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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429] 예화랑 45주년 기념전 - 밤하늘의 별이 되어

by eunryeong 2023. 5. 7.

    이 전시는 주변에 다른 일정이나 갤러리가 없었음에도 이 전시 하나만 보러 찾아가서 본 전시였다. RM군의 인스타에서 이 전시의 작품 하나를 보았는데, 그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일정을 쪼개 보러 다녀옴. 찾아보니 오래된 역사를 가진 화랑이기도 했고, 특히 이전에 본 여러 전시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보여서 반갑기도 했다. 여러모로 의미있었던 관람이었음.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전경. 입구 오른편에 있는 벽에 구본웅 작가의 작품이 두 점 걸려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특별할건 없는 스케치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쉬웠다. 화랑에서의 전시는 미술관이랑은 다르기에 아주 엄선된 작품들만 포함되기는 힘들다는건 알고 있지만 ㅎㅎ 1층에 특히 많이 보였던 작품이 임군홍 작가의 작품들이었는데, 중국인상과 고궁이라는 작품을 보며 일제강점기 시대 지식인들의 생활(?)반경에 대해 다시금 느끼게 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당시 서울과 베이징은 일제 식민지라는 공통점으로 묶여있기에 국내 여행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오지호 작가와 남관 작가는 이번 전시로 처음 접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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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올라가 전시를 계속 감상하는데, 김환기나 유영국처럼 다른 전시에서 접해 이름을 알고 있던 작가들이 보여서 또 반가웠다. 김향안 작가의 몽블랑 그림도 시원시원했고, 임직순 작가와 이대원 작가의 작품들도 기억에 남고. 천경자 작가님의 개구리는 내가 여태 봐온 작품들과는 결이 많이 달라서 또 새로웠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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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이 전시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권옥연 작가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여성을 그린 작품들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색채감이 너무 내 취향이라서 무조건 이건 실물로 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직접 그림을 마주하니 생각보다 사이즈가 조금 작은 편이라 아쉬웠고, 그럼에도 색감과 붓터치가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가 인스타에서 본 여인이라는 작품 뿐 아니라, 옆에 같이 걸려있던 정물이라는 작품 또한 내 취향의 색감이어서 두 작품을 한참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조만간 권옥연 개인전이 열린다는데 꼭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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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3층은 이 화랑 설립자의 아버지인 이완석씨의 작품들을 주욱 걸어놓았는데, 어라 이거? 모던 데자인전에서 보았던 그 작품들이잖아? 너무 반가워서 아무도 없는 갤러리 3층에서 혼자 깨춤을 췄다 ㅋㅋㅋㅋ 이런 우연한 만남이 반갑고 신기하고 즐거워서 자꾸 공연을 보고 전시를 가고 책을 읽는거긴 하지만 ㅋㅋㅋㅋ 아마 이 곳을 먼저 온 다음에 모던 데자인전을 갔었다면, 아니면 모던 데자인전이 끝나고 한참 후 이곳을 찾았다면 기억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그런걸 보면 경험의 연결도 결국 인연이 필요한 것 아닐까. 그 인연을 조금 더 세게 움켜쥘 수 있는게 스스로의 노력일테고. 오늘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부족하나마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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