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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전시 리뷰

[230422] 울리지그 중국현대미술 컬렉션

by eunryeong 2023. 5. 6.

    이날 갤러리 투어의 또 다른 목적이었던 울리지그 컬렉션. 사실 이 전시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이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는데 막상 전시를 보고 나니 가장 인상이 희미했고 오히려 다른 작품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하긴 전시라는게 항상 그렇긴 하지. 이런 저런 이유로 후기를 적는게 이상하게 쉽지 않아서 계속 미뤄지고 있었는데, 더 늦어지면 영영 후기를 쓰지 못할것만 같아서 일단 적을 수 있는 만큼만 후기를 남겨본다. 참 후기가 잘 써지고 못써지고 하는건 내가 받은 감동이나 인사이트의 크기와는 또 상관이 없단 말이지. 신기한 일이야.

 

 

    아트센터 1층 로비. 전시는 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왼쪽의 구명조끼를 여러개 이어놓은 작품이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오른쪽은 장 쿤쿤의 작품으로 둘 다 레디메이드를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예전 국현에서 열린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중 구명조끼를 이어 만든 거대한 용이 떠오르기도 하는 작품. 계단을 오르다보면 방석이 놓여있는 스탠드가 있고, 뒤를 돌아보면 거대한 스크린에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헤드셋을 이용하여 사운드를 들으며 볼 수 있는데, 이 작품들은 음악에 관한 영상이기 때문에 꼭 사운드와 함께 보시길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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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기 전, 울리 지그의 초상화들을 모은 작은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 이번 전시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사람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각 작가의 방식대로, 각자가 이해한 울리 지그의 초상을 여럿 보고나니 울리 지그라는 사람에 대해 왠지 이해할 수 있을것만 같은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울리지그의 머리에 팬더모자를 씌워버린 그림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사람을 명예 중국인으로 인정한다는 건방진 위트가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좋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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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전시관의 작품들. 대체로 색상과 형태, 소재에 천착하는 작품들이 많아보였다. 이 곳에서 특히 눈에 들어왔던 작품은 레몬이라는 그림이었는데, 아래 슬라이드 첫 장에서 볼 수 있듯 바탕이 노란색이고 군데군데 타원 모양의 빈 자리가 보인다. 제목을 보고, 그리고 색상과 경계의 형태를 보고 아 레몬이 여러개 있구나 으레 짐작하게 되지만 실은 이 그림 어디에도 노란 타원형 모양을 가진 '레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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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전시관 한 켠에 있는 작은 공간에는 이렇게 커다란 작품이 있다. 한맹원의 설치작업인 The Pavilion of Three Mirrors. 거울이 세 개 있다는 사실은 이 제목을 보고서야 알아챘지만 ^^; 거울과 아치 프레임이 연결된 작품이 전시실 가운데, 벽면에는 몇 점의 회화 작품들이 걸려있다. 중국 작가의 작품임에도 그림에 아랍어가 포함되어 있는게 신기했는데, 이슬람 건축적인 모티브도 가져온 것이라고 하네. 음 그렇군. 사실 회화 작품들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고, 아치 프레임 사이를 배회하며 이 구조물과 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보려 노력했다.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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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을 다 보고 난 후 3층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이 곳 또한 전시실이 크게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처음 들어가는 전시실은 가장 최근의 작품들, 그 다음 전시관은 가장 오래전의 (혹은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작품들이 모여 있었다. 여러모로 자극적인 작품들이 많았던 첫 전시실보다는 동양화 느낌으로 친숙한 작품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던 두번째 전시실이 더 취향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진성 반골분자는 못되는지라, 날생선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나, 누가 봐도 딜도같이 생긴 막대기가 움직이는 거라든가, 여성의 가슴을 쥐어짜 젖을 뿜어내는 영상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온전히 '작품'으로 바라보는건 잘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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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에서 3층까지 전시를 주욱 둘러본 후 가장 마지막 코스는 지하 1층이다. 가운데 쓰러져 있는건 (아마도) 밀랍인형일테고, 당시 중국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던 아이웨이웨이의 형체라고 한다. 리움 미술관에서 본 노숙자 밀랍인형도 약간 생각이 났는데, (아이웨이웨이를 알고 있는) 누가 봐도 아이웨이웨이의 모습이지만 얼굴이 바닥을 향하고 있어 실제로 그가 아이웨이웨이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인간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 또한 관람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데, 실제 사람도 아니고 쓰러진 상태로 만들어진 작품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 형체를 그저 이렇게 방치해두는 것에 이상하게 죄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