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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506] 발푸르기스의 밤 : 한국의 마녀들

by eunryeong 2023. 5. 27.

    마치 거스러미와도 같은 그녀들의 작품들. 기꺼이 마녀라 불리기를 자처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에 크게 기대를 하고 간 전시는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면 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던 전시.

 

윤석남

    이날 작품이 전시된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일찍이부터 활동한 작가. 아직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전인 1930년대의 작품도 있는데, 한국인으로서의 삶 자체가 고달팠을 그 시기에 한국 여성으로서의 삶은 어땠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노년의 자신을 그리며 빨간 머리와 배경으로 그려낸 것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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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신체의 일부가 딱딱해지는 경화증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작품들. 고치와도 같은 막이 둘러쳐지는 작품을 보며 작가의 세상도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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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조각? 환조? 아무튼 3차원의 부피감 있는 작품들을 주로 작업하는듯한 작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더 따뜻하다고 느꼈는데, 특히 CAUTION이라는 작품에서 주의 테이프가 칭칭 둘러진 두 여인이 서로를 안아주는 형상에 눈물이 났다. 피해자들간의 연대처럼 느껴져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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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헤이리 여신 우마드. 다양한 '여신'의 모습을 작가의 이미지대로 구현하여 사진을 찍었다. 좌측부터 대지와 농경, 사랑과 정열, 분노, 구원과 죽음. 나에게는 사랑과 정열의 여신이 가장 마음에 박혔는데,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

 

 

데비 한

    아 이거 정말 스마트하다!(이 표현 좋아하진 않는데 뭔가 한국어로 정확하게 옮기기 애매해서 그냥 놔둠) 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그리스 로마의 대리석 석상의 색상과 결을 가진 형체들이지만 그들의 몸이나 포즈는 영락없는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이상화된 몸이 아닌, 현실의 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위트있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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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극락도. 한국 전통작품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을 여성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작품. 이런 작품을 볼 때마다, 아 그동안 우리가 본 수많인 작품들이 대부분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구나 하는걸 깨닫게 된다. 

 

 

 

사일런트메가폰

    이 전시의 중심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 그렇군 정도...?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마녀로 지징되는 여성들이 베일을 집어던지고(혹은 불태우고?) 광란의 댄스를 춘다! 가 아주 러프하게 줄여버린 한마디이고. 이런 저런 함의들이 조금 더 있겠지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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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은 전시관 곳곳에 붙어있었던 뉴스 편린집. 역사적인 이야기들과 여성에게 조금 더 의미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편집해놓았고,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연표형태의 자료 좋아해서 일단 다 찍어왔다. 심심할때마다 봐야지. 그리고 나 자신의 연표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나의 2023년은 전환.이라는 단어로 정의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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