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렌트의 'La Vie Boheme'이라는 노래에는 번스타인과 손드하임이라는 음악가가 나온다. 이 뮤지컬은 무려 번스타인 작곡, 손드하임 작사인데다 손드하임씨가 이 뮤지컬로 데뷔!했기에 그래 한번은 보자! 생각하고 관람하게 된 뮤지컬. 이 공연은 뮤지컬을 본다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러 간 터라, 자리도 그냥 저렴한 자리 찾아서 들어갔다. 물론 할인이 없었다면 역시 굳이 보지는 않았을 듯.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너무 비싸기 때문에(물론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함) 할인 없이 덥썩 관람하기 쉽지 않다.
- 번스타인이 이 뮤지컬을 작곡한 게 1957년이다. 아마 21세기에 한국에서 공연된 작품들 중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아마도 그래서일테지만, 전반적인 음악의 구성이 오페라스럽다. 단순히 팝 넘버적인 요소가 덜해서만은 아니고, 서곡이 전개되는 방식, 음악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풀어주는 연결, 대화의 티키타카 장면에서의 선율, 마지막 엔딩 등.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와는 많이 다른게, 재즈 선율도 많이 들어가 있고 중간 중간 현대음악 작법을 가지고 온 부분도 보인다. 고전적이지만 오늘날 흔히 연주되는 오페라, 뮤지컬 어느 쪽과도 달라서 더 재미있었던 공연.
-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각색해서 가져왔는데 원작도 사실 일주일간의 치기 어린 사랑 얘기였지만 이 뮤지컬에서는 이틀? 삼일?만에 첫 만남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고 결말까지 이르는게 여간 스토리가 빠른게 아니다. 아무리 10대의 사리분별 못하는 친구들이라 하더라도, 어제 만난 남자가 오늘 내 오빠를 죽였는데!! 그렇게 용서할 수 있나...? 그치만 모든게 극적 허용이지 뭐. 막상 공연을 보는 동안은 굉장히 몰입해서 저런 생각이 안드는데, 극에서 이틀을 다루든 10년을 다루든 우리가 보는 시간은 어차피 두시간에서 세시간, 동일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진 않지.
- 3층 끝자리에서 본데다 오페라글라스 같은건 절대 안 쓰는 타입이라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건 아예 불가능했고, 넘버는 모든 배우들이 무난하게 잘 소화한듯. 특히 마리아 역할의 한재아 배우의 성악 발성이 기억에 남는다. 극 중에서 어리고 맑디 맑은 10대 소녀처럼 보여야 하는데, 목소리와 노래만 들으면 정말 영락없는 10대.(얼굴과 연기는 안보여서 모름) 그리고 리프가 왠지 멋있었을 것 같다는 기운이 막 풍겨왔는데 ㅋㅋㅋㅋ 자세히 안보여서 좀 아쉬웠음.
무엇보다, 아니타!!! 아 이 극은 아니타를 위한 극이다!!! 아니타가 굉장히 춤도 많이 추고 중요한 장면들도 많은데, 김소향 아니타가 너무 멋지게 소화했다! 아니 맘보를 어떻게 소화하지??? 거기다가 극 내내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이다보니 마음이 자꾸 간다. 내가 이 극을 보면서 흘린 눈물의 80%는 아니타를 위해, 아니타한테 공감해서 흘린 눈물일거야 아마ㅠㅠ 소향아니타에게 여우조연상을!!!
- 그리고 이 극을 멋지게 만들어 준 앙상블! 사실 이 극은 다른 뮤지컬들에 비해 주인공인 토니와 마리아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조연들 중 아니타를 제외한 베르나르도, 리프도 넘버 비중으로는 좀 아쉽다. 대신 이 극을 채우는 건 멋진 앙상블! 앙상블 숫자 자체도 다른 극에 비해 많은 편인데, 앙상블들이 만들어가는 장면이 굉장히 많다. 특히 이 뮤지컬의 메인 넘버인 맘보! 와 아메리카! 두 곡 모두 앙상블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 장면들이라 더 각별하다. 아마 이 공연 한두번은 더 보지 않을까 싶은데, 전적으로 앙상블 덕분일듯.
- 무대 구성이 굉장히 예쁘다. 요즘 쇼노트에서 올린 공연은 LED를 진짜 많이 쓰는것 같은데, 이 공연도 얼핏 보면 일반적인 무대 구조물 같지만 각 층별 벽면은 LED 화면이라 장면들이 이리저리 바뀐다. 거기다가 무대 구조물이 3층인데 회전무대! 이렇게 화려한 무대장치를 가진 뮤지컬을 많이 보지 않아서 그럴진 몰라도, 내가 본 뮤지컬들 중 가장 화려한 무대였다! 무대와 앙상블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극! 그치만 할인은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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