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상 기록

[221231] 2022년의 두서 없는 마무리

eunryeong 2023. 1. 3. 09:41

1. 2022년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완전히 비우고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신청하게 된 뷰클런즈 pause의 시간. 뷰클런즈는 윤소정님을 통해 알고 있던 공간이었지만 거리가 있다보니 직접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0시 30분에 시작하는 프로그램 시간에 늦지 않도록 9시에 집에서 나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안 쌀쌀한 겨울 아침의 공기가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쳤다. 뷰클런즈에 도착해 2층 공간으로 올라가 짐을 풀어놓고, 공간을 잠시 둘러보고, 이 시간동안 무엇을 할지 잠시 생각해보고. 그렇게 짧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프로그램의 취지와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듣고, 오늘의 휴식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카드를 한 장 무작위로 뽑았다. 큰 고민 없이 가장 가까이 있는 카드를 집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나를 잘 설명하는 카드가 나왔을까 싶었음. 사실 아까 공간을 둘러보면서 여기 있는 카드들도 몇장 뒤집어봤는데, 그다지 와닿는 카드가 많진 않았거든. 이런걸 보면 인연, 운명이라는 걸 좀 믿게 되는것 같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 뷰클런즈의 가장 큰 대원칙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란 없다'.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PAUSE의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한편,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거의 다 하면서 살아온지라 단순히 저것 만으로는 내 머릿속을 비우는 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눈에 보이는 것들을 아무 생각없이 한줄씩 적어보기로 했다. 삶의 자양분으로 삼을 인사이트가 아닌, 그냥 아무것도 아닌 발견들. 별건 아니지만 이날 적었던 한줄씩의 내용을 아래에 옮겨본다. 참고로 노트에 그림을 그려놓았던 건 어떻게 옮기기가 어려워서 간단히 설명만 적는다. 다 적고보니 약간 정신이 나간것 같지만 무의식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 이해해주시길.

 

1. Le Briller 브런치 카페의 간판 - e 아래에 둥근 선이 그려져있어

2. 하얗고 동그란 간판. 귀여워-!!

3. 침대의 뼈대같은 초록색 벤치 의자.

4. 2x2 배열로 적힌 일 방 통 행(그림 있음) -> 읽기가 어려워...

5. 흰색 빨간색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보행로 패턴(그림 있음)

6. 성재- 자랑스럽다!!

7. 옥상에서 한층 더 올라가야 나타나는 비밀공관과도 같은 옥탑.

중 대 선 언 - 비투비 MD 포기 (아마도 이거 적을때 이미 줄이 길다는 소식을 접한듯)

8. 아주 오래된 세탁소 간판- 백조세탁. '세탁' 글자가 너무 낡아서 보이지 않을 정도- 

    Q. 근데 세탁소는 어딨지?

9. 스웨덴 국기 색상과 문양의 플래그.

10. 창문- 액자형 모양의 창문. 소나무가 보이는-

11. 벽돌이 드러난 작은 방. 왜 노출시켰을까-?

12. 천장이 반듯하지 않다-

13. 의자가 짱 편해- 소파만세-

14. 사진 액자가 잔뜩 걸린 방의 새소리- 스피커는 어디에?

        1-1. 철썩이는 파도

        1-2. 웅크린 소년

        1-3. 일렁이는 물결

        1-4. 두 사람

        1-5. 모래사장

        2-1. 바다, 석양 - 눈을 통해서 본-

        2-2. 파도, 거품

        2-3. 아이, 바다, 돌

        2-4. 바다 / 돌

        2-5. 사람

15. 소파 아래 비밀공간에 있던 만화책- 왜 비닐도 안뜯어진 채 있는거지? 뭔가 내 취향은 없. 바쿠만 오랜만에 다시 봄.

16. 커다란 테이블 가운데 나무 하나. 그 아래 자그마한 새싹들- 무슨 식물의 싹일까?

17. 낙서하기 좋은 종이- 다른 유형의 종이들도 있었다면-

      트레이싱지, 하얀 미끌미끌한 종이

      낙서하기 오히려 어려운 종이는? ㅋㅋㅋ

18. 싱잉볼- 하나 사고싶다...

19. 패딩 바스락거리기 좋다- 촉감 폭신폭신 마음에 들어-

아 아 아 아 ----------------------------------------------------------

Ah Ah Ah Ah -------------------------------------------------------

자 안대고 반듯한 줄 긋기-

노래 들은대로 따라 그리기-

 

0123

2. 뷰클런즈 프로그램을 마치고 바로 비투비 콘서트장으로 이동했다. 콘서트장에 도착해도 아직 공연 시작까지는 한참 남은 시간이었기에 일단 식사를 하고, 멜로디존에서 포카를 받고(이 날은 서은광씨 사진이 나오지 않았지만 마지막 날 서은광씨 사진이 나왔다! 따라서 아래 사진은 사실 1월 1일 사진이지만 소설적 허용으로 여기에 같이 올린다) 스탠딩 팔찌 교환하고, 바로 패딩 벗어서 가방 짐이랑 같이 물품보관소에 맡겨버리고 카페에 들어갔다가 스탠딩 시간에 맞춰 줄 서서 입장. 정신없었다 정신없었어. 비투비 콘서트 얘기는 따로 후기를 적었지만, 파랑파랑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 콘서트장 사진도 올리고 싶어서 간략하게나마 이 날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01234

3. 콘서트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여느때와 다름 없이 서대문역에서 내려 갈아탈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 도착예정시간 안내판에 전부 '우회'라는 빨간 글자만 보였다. 아니 버스들이 죄다 우회를 한다고? 이 루트라면 광화문을 지나오는 버스들인데, 설마 이 저녁까지 집회를 하느라 그런건가? 하며 온갖 생각을 하다가, 깨달았다. 아 오늘은 12월 31일이구나. 종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있구나. 네이버 길찾기만 믿고 온 내 잘못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스탠딩 공연 3시간 반 + 대기 1시간 반 + 지하철에서 서서 30분을 버틴 터라 발바닥이 말이 아니었는데, 택시를 잡아타고 가자니 귀찮고(버스 타러 20분 30분 걷는 것보다 택시 잡는걸 더 귀찮아하는 편입니다) 버스를 타자니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간신히 20분정도 걸어서 다른 버스를 탔는데, 집에 도착하니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 자기 전에 급하게 족욕을 했다. 그것도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서 무릎 아래쪽만 침대 아래로 내려서 족욕기 안에 넣고 무릎 위는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로. 이 긴급처방 덕분인지 다음날에 그나마 쌩쌩하게 걸을 수 있었고, 족욕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족욕 자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