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chive/(2022 Nov) 30일 챌린지 - 노래

Day 19. 드라이브할 때 듣는 노래 - 이브, Come On (1999)

by eunryeong 2022. 11. 19.

30 Days Song Challenge

DAY 19 : a song to drive to

이브, Come On (1999)

 

    차가 없다. 아니, 그 전에 면허도 없다. 고로 드라이브할 때 - 라는 사전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신 친구가 드라이브 할 때 내가 틀었던 선곡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친구랑 내가 같이 듣는 곡이라면 당연히 둘이 같이 좋아하는 가수가 먼저 생각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역시 답은 이브여야만 한다.

    이브를 처음 알게 된건 중학교 2학년때, 그 무서운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의 시기에 운명처럼 아가페라는 곡을 만났다. 중2중2한 내게 드럼이 쿵쿵 울리고 전자기타가 지지징거리며 현악 스트링이 띠리리링 하는 곡은 처음이었고,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다니! 하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직까지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할 정도. 이후로 내 음악 취향이 아이돌 음악에서 락으로 변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듣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이브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나는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이브라는 그룹의 역사가 참 묘한게, 김세헌씨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프로듀서인 G.고릴라를 필두로 고정멤버체제가 4집까지 이어지고, 이후 5집부터는 다시 솔로 프로젝트화 되면서 객원멤버가 여러번 바뀐 그룹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브라는 그룹은 김세헌씨 그 자체이겠지만,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이브의 음악은 대부분 고릴라씨가 작곡한 곡이다. 이걸 빼놓고서는 그 당시 이브의 인기를 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좋아하고 추억하는 이브의 모습 또한 고릴라의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한 이브였다.

    이브의 많은 곡에서도 이 곡을 고른 이유는 운전할 때 가장 듣기 좋을법한 곡이라서였다. 운전하면서 아가페처럼 웅장한 곡을 듣기에도, 아비데어처럼 벅차오르는 곡을 듣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느릿느릿하게 전개되는 너 그럴때면은 더욱 더 안될 말이다. 딱 적당한 템포와 음정, 가사로 운전하면서 감정의 동요를 크게 일으키지 않는 곡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내가 운전을 직접 하지 않아서 잘못 판단한 것일수도 있다.

    덧. 오랜만에 이 곡을 들으니 김세헌씨가 이렇게 노래를 못했던가...? 하는 물음표가 생겼다. 때문에 다른 이브의 라이브를 주욱 이어서 듣고 있는데, 이분 락보컬 하시느라 높은 음, 그로울링만 연습하셨는지 높은 음역대는 나름 잘하시는데(물론 절대적인 보컬 실력은 많이 부족하다) 낮은 음역대는 좀 성의없게 느껴질 정도로 노래가 멋대로 나간다. 아조씨 박치인건 알고 있었지만 음치는 진짜 안되잖아요... 물론 20년전 영상에 대고 이야기해봤자이긴 한데... 그치만 그럼에도 이브를 좋아했던건, 김세헌씨의 음색이 그 어떤 보컬도 대체할 수 없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음색만 놓고 봤을 때 김세헌씨와 롭 토마스, 이 둘만큼 내 귀에 때려박히는 보컬은 없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