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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30603] 연극 <온 더 비트>

by eunryeong 2023. 6. 11.

- 어떤 공연을 관람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메탈리카!라는 이름에 홀려 예매해버린 이 극처럼 생뚱맞은(?) 계기로 보게 된 공연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연극에서 음악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극들에서 크게 만족한 적이 없었긴 하지만 또 나름 아주 나쁘지 않게 본 편이기도 해서, 조금 편한 마음으로 음악만 들어도 성공이야!라며 다녀옴.

 

- 이 극의 화자는 드럼에 완전히 빠져있는 나이 어린 친구이다. 연극의 스토리를 보면 자폐증상이 있는것 같은데, 그만큼 본인이 몰두하는 것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완전히 빠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에는 두드릴 것을 찾다가 결국 세제통을 미친듯이 두드리기도 했고, 드럼이 생긴 이후에는 틈만 나면 드럼연습에 몰두했다. 아드리앙에게는 세상의 옳고 그름이 조금 다르게 이해되기에, 드럼을 치기 위해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조금씩 수렁으로 몰고 간다.

    극을 보면서 계속 조금씩 마음에 걸리는 지점은, 아드리앙의 입장에서는 이게 잘못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일 수 있지만 (그의 지능수준과 자폐증상을 볼때 '아드리앙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극을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올지 너무 선명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분명히 화자가 잘못한 것인데, 그런데 그를 탓하기에는 마음 한켠이 불편한, 그 미묘한 지점들. 그래서 주인공의 비극을 보면서 비난도 동정도 온전히 하기 어려운 그 미묘한 지점. 

 

- 드럼에 완전히 빠져있는 설정이니만큼 중간중간 드럼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는 부분들이 있다. 연기자들이 꽤 오랜 시간동안 연습을 해왔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연주가 나쁘지 않다. 다만 아무래도 일년 반 가량을 시간을 쪼개 연습한 것과, 철이 들면서부터 틈만 나면 박자를 치고 연습을 해온 것간의 간극은 어쩔 수 없긴 하다. 내가 밴드음악을, 그 중에서도 드럼이라는 악기를 좋아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이기도 하겠지? 그럼에도 이 공연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드럼을 익혀온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이 극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1인극이라는 것인데, 연기자가 여러 화자를 연기하지는 않고 대부분 아드리앙의 목소리로 연기한다. 같은 극단에서 이전에 올린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라는 극에서는 연기자가 여러 화자를 옮겨가며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어쩌면 조금 더 본질적인? 1인극은 이 공연과 같이 1명의 시선을 오롯이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인칭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는 온 더 비트와 내게 빛나는 모든 것, 1인칭으로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옮겨가며 들려주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그리고 해설자로서 자기가 본 이야기를 전해주는 일리아드. 다른 1인극을 보게 된다면 또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해졌다.

 

- 공연장 로비에서 공연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메탈리카 블랙 앨범이 흘러나와서 혼자 둠칫둠칫 하며 공연을 기다렸음 ㅋㅋㅋ 근데 블랙앨범의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곡들은 두세번씩 반복해서 들렸는데 엔터 샌드맨은 없어서 왜일까 궁금했음.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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