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21108] 래;콜렉티브: 25개의 방 (Re;collective: 25 guest rooms)

eunryeong 2022. 11. 13. 03:37

    레콜렉티브 25개의 방 전시를 다녀왔다. 거의 3주 가량의 기간동안 진행된 전시였는데, 일정을 두번 바꾸고 거의 끝나기 직전에서야 겨우 방문.

    신사하우스는 이번 전시로 처음 가봤는데, 각 방마다 서로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경험은 좋았지만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몰렸을 때 대처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특정 날짜, 특정 시간에 사람들이 과하게 몰리는걸 방지하기 위해 네이버 예약제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었고, 평일 오전에 방문해서 그나마 가장 여유로운 시간대일거라고 생각했음에도 내가 방문한 날도 입장객이 아주 적지는 않았고 부분적으로는 꽤 혼잡하다고 느꼈으니. 또한 기존 다세대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라 전시관 하나하나의 크기가 너무 작다. 몇몇 공간은 좀 더 큰 전시장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아는 아쉬움이 들었음. 그렇지만 전시공간의 섹터를 나누는 공사도 철거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불편한 감은 있지만 미리 마련된 공간에 최대한 맞춰 전시물을 배치하는 것 또한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한 행동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전시는 두 개의 건물에서 나누어 진행하고 있었고, 전시제목처럼 총 25개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전시가 이루어졌다. 다만 공간은 25+1개인데, 자세한 건 아래에. 아래에 해당 전시에 대한 홈페이지 링크를 연결해둔다. 이번에도 모든 방을 다 적는건 불가능할 것 같고, 인상깊었던 방 위주로 정리해볼 예정.

 

Re;Collective 전시 페이지 바로 가기

 

01

RE:CODE Zone 1층 - 1번~5번 방

 

- 1번 방에서는 래코드 브랜드의 역사가 담긴 짧은 영상이 반복하여 재생되고 있었다. 약 3분 정도? 되려나? 긴 영상은 아니지만, 전시장 첫 전시물 혹은 공간에 항상 사람들이 몰리는데 이 곳에 3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동영상이 재생되는건 조금 아쉬운 부분.

 

- 2번 방은 래코드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 브랜드의 역사가 10년이나 되었다는 것을 이 방에 걸려진 작품 수로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본격적인 첫 전시장이다보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상세하게 보진 못했는데, 해당 제품이 어느 시즌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브랜드의 역사가 확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좁은 공간이라 시즌을 나누어 전시하는건 복잡했을듯 하고, 라벨에 연도가 적혀있었다면 약간 보물찾기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미 라벨에 여러가지 정보가 적혀있었을 수도 있음. 상기 기술하였듯이 자세하게 보지 못했던터라...)

 

- 3번 방이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는데, 한복과의 콜라보는 요즘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만 이를 한국식 제례와 연결하여 해석한 구성이 신선했고 이 전시 의도와도 잘 연결되어서 좋았다. 특히 장례 의상은 별도 공간에 두고 삼베 휘장을 늘어뜨려놓아, 휘장 너머로 장례의상이 희끄무레하게 비치고 조심스레 휘장을 걷어보면 상세하게 옷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 구성도 기억에 남는다. 다른 제례와 다른 '장례'의 특성을 공간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 5번 방은 에어백의 들숨과 날숨, 빛의 명암이 교차되는 재밌는 작품이었다. 전시관의 한계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전시이기도 했는데, 더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이 작품을 보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예전에 다른 장소에서도 같은 전시를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그 때 보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전시장소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 설치미술 형태의 경우에는 더 그렇지만, 일반 작품들도 이런 경우들이 있지. 덕수궁에서, 과천에서, 서울 전시관에서 본 이상의 '친구의 초상'이 온전히 같은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0123456

RE:CODE Zone 2층 - 6번~10번 방

 

- 6번 방은 2023년의 래코드 컬렉션. 비닐이 씌워진 것을 보니 확실히 나중에 팔 제품이구나 싶었다. 1번 방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노력했구나 싶었지만, 옷들이 방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에서 마네킹을 한 가운데 두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가 보면 옷이나 마네킹을 건드리지 않고 방 한바퀴를 돌 수 있는 동선이 나오지 않는다. 저 방을 둘러보았을 때에는 나 혼자서만 방에 있었음에도 그렇다. (좁아서 다른 관객이 미처 들어올 엄두를 못냈을수도 있다) 1번 방처럼 옷걸이는 한쪽 벽에만 설치하는게 맞지 않았을까.

 

- 7번방은 라코스테 전시장이었는데, 라코스테의 브랜드 컬러인 초록색이 복도에서부터 방 안에까지 이어져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초록색 뿐...

 

- 10번 방은 하이브 인사이트. 근데 25개의 방 중 유일하게 왜? 라는 의문점이 계속 생긴 방이었다. 방탄소년단이 직접 입었던 의류를 왜 굳이 가공해야 하는거지?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 그대로도, 아니 오히려 그대로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옷 한벌 나누어서 수많은 가방에 패치로 달랑 달려있는거, 그냥 굿즈 파는거 이상도 이하도 아닌거같은데...

    거기다가 방탄 옷 한벌로 수십개의 새로운 가방이 만들어지는데,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가방 소재는 그냥 새것이다. 굿즈, 그것도 방탄이 착용하던 옷이 담긴 굿즈를 일상생활에서 착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소비를 하나 더 하게 만드는 셈 아닐까? 그냥 집에서 그냥 방탄소년단이 입었던 의류를 그대로 팔거나, 전시관에 전시하거나 하는게 환경에 더 일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0123456

RE:CODE Zone 3층과 옥상 - 11번~14번 방

 

- 11번 방에서 키링 만들 수 있던데 못들어가서 아쉽.

 

- 12번 방도 기억에 남는데, 오래된 옷을 리폼하여 입는다는 것은 업사이클링의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지만 여기에 서사를 부여해서 '단 하나의' '소중한' 옷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이 곳에서 리폼된 의류에 '1'이라고 써진 라벨을 붙여주는 것 또한 매력적이었다. 나도 어머니 옷장에 있는 옷들 중 몇몇을 리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리폼 전후 사진을 비교할 수 있는 리폼 자료집도 있었는데, 해당 서비스 이용시 이 자료집까지 제공되는 것이라면 꼭 한번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

 

- 3층에서 옥상쪽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굉장히 좁은데, 거기다가 계단 끝나는 지점에 전시 관람을 위한 QR 코드를 붙여놓으면 여기에서 병목현상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지 않을까요...? 왜 QR코드를 여기에 배치했는지 알 수 없다. 아니, 배치할만한 공간이 거기밖에 없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기 계단도 좁고 옥상 공간도 좁은데 이 불안한 공간과 불안한 공간이 만나는 지점에서 병목현상이라니, 진짜 이건 까닥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는 동선인데. 차라리 이 공간에는 QR을 부여하지 않는게 나았을듯.

 

0123456

Friends Zone 1층 - 15번~18번 방

 

- 15번 방은 아워 레이보의 '우리의 죄' 라는 이름의 전시. 이전에도 살짝 적었지만,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새겼으면 하는 주제였다. '이런게 다 죄야?'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환경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고 특히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불필요한' '과한' '욕심의' 결과물들이 쌓이고 쌓이는 것이 죄임을 알아야 한다. 블랙 유머같지만,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이 행동이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주는지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에 나오는 신이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 함이 어느 의미에서는 맞는지도 모르겠다. 미각에 눈을 뜬 죄, 몸가리개를 발명한 죄.

    다만 이 전시를 본 사람들이 각자 적은 나의 죄를 보면, 이 전시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꽤 많아보였다. '환경'과 관련한 나의 죄가 아닌, 인간관계라든가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 부족에 대한 반성 등이 꽤 보였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전시라 의도를 오해할만한 부분도 있었다고 본다. 다만 이 경건해지는 공간에서 자신의 죄랍시고 '군대에서 후임들을 괴롭히지 않은 것입니다' 따위를 적어내는 저속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그마저도 한국사회를 여실히 반영하는 지점이긴 하다. 자신의 무지, 그리고 졸렬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

 

- 16번 방에는 플라스틱 가구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는데, 친환경 플라스틱의 사용을 지향하고 있단다. 잘 모르니 뭐 그런걸로 하자.

 

- 17번 방 작품을 착용할 수 있는 줄 몰랐는데! 알았다면 물어보고 착용해볼걸. 물론 내장기관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라 실용적이지도, 일반적인 기준에서 아름답지도 않은 가방이지만, 이렇게 한번쯤 경험해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니까.

 

012345678

Friends Zone 2층 - 19번~21번 방, 휴게실

 

- 19번 방에는 짚으로 만든 코끼리 신발이 놓여있었다! 커다란 건 할머니코끼리, (상대적으로) 작은건 손자코끼리라고 한다! 코끼리의 형체 자체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동물의 발을 상상한다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귀엽다니! 코끼리는 젤리가 있을까? 없겠지? 아마?

 

- 20번 방은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의 가구라고 한다. 아마 기능적으로 잘 맞춰서 자르고 붙여낸거겠지? 별도의 정보 없이 가구만 보았을 때에도 유려하고 아름답다. 작은 사이즈의 가구모형은 어디서 팔면 꼭 사고싶을 정도로 귀엽기도 하다.

 

- 2층 4개의 방 중 하나에는 휴게실이 있었다. 별도의 방 넘버가 부여되지는 않은 공간이지만, 래코드 브랜드에 대한 서적이 몇 권 비치되어 있어서 편하게 앉아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전시관들 못지 않게 래코드에 대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패션과 업사이클링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던 공간. 심지어 아주 푹신한 의자에서! 편하게 앉아서! 쉬면서! 볼 수 있었다.

 

012345

Friends Zone 3층과 옥상 - 22번~25번 방

 

- 22번 방은 귀여우면서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전시. 말랑말랑 이라는 단어가 우선 너무 귀여웠고, 벽에 마구잡이로 붙여놓은듯한 오브제와 설명이 마치 다이어리 꾸미기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 해서 친근했다. '환경에 무심했던 마음에 불편함이 생기길 바라며' 라는 구절 또한 와닿았다. 벽에 엑셀과 유사하게(엑셀과는 행과 열의 넘버링이 반대이긴 하지만) 배치한 도표도 기억에 남는다. 각 표 안에 있는 컨텐츠에 대해 오른쪽에 설명을 붙여놓아서, 컨텐츠를 보고 해당 컨텐츠의 좌표를 가지고 설명을 찾아볼수도, 반대로 설명을 먼저 읽고 궁금한 컨텐츠를 찾아볼수도 있게 만들어 두었다. 개인적으로는 컨텐츠를 먼저 보았을 때에는 뭐지? 싶었던 부분들이 설명을 읽으며 해소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흥미유발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4번 방은 폐기된 학교의자를 다시 살려 각각의 꿈과 기억에 맞게 재구성한 작품들이었다. 여러 작품들 중 음악애호가의 의자가 가장 재미있었고, cd플레이어가 거치된 콘솔 뒷편에 놓여진 CD들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났다. 뮤즈와 검정치마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뮤즈 CD에 적힌 군대 정보?를 보며 아 군대에도 이걸 들고가셨구나 싶었음.

 

- 25번 공간은 비료 냄새? 톱밥 냄새? 아무튼 이 공간에서 아주 강한 향이 계속 새어나와서 견디기 조금 힘들었던 곳. 타이어 그네에 앉아보려고 바로 앞까지 들어가봤는데, 생각보다 식물들이 빽빽해서 그네에 타려면 허리를 숙이고 몸을 접어서 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네는 포기. 대신 옥상 한 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시 신사쪽 옥상 경치를 바라보는 것으로 이번 전시관람을 마무리.

 

01234567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