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21201]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eunryeong 2022. 12. 5. 09:20

아직 써야할 후기들이 산더미지만, 컬러풀한 사진들을 보며 조금 힐링하려고 일단 요거부터 적어본다. 이번에는 사진을 좀 많이 올리고(물론 최대한 많이 쳐내긴 했지만), 글은 짧게 적을 예정.

 

 

- 프랑코 폰타나 전시장 입구는 요렇게 예쁘게 만들어져 있었다...인줄 알았는데 요기가 입구가 아니었다. 표 사고나서 여기로 들어가려고 하니 매표소 직원분이 거기 아니라며 다급하게 외치시더라 ㅎㅎㅎㅎ 전시장 입구는 여기랑 반대쪽이니 헷갈리지 마시길. (나만 헷갈린걸지도...) 포토존으로 요기 괜찮은듯.

 

 

- 전시장 내부는 아주 선명한 컬러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부 장소에서는 투명한 판넬이(이름 까먹었다... 뭐였지???) 다소 이질적이고 도회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전시장은 그저 컬러가 채워진 벽면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구성. 미술관하면 떠오르는 하얀, 혹은 짙은 남색의 벽 보다는 이게 폰타나 작품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스타그래머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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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벽면을 잘 찾아보면 색상이랑 이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찾을 수 있다. 전시장 돌아다니면서 찾지 않아도 출구쪽에 색 이름이랑 QR까지 모아둔 박스도 있으니 너무 연연하지 않으셔도 된다. 왜냐면, 중간에 저게 붙어있지 않은 벽도 있거든... 파란색 벽의 색 이름이랑 플리 찾고싶었는데 결국 못찾았던 기억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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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사진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자연이지만, 아주 멀리서 전경을 찍은 것이라 언뜻 보면 색의 덩어리와 경계의 선만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무엇을 찍었는지 짐작조차 어려운 작품도 있다. 아래에 있는 작품은 중간의 하얀색 선 3개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수평선은 하나일텐데, 그럼 다른 두 개는 뭐지? 

 

 

- 요건 컬러조합이 우크라이나 국기랑 똑같아서 찍은 사진. 요 사진이 걸린 벽면쪽에 나란히 있었던 작품 몇 점이 전부 아래는 노란 들판, 위에는 파란 하늘로 구성된 사진들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술관에서 이 색조합의 작품들을 자주 접하는듯한 기분이 드는데.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까.

 

 

- 아쉽게 색 조합 순서가 달라서 이탈리아 국기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스러운 사진을 포착.

 

 

- 이런 식의 3단 구성을 꽤나 좋아하는데, 심지어 밝고 선명한 블루톤마저도 완벽하게 내 취향이다. 왠지 중간에 있는 천막이 걷히고 영화 '만추'의 영화 속 영화 장면이 나와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전시 포스터에도 나온 작품.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사진으로 구현해낸 듯 하다. (지난번 일기에 간략하게 적어둠) 호크니와 호퍼의 작품을 볼 때마다 몬드리안의 추상화를 한꺼풀 벗겨내어 추상을 현실의 사물들을 통해 구성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니 그 둘의 작품이 조금 더 복잡해보인다. 한편, 이 작품의 이름이 'VENICE-LOS ANGELES'인데 두 곳에서 같이 촬영한 작품일 수 있나? 포토샵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고전적인 포토샵 기법(?)인 사진 오려붙이기는 있지 않았으려나? 하고 이 사진의 제목에서 유추해본다. 그게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만약 다른 두 공간에서 찍은 사진을 붙인 것이라면, 저 건물의 그림자 부분들은 어떻게 처리했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림자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라면 각도를 대체 어떻게 맞춘 것일지 더더욱 궁금하다.

 

 

- 이런 식의 3분할도 매우 좋아합니다. 저 복잡한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이렇게 단순화할 수 있는 구도를 찾아서 사진을 찍어낸다는 것에서 이 작가의 역량과 구도에 대한 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집요하게 바라봐야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구나.

 

 

- 삐뚜름한 사선 구도도 매우 좋아합니다. (이쯤되면 좋아하지 않는 구도가 있긴 한가 싶지만...) 전체 사진 구도야 사진 현상할때 인화지 이리저리 돌려가며 실험하면 된다지만, 하필 뉴욕에서, 하필 사람들이 건너는 순간에, 하필 노란색 택시 여러대와, 하필 노란색 천으로 덮은 트럭이 프레임에 잡힌다는게, '하필'로 설명 가능한 일은 아닐테지. 오랫동안 저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순간을 봐왔을 것이고, 적당한 순간을 기다려 인내 끝에 얻은 결과물이라는게 아주 잘 보이는 사진. 거기다가 이 사진은 1985년,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에 찍힌 사진이다. 마구 셔터를 누르기에는 필름값이 만만찮았을 거란 이야기다.

 

 

- 투명한 벽 위에 배치된 시카고 마천루의 사진이 너무 잘 어울려서 한장. 미술관 벽면과 작품이 마치 한몸같이 보인다. 반듯반듯한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 앞에 서계신 신사분의 포즈가 콘트라포스토스러운 것도 묘하게 어울린다.

 

 

- 그냥 바닥사진 한 장인데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아이쿠, 잘못 그었네 (슥삭) 대충 이런 흐름이지 않았을까. 귀엽네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