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는 전시였다. 아래 사진도 그렇지만 어느 포스터, 홍보물을 보더라도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름이 훨씬 크게 나와 있는데, 정작 작품들은 대부분 브리티쉬 팝아트의 다른 작가들 것이었기 때문. 사람들이 좋아하는 호크니의 작품 스타일과 이 작가들의 작품의 결이라도 좀 비슷했다면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거리가 아주 멀었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1960년대 영국 락스타는 그냥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 전시회의 평이 안좋을 수 밖에 없긴 하다. 나는 영국 락음악 팬이다보니 이 전시도 즐겁게 보았지만 작품수 대비 티켓값이 조금 높다는 생각은 든다. 포토스팟은 많은 편이라 사진 찍는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어떨라나 싶고. 근데 또 공간이 넓지는 않아서 사진도 영 편하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
전시장을 들어서면 처음 보이는 광경. 영국영국한 이미지들로 꾸며놓은 전시장이 예쁘다. 유니언 잭 아래 부분에는 1960년대 대표적인 영국 작가들의 사진과 이력이 소개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빛나는 데이빗 보위 옹의 모습! 타임지 옆에 있는 신문기사는 리처드 해밀턴의 스윈징 런던이라는 작품인데, 믹 재거(와 누군가였는데 이름을 까먹음)의 사진이 다양하게 변주된 버전만 보았지 이렇게 기사 형식으로 콜라주된 이미지는 처음이었다. 잘 보면 이 페이지의 주인공은 믹 재거랑 키스 리처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ㅎㅎ 호크니의 작품도 가볍게 하나 보여주고, 신기하게 정교한 작품도 구경하고. (의미는 잘 모르겠다만.)
영국 락스타들의 앨범아트를 집중적으로 모아놓은 파트. 데이빗 보위의 대표곡이라면 스타맨이나 지기 스타더스트, 혹은 스페이스 오디티 등을 꼽는 사람이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하나를 꼽으라면 이상하게 렛츠 댄스가 먼저 생각난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앨범 아트를 눈여겨 본 적은 없었는데, 이 전시 덕에 데렉 보쉬어라는 작가가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틀즈의 대표 앨범인 페퍼 중사 앨범 커버도 반가웠고, 또 다른 보위의 앨범인 Lodger의 커버도 보여서 한 장.
마지막 사진은 더 후의 페이스 댄스라는 앨범 커버로, 4명의 멤버 얼굴을 각기 다른 4명의 작가들이 그려낸 이미지를 모아서 만든 커버이다. 아마 역사상 가장 화려한 앨범커버가 아닐까? 리처드 해밀턴, 데이비드 호크니, 하워드 호지킨 등의 작가들이 그린 작품을 단 한장의 앨범에 쏟아붓는다니 어마어마한, 그렇지만 살면서 한번쯤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 사치 아니겠냐구!
보기만 해도 시원한, 물이 제각각 일렁이는 이미지들을 바닥과 벽에 나열해놓은 공간. 왜 만든거지? 싶었는데 아마 호크니의 가장 유명한 풍덩!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게 아닌가 싶다. 중간 중간 유리로 된 좌대가 있는데 작품은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다. 아마 착시현상 같은걸 노리고 배치한 듯?
중간에 있는 휴식공간을 지나, 이제 전시의 막바지다. 파랑파랑한 전시회장 벽체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작품은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여기서는 언급할만한 게 없다.
전시회장 마지막 즈음에 걸린 호크니의 작품. 기억으로는 이 작품이 포스터에 쓰였던 것 같은데, 이번 전시에 나온 호크니 작품 중 그나마 우리 머릿속에 있는 호크니의 작품과 가장 비슷한 결인 듯 하다. 물론 이 전시장에는 호크니의 작품이 아닌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전시회장의 진짜 마지막. 색색깔의 티셔츠가 걸려있는데 요것도 작품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따로 설명은 못본 것 같은데 말이지. 암튼 이 티셔츠들 보고, 나도 티셔츠 하나 사가야지!하고 야심차게 생각했지만 굿즈샵에는 티셔츠 같은건 없었다... 혹여나 살 게 있을까 싶어 MD샵을 두리번 두리번.
그 와중에 MD샵에서 발견한 재밌는 것들. 폴라로이드 필름이 보위 에디션이라니!!! 너무너무 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폴라로이드 사이즈가 내가 가진 폴라로이드 인화기기랑은 맞지 않고. 그렇다고 폴라로이드 기계를 사자니 집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을게 뻔하고. 고민 끝에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또 다른 폴라로이드 사진기에는 호크니의 작품처럼 일렁이는 표면을 찍어두었는데 요것도 약간 끌리긴 했다. 가장 재밌었던 MD는 앤디 워홀이 그린 앨범아트를 가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니코 앨범. 이 날은 몰랐지만, 며칠 뒤 보러간 피카소전의 MD샵에서도 이 앨범을 보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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