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상 기록

[221217] 2022년의 LG아트센터 마지막 방문과 이것저것 성토

eunryeong 2022. 12. 17. 22:04

1. 오늘도 LG아트센터,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LG아트센터 방문. 지난번에 예매해 둔 패키지 공연 일정이 드디어 오늘 마무리된다. 솔직히 예매해 둔 것들 중 첫 공연이었던 알 디 메올라 재즈트리오 공연도 못가고 지난주 일요일이었던 파보 예르비 공연도 못갔지만... 그래도 이 정도 출석률(?)이면 선방인 셈. 이번 기획공연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는데, 내년 기획공연은 어떨지 또 기대된다. 일정은 언제쯤 나올라나.

 

2. 이번에 공연장을 옮기면서 기획공연 프로그램에서 달라진 점이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이전에도 언급한 적 있는 공연장의 분화. 1천3백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상대적으로 작은 소형 공연장을 듀얼로 운영하기에 가수들의 공연 대관이 조금 더 용이해질듯. 다른 하나는, 교육 프로그램의 신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과 같은 공공기관들은 차치하고서도, 두산 아트센터처럼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공연장들이 몇 곳 있는데 비해 LG아트센터의 경우 역삼에서는 공연 이외의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지 않았었다. 이번에 마곡으로 옮기면서 클래스룸이 3개나 생겼는데,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더 활성화할 예정인듯.

    오늘 다녀온 프로그램은 건축탐탐이라는 성인을 위한 강연 프로그램으로, '세계의 공연장 건축'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2시간이 넘는 강연시간동안(난 여태 교수님들의 강연에서 한번도 제 시간 내 강연이 마무리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ㅎㅎ) 공연과 공연장,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졌고, 일회성 강연인지라 건축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거리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하신 듯 했다. 조금 더 건축에 포커스를 맞춘 강연이길 바랐던 지라 조금 아쉽긴 했지만, 처음 이름을 접한 다양한 공연장들을 보는 것도, 이미 들러본 공연장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은 것도 좋은 수확이었다. 원래는 여기에 간단하게 내용을 옮기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정리하는 게 낫겠다 싶다.

 

3. 저녁에는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을 보고 왔다. 2022년 LG아트센터의 마지막 기획공연이자, 대학로에서 이미 재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극이라 기대가 컸다. 오늘 본 공연은 그 기대를 200% 충족해주었을 뿐 아니라, 내 공연 취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공연을 본 후 집에 와서 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LP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오늘의 일기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아마 곧, 하나 둘 리스트에 적기 시작하겠지.

 

4. 공연장 건축 관련 책을 찾아보려 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화가 치밀어올라서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교보문고 사이트는 대체 왜 저따위가 되었을까??? 너무 느리고 화면배치도 이상하고 검색어 입력하면 딜레이가 1초 이상 생긴다. 과장이 아니다. 정말 타이핑만 하는데 타이핑 시점과 글자가 화면에 나타나는 시점 간 1초 이상 시간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정말 들어가기만 해도 짜증이 솟구친다. 인터넷 서점 중 가장 좋아하는 회사이기에 아직까지는 최대한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려고 하는데, 계속 이러면 아주 곤란하다. 정말로.

    대체 인터넷 사이트를 어떻게 설계했길래 이따위가 되었을까? 외주를 줘서 저따위가 된걸까? 단위테스트만 하고 통합테스트를 제대로 안했나? 데이터 일부만 부어넣은 개발자 환경에서만 테스트해서, 전체 도서데이터를 넣었더니 감당이 안되는걸까??? 아니면 새로운 사이트 오픈-이 올해 달성목표라서, 실제 사이트 속도랑 사용성은 개무시하고 일단 사이트 런칭만 시킨건가? 이렇게 사이트가 느려터졌는데 매출에 영향이 없나?? 아니면 이미 망해가던 도서시장이라 매출이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암튼 2023년에도 이러면 인터넷서점을 다른 곳으로 갈아타야할듯.

    덧. 너무 화나서 마구 써내려갔던 문장들 중 일부는 지워버리고 그나마 온건한 표현만 남겨둔 점을 밝혀둔다.

 

5.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하차벨을 누르려다 문득 'STOP'이라는 글자만 적힌 빨간 버튼을 보게 되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던걸까. 누구나 어림짐작 할 수 있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버튼을 누르면 다음 정류장에 내릴 수 있도록 버스가 정차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명확하게 표기할 때에는 한국어 표기가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끔은 이 나라의 많은 시스템이 20대~40대의 눈높이에 과하게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로만 쓰여진 몇몇 안내문구와 메뉴판. 인터넷 예약이 아니면 표를 구하기조차 힘든 코레일시스템(그나마 명절 승차권은 현장판매분을 남겨놓고는 있다만), 현금없는 버스, 키오스크, 네이버 혹은 카카오톡으로 날아오는 전자문서들, 인터넷 뱅킹으로 대체되면서 하나둘 사라져가는 오프라인 은행 지점들. 80% 혹은 90%를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닌, 100%를 위한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분야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공공시설(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갈라진 회사들, 혹은 공공보조금을 투입하는 버스 등도 포함된다)만큼은 100%를 지향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