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얼마전 소토 무라 전시를 보기 위해 처음 방문했었던 곳. 미술작품 위주의 전시관과는 다르게 건축물 혹은 건축 관련 설계를 위주로 전시를 구성하는 곳이라, 설계도나 모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시간이 블랙홀처럼 사라지는 마법공간 같은 곳이다. 이번에 열린 전시는 무려 서울의 공공건축에 대해 다룬다고 하여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다녀왔다.
전시관 전경과 전시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개요. 다양한 작품들의 설계안과 실제 시공된 사진을 상세하게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모형들은 전시관 가운데에 모아두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모형들이 함께 눈에 들어오는 다소 불편한 부분은 있지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레이아웃인듯 싶다. 모형들을 모아두니 하얀색 혹은 원목으로 만들어진 모형들간의 차이점이 조금 더 쉽게 비교가 되는 듯 하기도 했고.
설계도면이 전시된 공공건축물 중에서는 내가 가본, 혹은 가보고 싶었던 공간도 몇개 있었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는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주 따끈따끈한 장소이고, 공예박물관 또한 최근 아주 핫한 건물이라 이 곳을 방문하기 얼마 전에 잠시 다녀오기도 했다. 두 곳 모두 서울 시내의 미술 관련 공곤건물로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축에 속하는데, 공공건축물의 설계공모가 점점 자리잡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기도 한듯.
설계도면을 구경하다가 공예박물관의 전시관람동선도를 보고 쓴웃음이 지어졌는데, 얼마 전 방문했을 때 일부 전시관을 닫아두어 처음 의도한 동선이 완전히 망가진 데다가, 그로 인해 아예 일부 전시관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도저히 찾지 못해 삼십여분 가까이 빙빙 돌다가 포기한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기존 건물을 이용하여 미술관 혹은 박물관으로 용도를 바꾼 일부 뮤지엄들의 동선도 참 복잡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전시관으로 찾아갈 수는 있었는데, 그다지 넓지도 않은 건물과 전시관임에도 길을 찾기가 이리 힘들다니...하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이 건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또한 공공건축물인데다 이 건물의 가장 윗부분이 넓게 뚫려있어 자유롭게 활용하기 좋다. 이를 이용해서 매년 이 공간을 어떻게 채울것인지 공모전을 여는 듯 한데(국현 서울에서 매년 마당을 채우는 것이랑 비슷한듯) 이 내용은 당선작과 이외 우수응모작을 같이 전시하고 있었다. 많은 포트폴리오들이 열심히 고민하여 내용을 채운 듯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왔던 것이 서울 대청. 대청마루의 컨셉을 서울 한복판에 가져온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지 않나? 나는 신선했는뎅 또 전문가의 시각에서는 달랐을라나 ㅎㅎ 암튼 한국 건축의 전통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실용적인 의미도 있고. 그나마 이 작품이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 역시나 다른 공모작들과는 다르게 '수상작'이라고 적혀있더라. 괜히 뿌듯한 기분도 들고, 그만큼 좋은 작품은 비전공자가 보더라도 확연히 티가 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전시관 가장 안쪽에 있는 공간에는 조선시대?의 건축물 흔적으로 보이는 돌무더기 기초들이 보존되어 있다. 대한성공회주교좌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 중심부중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 공간에서 몇백년 전의 선조들이 세운 건축물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닐 터. 마침 이 공간이 건축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관인데, 가장 아래쪽의 전시관에서 과거의 건축물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재밌는 일이긴 하다.
조금 더 안쪽 공간에는 또 다른 설계안들이 있는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본 뒤라 피곤해서 조금 가볍게 둘러보기만 했다. 결코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밀도있는 내용으로 가득 채운 전시이다보니 작품 하나하나를 소화하는 게 만만히 않다보니... 그 와중에도 눈에 들어온 컨셉이 서서울미술관 설계안이었는데,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전시관이자 건물 건너편의 초록 공간이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보이는 미술관이라는 컨셉 설명이 와닿았고, 이를 지하화한 전시공간과 가장 위쪽에 가로로 긴 창을 넓게 내어 과감하게 시야를 터버린 설계안 구성 또한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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