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이 극은 미국 여행 갔을 때 보려고 했던 작품이었다.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아주 핫한 작품 중 하나였고, 여행을 떠나는 시점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올라온다는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꼭 보고오려고 했다. 그러나 마침 뉴욕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도 식스를 올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응모했던 식스 로터리를 죄다 떨어져버려 미국에서는 이 작품을 보지 못했다. (솔직히 저녁시간이 이미 너무 바빠서 뮤지컬을 더 끼워넣을만한 시간도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이번에 한국어 버전으로 처음 관람을 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 8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단체곡 3+1곡과 솔로곡 6곡을 부르면 금방 공연이 끝난다. 공연시간이 짧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긴 공연보다는 짧은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평일에 공연을 보아도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아서 좋다. 예전에 무리해서 평일(=월화수목)날 렌트를 보러 갔다가 결국 1부 끝나고 집으로 향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지만 렌트가 돌아온다면 평일에도 보겠지 아마...)
- 작품의 타이틀인 식스는 희대의 스캔들메이커였던 헨리 8세의 여섯 아내를 가리킨다. 블러드 메리의 어머니인 캐서린과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이자 런던탑에서 참수를 당한 앤 불린은 워낙 유명하지만, 다른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흐린 편이라 이들의 서사에 대해서는 다소 얕게 알고 있었는데 이 극을 통해 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알게 되어 즐거웠다. 극을 보기 전에도 미리 정보를 좀 찾아갔지만, 극 속에서도 충분히 서사가 잘 전달되어서 미리 예습하지 않아도 크게 어려움 없이 볼 수 있을듯. 물론 헨리 8세가 여섯명의 아내를 두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면 좀 곤란하지만.
- 오늘 본 캐슷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앤 불린 역을 맡은 배수정 배우였다. 왜냐? 렌트에서 코헨 역을 맡았던 렌트팸(내멋대로 이렇게 이름 붙이기로 한다)이기 때문! 기억속의 수정배우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앤 불린 역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섯 아내에게 부여된 넘버들이 각 캐릭터의 성격을 대변하는데, 인기 면에서 다른 아내를 압도하기 때문인지 솔로넘버는 다소 정신없고 어질어질한 (그렇지만 귀여운!!!) 편이라 연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수정배우의 능청스러운 끼쟁이 면모가 잘 드러나서 굿 굿!
-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다섯번째 아내 캐서린의 이야기. 처음에 여섯 아내들이 누가 제일 불행한지 겨뤄보자고 이야기 할때부터 이건 다섯번째 캐서린을 이길수가 없는데...라고 생각했는데, 넘버도 정말... 4절까지 진행되는 이 곡에서 마지막 4절의 처절한 절규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 이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 첫번째 왕비인 캐서린의 시원시원한 노래, 시모어의 애절한 발라드, 클레페의 앤이 부르는 걸크 쩌는 (아마도) 힙합, 유일하게 생존한 마지막 왕비 캐서린의 곡까지. 모두들 캐릭터에 맞는 연기와 시원시원한 노래를 보여주었다! 여섯명의 캐릭터를 모두 캐슷을 맞춰 간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 본 캐슷은 확실히 전부 다 만족! 근데 아마 다른 캐슷으로 보아도 똑같이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궁금해지기도 해서 한번은 더 보지 않을까 싶다. 마침 KT 할인도 하고 있겠다, 회사도 바로 앞이겠다, 바쁜거 빼면(이게 제일 중요하지만...) 안갈 이유는 없는 공연.
- 아 이 이야기는 꼭 해야지. 중간에 한스 홀바인 이름을 비틀어서 하우스 오브 홀바인이라고 부르면서 하우스 음악 나오는거 진짜 이사람들이 미쳤나 생각했음 ㅋㅋㅋㅋㅋ 거기다가 하필 독일에서 신부감 찾을때? 클럽으로 유명한 베를린이랑도 연결되는거 아니냐고 이거 ㅋㅋㅋㅋㅋ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이 웃었던거 같고 이 노래 나올때 신나게 흔들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다음번에는 저 구석탱이 어딘가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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