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제목을 처음 보고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종잡을수가 없었고, 극장 로비에 걸린 '어린이 여러분'이라는 문구를 보니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극을 보고 나온 후 이 제목의 직관적인 의미는 조금이나마 이해했다만 아직도 그 함의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 2시간 가량 아주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는 이 연극은 한껏 웃을 수 있지만, 그렇게 웃고 있는 마음 한 켠이 자꾸 불편해지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더 나은 삶을 희망하는 아주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부부이다. 그들은 결코 파렴치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누구라도 흔들릴만한 거래를 경험한 후 조금씩 '현실'과 타협해간다. 그 타협은 극 중에서 아주 과장되어 있지만 결코 이해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아예 없었던 일도 아니다. 관객들은 극장을 나오며 이상하게 찝찝한 기분을 되뇌이며 생각한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은 너무 뻔한 답이라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내 삶에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 타협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을까?
- 빛나는 버러지 그 자체, 효과적인 처리방법의 연구를 통해 태어난 욕탕에서의 대량 '처리 시스템', 그리고 가구에 앉았을 때 버러지들이 느껴지는 부분은 홀로코스트가 생각나는 지점. 아들의 돌잔치에서 보여주는 신경쇠약 증상은 맥베스가 연상되는 지점. 좀 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읽고 싶은데 자료가 없다. 프로그램북은 언제 나오나!ㅠ
- 무대랄게 딱히 없다. 사진에 보이는 저 하얀 바닥과 커텐이 쳐진 뒷벽이 전부. 벽과 바닥이 잠시 빛났다가 돌아왔다가-가 무대의 전부. 아주 심플하다.
- 황석정 배우는 일리아드에서 보고 이번이 두번째. 배우가 맡은 이 미스테리한 인물은 메피스토펠레스나 비틀쥬스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이상하지만 엄연히 현실적인 인물로 느껴지도록 연기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송인성 배우, 배윤범 배우는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는데 두분 역시 멋진 호흡을 보여주었다. 특히 후반부 파티 장면에서 여러 인물을 빠른 템포로 계속 바꿔가며 연기하는 부분이 백미.
- 이런 저런 이야기를 약간 곁들였지만, 일단 이 연극을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여러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재밌다. 개인취향에 따라 극에 대한 평가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이 극에 대해 불호는 많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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