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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408] 하이디 부허 : 공간은 피막. 피부

by eunryeong 2023. 4. 22.

    처음 하이디 부허의 작품을 보고 생각난 것은 구겐하임에서 본 에바 헤세의 작품이었다. 실리콘 소재를 연구해서 본인이 의도하는 질감과 형태를 최대한 탐구한 작품. 하이디 부허의 작품 또한 어느정도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그녀가 스키밍을 통해 사물의 표면을 박제하는 형태는 마치 사람의 피부와 같은 막을 인위적으로 만든 후, 그 '피부'를 벗겨내어 가죽처럼 걸어둔다는 점이다. 역시 인간의 신체, 그 중에서도 가장 표면에 있는 피부라는 것이 주는 느낌이 참 기묘한 듯 하다. 

    이번 전시는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지만, 후기 적는게 늦어지다보니(흑흑...) 그냥 지금 떠오르는 것 몇 가지만 적어야 할듯 싶다. 후기라기보다는 끄적여놓은 메모 수준이 될듯.

 

 

- 전시장 2층 전경.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피부와 같은 조각들이 관람자들을 위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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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밍을 통해 제작한 작품들. 건물 혹은 벽면을 스키밍한 것을 그대로 이어 붙인 작품도 있었고(이는 실로 박제라 할 만 하다) 바닥면을 스키밍한 것을 다시 자르고 이어붙여 재창조한 작품도 보였다. 다 같은 흙색의 반투명한 레이어같지만, 자세히 보면 문도 창문도 찾아볼 수 있다. 원래의 것이 견고하고 반듯한 형태의 것이었다면 이렇게 인공의 피부를 만들어 뜯어놓은 작품은 흐물흐물하고 흘러내리는 모양인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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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또한 어딘가 박제스러운 작품들. 여성의 일상을 둘러싼 오브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군이다. 기법 이름도 들었는데 찾아보려니 귀찮아서 패스. 저 베개 위 물고기 모양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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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전시관의 첫 작품들. 실제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작품이고, 3층 전시관 앞에 붙어있는 하이디 부허의 사진에서 그녀가 입은 것이 바로 이 날개가 달린 라텍스 옷 같은 작품이다. 형태는 마치 벌레같은데 의도한 것이겠지? (작품 제목에도 잠자리인지 뭐 그런게 들어가 있었던듯) 곤충이 탈피를 하고 남겨진 껍데기 같아보이기도 해서 약간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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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톰하고 폭신한 소재를 둘둘 말아놓은 작품. 지금 보면 그렇게 새롭다는 느낌이 크지 않을수도 있지만, 이 작품이 나온 시기에는 이런 소재들로 몸을 감싼다는 것이 꽤나 신선하고 놀라운 발상이었지 않았을까. 특히 여성의 신체를 보호해준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그 어느 시기의 옷들보다도 가장 의미있는 형태의 옷이 아닐까 싶다. 두번째와 세번째 작품은 이번 전시를 위해 복원된 것으로, 원한다면 관람객들이 실제로 입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내 사진은 올리지 않겠다 후후) 실제로 입어보고 느낀 점은 요거 입으면 길가다가 어디 부딪혀도 크게 다치지는 않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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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전시장의 딱 중간 즈음에서 바라본 전시관 전경. 정면에 있는 사람 키만한 하얀 조각같은 것들도 다 사람이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저건 관람객들이 입지는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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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디 부허의 수많은 드로잉들. 작품의 구상과 관련한 스케치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중간에 뱀 같은 가느다란 형체가 사람의 몸을 휘감는 스케치를 보고 어라 저거 아이다 패션쇼의 그 원피스랑 비슷한데...?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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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전시장 가장 안쪽에 이런 공간이 숨겨져 있다. 하늘색의 사진을 보니 아주 눈이 시원하다. 집-공간-안정적임과 파랑-물-흘러내림. 그리고 공간-흘러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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