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상 기록

[221201] 메타 패션 쇼케이스, 프랑코 폰타나 사진전, 홈테이블 데코페어

eunryeong 2022. 12. 3. 11:40

1. 오늘은 오랜만에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향했다. 메타패션 쇼케이스가 있어 나름 이른 아침부터 준비하고 길을 나서, 11시 경에 삼성역에 도착. 쇼케이스 장소는 섬유회관이었는데 전체적인 쇼케이스 장소의 동선이 좀 많이 아쉬웠다. 첫번째로, 3층에서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상을 약 십여분? 가량 본 후, 2층으로 내려가 기술체험을 하러 가는데... 3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2층 전시장이 먼저 보이고, 3층에서부터 들어가야 한다 이런 안내도 명시적으로는 없다. 데스크에 물어보니 3층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 뿐. 그리고 공간 구성도 아쉬웠던 점이, 2층 전시장의 1/3 가량을 10개 브랜드의 의류 전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메타버스 관련 기술들을 보여주는 다른 부스와 이질감이 심해서 대체 왜 같은 공간에, 그것도 이렇게 좁은 공간에 굳이 같이 두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쇼케이스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대형 스크린으로 본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패션쇼 영상은 옷감의 질감까지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높은 퀄리티의 재현이었지만, '패션쇼'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 쌍방향이 아니라는 점에서 굳이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필요했나? 더 나아가서, 3D 가상세계의 패션쇼를 만들어 내는 것과 그냥 패션쇼 영상을 찍는것 사이에 유의미한 경험의 차이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멈출 수 없었다. 2층 전시장의 기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패션, 즉 실존하는 인물의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옷들을 시착해보고 맞춤 옷을 주문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기술력이 생각하는 만큼 따라가지는 못했다고 본다. 바디스캔을 통해 체형을 파악하는 기술은 꽤나 괜찮아 보였는데, 체험장에서는 옷을 입고 재야하니 오히려 실제 체형에 근접하지도 않은 더미가 나오는 것을 앞 사람들의 체험을 통해 확인해버려서 줄 서있다가 그냥 포기했다. 체험줄이 너무 길기도 했고.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제일 안쪽에 위치한 개인별 맞춤 프린팅 의상제작 업체는 엄밀히 이야기해서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랑 딱 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개인별 맞춤 주문제작형태에 가깝다면 가깝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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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성역까지 온 김에 마이아트 뮤지엄에 들러 프랑코 폰타나 사진전을 관람하러 다녀왔다. 여기저기서 할인받을 수 있는 경로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려고 하니 만팔천원...?? 입장료 비싸구나... 미술관이라고는 맨날 국립 시립미술관만 다녀서 잘 몰랐었는데. 사실 이 곳에서 다른 작가의 전시를 하는 줄 알고 갔었던 거지만, 이왕 온거 그냥 봤다.

    사진전은 굳이 찾아보지 않는 편이고, 특히 컬러풀한 사진을 예쁘장하게 갖춰놓은 전시회는 딱히 가보고 싶었던 적이 없어서 나름 인기를 끌었던 사진전 중에 직접 가본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생각보다 꽤나 만족스럽게 관람했다. 컬러풀한 색감을 보고 최근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1970년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의 연도를 보면서, 동시대 에드워드 호퍼나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려낸 복잡한 현실 세계의 단순화를 사진으로 구현해낸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회화에서는 화가가 캔버스 속 세계를 직접 창조하면서 디테일을 덜어내는게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사진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선택적으로 카메라에 담아야 하기에 디테일을 잘라내고 촬영할 수는 있어도 뷰파인더 안에 있는 디테일을 '별도의 잔기술 없이는' 없앨 수 없다. 여기서의 잔기술이란 필름카메라 시대부터 존재했던 수동 포토샵 기술들. 사진 두 장을 이어 붙인다거나, 인화할 때 사진 일부분만 빛을 가린다거나, 혹은 인화된 사진을 살살 긁어낸다거나 등 사진이 발명된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사진을 왜곡하고 사람들을 속이고자 갖은 노력을 다 했다. 홈즈의 아버지 코난 도일이 얼마나 허접한 조작사진에 속아넘어갔었는지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지만, 한편 그런 조잡한 사진에도 넘어간 것은 코난 도일이 요정의 존재를 믿고싶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암튼 사진에서 그려내는 세상은 그림보다 오히려 더 많은 선택과 고뇌가 필요한 법이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보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복잡한 것에서 단순함을 찾아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우니. 그럼에도 아주 멋지게, 작품이 만들어진 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명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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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점심식사 후 코엑스에서 열리는 홈테이블 데코페어에 들렀다. 너무나도 많은 부스가 있어서 다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지치는 곳. 부스가 아주아주아주아주 많았고, 분야도 굉장히 다양해서 전체를 다 꼼꼼히 돌아보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전체적인 부스 배치는 입구 근처에는 관련 기술, 인테리어 및 가구 기업체가 있었고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소품, (아마도 인테리어를 위한) 예술작품, 생활용품 부스들이 위치한 전형적인 박람회형 배치. 물건을 구입하기보다는 슬쩍 둘러보며 새로운 기술들, 공간 트렌드들을 보고 싶었는데 부스들이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이런 부분을 파악하는게 영 쉽지는 않았다. 소품들은 오히려 사고싶은게 딱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따로 구입한 게 거의 없었다. 핸드 임프레션 부스에서 예전에 뵌 분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룸 스프레이 하나를 사온게 전부. 대신 예상치도 못하게 인테리어 및 건축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곳에서 40만원치를 질렀... 책은 무거워서 안사려고 했는데 집까지 배송을 해준다기에 어라라? 하고 그냥 질러버렸다. 사고나니 좀 비싸게 샀나 싶기도 한데 일단 집에 있으면 여러가지 자료로 사용 가능하니까. 근데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아닌데 단순 취미용으로 도면이 가득한 책을 40만원치 지르는게 말이 되나 싶고... 암튼 저렇게 책을 왕창 사고, 또 음반을 파는 곳에서 세르주 갱스부르 LP판이 보여서 고민 끝에 또 하나 사고. 아니 LP판 겨우 서너박스 가져오신거 같은데 왜 세르주 갱스부르 앨범이 3개나 포함된거죠? 누가 저걸 산다고? (의 '누'를 담당하고 있긴 합니다만) 정말 예상치 못한 출혈으로 너덜너덜해지고, 광활한 전시장을 부츠 신고 누비느라 내 발바닥도 너덜너덜해짐. 피곤해 쓰러질것 같았지만 그래도 성과가 꽤 커서 기분은 좋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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