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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527] 도나 후앙카 개인전 <BLISS POOL>

by eunryeong 2023. 6. 9.

    LG아트센터의 공간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전시. LG아트센터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곳이지만 이번 기회에야 들를 수 있었다. 3월 초부터 열린 전시라니, 일찍 왔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조금 가져보기도. 공간이 굉장히 넓고, 이 공간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미술관으로서는 꽤나 괜찮은 칭찬이라고 생각함) 사용하는 레이아웃이 마음에 든다. 

 

 

    블리스 풀 전시장 입구는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벽 뒤의 공간을 감춰주고, 아래와 같은 의미를 알기 어려운 조각 하나만 덩그러니 놓아둔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얗고 직사각형으로 길쭉한 좌대 대신 자연의 돌을 구해 조각품을 받쳐두었는데 언뜻 보면 어디까지가 조각작품이고 어디가 좌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 좌대는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에 맞춰 한국의 어딘가에서(설명을 들었는데 까먹었다...) 구해온 돌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이 조각품이 다른 좌대 위에서, 다른 모습으로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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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품 뒷편 벽 너머로 들어가보면, 넓은 공간을 마주보고 있는 둥그런 벽 두 개와 거울처럼 반질반질한 동그란 공간이 나온다. 볼리비아계인 작가가 우유니 사막에서 영감을 받아 바닥을 마치 거울과 같이 미술작품들이 비춰져보이도록 맨들맨들하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감히 저 위에 올라가 작품들을 더 자세히 보고자 하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조차도 의도한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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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커다란 벽에 그려진 작품들은 작가가 서울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추상화이다. 키를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되고, 아직 물감이 채 마르지 않았으니 조심하라는 당부에 약간 위축되기도 하고. 서울의 어떤 면을 담은 작품인지 고민해보지만, 작가도 아니고 예술가의 시선도 가지고 있지 못한 나로서는 쉬이 그 의도를 알아채기 어렵다. 그저 다양한 파란색들이 이리저리 칠해진 작품이라 조금 마음이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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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편 벽을 채우는 또 다른 그림 또한, 서울의 그림.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감상은 동일하다.

 

 

    전시기간 초반에 행위예술을 보여주던 누군가들의 흔적. 이마저도 전시를 구성하는 한 요소. 포스팅에 미처 담을 수 없지만, 전시장에서 계속 들려오던 희미한 소리들 또한 전시의 일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