보이지만, 한편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보면 담담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회화보다는 조각, 조형 작품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 알렉산더 로드첸코의 반짝반짝거리는 오각형? 육각형?(기억안남) 모빌도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정말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마도 납작한 철판의 내부를 잘라 교묘하게 겹쳐 입체로 만든것 같은데, 이런 아이디어도 물론 좋지만 무엇보다도 그냥 예쁘다. 예뻐!!!

 

- 앙드레 드랭의 생폴드방스의 풍경이라는 작품을 보고 이거 세잔 아닌가? 하고 찾아봤는데 세잔은 엑상프로방스고 생폴드방스는 샤갈의 동네구나. 그렇지만 그림은 너무 생빅투아르 산을 그린 세잔 작품이랑 비슷했음.

 

- 윌렘 드 쿠닝의 무제 7번 작품에 '커다란 캔버스에 호쾌한 붓질 거침없고 시원시원'이라고 적어놓았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에 다른 곳에서 보게 되면 기억이 살아날라나. 

 

- 피카소의 만돌린, 과일그릇, 대리석주먹 작품에는(이게 제목인지 보이는걸 적어놓은건지도 헷갈려서 찾아봄) 정물들 외에는 책상과 벽의 구분이 까만 선 하나로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적어두었다. 아마도... 뭔가... 인상깊었겠지...

 

- 한스 아르프의 토르소 작품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하얗고 몽글몽글한 대리석 조각인데, 보통의 토르소 작품들이 몸통을 잘라 극도로 세밀하게 묘사해둔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인간의 형체를 극도로 단순화하여 만들어놓았다. 토르소라고 이름붙였으니 토르소구나 하는 정도.

 

- 리처드 에스테스의 식료품점이라는 작품은 그림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작품에서 보여지는 풍경이 너무 오늘날이랑 같아서 묘하게 이질적이었던 작품. 1967년작인데 몇달전 들른 뉴욕의 커피숍이랑 그다지 다를바 없는 모습. 이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미국이나 유럽과 한국의 문화적인 시대상이 얼마나 다르게 흘러가는지 느끼게 된다.

 

- 리처드 해밀턴의 스윈징 런던 작품 시리즈는 정말 온갖데서 다 만나고 있어서 반가우면서도 질린다 싶을 정도. 올해는 며칠 간격으로 호크니 전이랑 피카소 전에서 보게 되었네. 재밌는 건 둘 다 전시회명과 내용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

 

- 귄터 워커의 큰 나선 1, 2 작품은 못을 빽빽하게 꽂아 나선을 만들었는데, 캔버스와 못은 모두 직선의 형태지만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나선 머리들을 이어 나선처럼 느끼게 된다는 게 재밌는 부분인 것 같다. 얼마전 국제갤러리에서 본 나선이라는 작품도 생각나고.

 

- 카티야 노비츠코바의 성장가능성 SALTS는 가파르게 올라가는 초록색 선이 어디선가 뜯어낸 듯 거친 단면의 투명한 고무판 위에 그려진 모양새다. 마치 억지로 잡아뜯어서 초록색 선이 더 가파르게 올라가도록 보이게 만든것 같은. 2014년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그 이전 혹은 이후 시장을 휩쓴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