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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30325] 연극 '돈'

by eunryeong 2023. 3. 26.

    세상에 돌고 도는게 돈이라지. 근데 어째서 그 돌고 돈다는 돈이 왜 나한테는 돌지 않는건지 참 알 수 없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회사에서 잘리고 모아둔 돈도 다 쓰고 이제 죽을까 말까 하는 그 순간에 복권이 딱 생각나는데, 참 이상도 하지 그 번개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는 복권 당첨이 딱 될 것만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단 말이야. 그래서 남은 돈 털어서 복권 한 장을 딱 샀지. 샀는데, 그게 말이야, 진짜 당첨된거야! 그것도 1등으로! 3억원의 상금이라지만 세금이네 뭐네 떼고나니 2억이 좀 넘는 돈이데. 그래도 그게 어디야! 내가 돈이 없어 길거리에서 죽을까 말까 하다가 갑자기 2억이 생겼는데! 내 이 부자된 기분 제대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다 현찰로 달라 그랬지. 무겁더라고. 포대자루 하나 가득 돈이 들어있는데, 종이라서 가벼울줄 알았더만, 내가 2억을 얕봤지. 저기들, 돈에 깔려봤어? 돈에 깔려서 '아이고 무겁다, 아이고 죽겠다'라는 경험 해봤냐고. 나? 나야 해봤지. 캬 이게 돈에 깔리는게 말야, 무거운데 무거우니까 기분이 좋은거야. 알아? 가벼운 돈은 깔린다는 느낌도 안들어. 무거우니까 좋은거야. 근데 그 무거운걸 짊어지고 가는데, 골목길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 불안했지. 촉이 딱 오더라고. 아 이거 강도다. 내 돈 노리고 온거다. 낌새를 채자마자 바로 달렸지. 근데 그 무거운 놈을 들고 뛰는데 내가 어떻게 이겨? 강도놈이 돈주머니 붙들고 막 뺏어가려는데, 사정사정을 해도 안놓고 뭘 해도 들어먹히질 않더라고. 그렇다고 내가 내 돈을 어떻게 포기해? 돈주머니 꽉 붙들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탕 소리가 나. 뭐지? 배에서 뜨거운 액체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내려다봤지. 피... 피가 나오네! 저 강도놈이 내 배를 쐈네! 이런 미친... 아니 근데 내 돈은 어디갔지... 아 강도자식 잡히기만 해봐라 내 그냥... 아이고... 내 돈...

 

 

    ...까지 적고, 두번째 인물의 시선에서도 적어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공감이 덜가서인가 딱히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은 그냥 여기에서 마감하기로. 몇 가지 이야기만 더 던져본다면, 돌고 돌아서 돈-이라는 컨셉에 충실한 이야기 구성 재밌었고 배우의 연기가 아주 탁월했다. 혼자서 무대를 완벽하게 채움. 중간에 난 널 원해 노래를 하는 부분은 어째서?인지 잘 이해는 가지 않았음. 포대자루에는 5만원권이 들어있지만 극 중 시대적 배경인 IMF시기에는 5만원권이 등장하기 전이라 묘한 위화감이 들었음. 어쩌면 이 극의 진짜 배경은 1997년이 아닌 2023년이라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5만원권을 쓴 걸지도.(아니면 꿈보다 해몽인건지도.) 마지막 결말부분을 어떻게 낼까 궁금했는데, 역시 좀 아쉬웠다. 돈이 돌고 돌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순환이 탁 끊기는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너무 장황한 독백으로 처리해버려서 내용 이해도 어렵고 공감도 잘 안됨. 마지막에 돈이 든 자루를 무대에 완전히 쏟아부어서 사방이 다 (가짜)오만원권이었는데, 어느 관객 분이 이거 한 장을 들고 나와서 동행인에게 소품 훔쳤다고 농을 치던데. 연배를 보아하니 연극 관계자신듯 하여 그냥 그렇구나 싶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