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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408] 2023 금호 영 아티스트 1부

by eunryeong 2023. 4. 22.

    2023년 금호 영 아티스트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눠 총 6명의 작가를 조명하는 듯 하다. 원래 오픈일에 들르려고 했는데 저녁부터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고, 이번에 다녀온 후 후기를 늦게 적는 바람에 내일이면 전시가 다 끝나버린다. 괜찮은 전시여서 이 글 보시는 분들에게 추천도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이 작가들의 전시를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아야겠다.

 

김원진

    금호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왼쪽과 오른쪽에 전시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왼쪽편 계단벽을 아예 막아놓았다. 어라? 하고 보다가 눈높이 즈음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어 눈을 대보았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광경이 담겼다. (사진기로 찍은거라 당연히 눈으로 직접 보았을때와는 약간 다르긴 하다)

 

 

    전시장으로 내려가서 전경을 바라보면 어딘가 꽃 같기도 하고 수풀 같기도 한 벽면이 전시장 가운데를 반으로 나누고 있다. 다른 그림들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이 폭신폭신한 털복숭이 벽은 다른 작품에서 얇게 잘라낸 종이조각들. 전시장 내 작품들간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는 이 전시가 최근 본 전시들 중 가장 임팩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하면 버려버릴수도 있는 자투리들을 이렇게 아름답게 엮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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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에 나온 김원진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이렇게 아주 가는 선이 교차되어 중첩되는 2가지의(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미지를 하나의 캔버스에 나타낸 것이었다. 각 이미지의 색감이나 형상들을 볼 때, 다소 의도적으로 선택된 무의미의 이미지들을 중첩해놓은듯. 전시 설명대로 기억에서 포착된 순간과 숨겨진 순간을 동시에 드러내며 오류가 발생한 듯한 화면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두개의 이미지 중 하나는 실제 사진과도 유사한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도 어땠을까 싶긴 하지만. 암튼 재밌는 작업과 멋진 결과물이 조화를 이루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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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관에서 또 하나 눈을 사로잡는 오브제. 이것을 모빌이라고 할 수 있나? 암튼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이 동글동글한 친구가 천천히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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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정영호 작가의 전시를 보고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키워드는 디지털, 그리고 아날로그. 매끈한 디지털 프린트 사진과 약간 우글우글하게 구겨진 필름 인화사진간의 간극을 알아채기 그다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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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조금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디지털사진의 경우 픽셀?이라고 해야할까, 색상과 형체를 구성하는 도트들이 눈에 띄는데 알고보니 스마트폰 화면에 보도사진을 띄워 고배율 촬영한 사진들이라고 한다. 우글거리는 인화지 또한 작가가 의도적으로, 촉각적인 감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다만 개인적으로는 인화지에 촉각적인 감각을 덧씌운 것이 약간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디지털과의 비교를 더 명징하게 드러내기 위해 약간의 과장이 섞여들어간듯 느껴졌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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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잔뜩 걸린 전시장 옆에 붙어있는 작은 전시장에는, 몇 점 되지 않는 그림이 여백을 넉넉히 두고 걸려있다. 단 하나의 작은 인화지가 혼자 쓸쓸하게 걸려있는 광경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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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

    누락번역이라는 전시 제목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낸 첫 전시장. 투명한 공에 인쇄된 기사들은 중간 중간 획이 하나둘 사라지고 빠져있다. 그럼에도 기사를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지만, 이렇게 획이 점점 빠져가다 마침내 읽어낼 수 없는 수준이 된다면. 그리고 획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린다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전시. 구석에 있는 바람 빠진 공은 의도한 것일지(아마도 그렇겠지만), 혹은 불의의 사고로 저렇게 된 것일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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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공간은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재밌네. 하는 생각은 드는데 내겐 이 공간에서 무언가 의미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냥 저 쪼끄만 파랑이가 귀여웠고(약간 저거 멜로디 같지 않나? 하는 혼자만의 생각...), 거울처럼 반질반질한 면을 발견하고 무의식적으로 내 모습을 비춰보기도 했고(가운데 뭔가 찢어진 틈이 있는 것도 의도한 것이겠지?), 살짝 높은 곳에 있는 새하얀 무언가를 발견하고 숨바꼭질 놀이에서 이긴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맘같아서는 바닥에 누워도 보고 싶었지만 너무 관종일까봐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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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전시장들과 별개로, 지하 1층에는 이번 영아티스트전에 선정된 6명의 작품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재밌었던 것은 개인별 전시공간과 이 공간의 작품이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 특히 김원진 작가는 결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처음 작품들을 훓어본 다음에 아니 근데 김원진 작가 작품은 어딨지? 하고 다시 찾아보기까지 했다. 과연 2부에서 보게 될 작가들의 작품은 어떨지 이 또한 궁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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