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상 기록

[240823] 이것저것 불평 불만

eunryeong 2024. 8. 23. 23:57

1.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상당히 큰 변화에 대해 적게 되다보니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내 정보가 너무 특정되는건가 싶기도 하다. 뭐, 그다지 흔하다고 할 수 없는 실명으로 글을 쓰면서 내 정보는 전혀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지만... 암튼 지난 6월에 적었던 일기 이후에, 또 한번 큰 변화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두세번일지도...? 어쩌면 더...? 여전히 갈피를 못잡겠는데, 변화의 방향은 내 어깨 위에 짐을 한 포대씩 더 얹어가기만 하고. 암튼 그렇네.

 

2. 팀장님이 갑작스럽게 퇴사하시게 되어, 거진 두달 가량을 정신없이 보냈다. 이전에 내가 팀장을 했었던 조직이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다시 팀장을 맡게 되었고, 나보다 경력이 더 많은 신규직원이 오게 되더라도 팀장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는 이사님의 의견까지 듣고 나니 약간은 마음을 비우게 되었다.

    처음 이 회사에 입사하면서 내가 커리어적으로 얻고 싶었던 방향은 직책보다는 실무에 더 집중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다시 팀을 관리하게 되었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 인원이 늘어난, 업무타입도 다른 구성원들을 데리고. 우리 팀원분들 개개인에 대해서는 좋은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팀의 인원 수와 업무 범위를 아득하게 넘어선 상황이라... 팀으로서 같이 일을 해나간다는 공감대가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내가 업무를 꼼꼼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상황도 되지 않는다. 각각 업무를 전문가 레벨로 잘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결코 그런 상황은 아니고. (급여도 그만큼 높지 않으실테니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다른 부서로 입사했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이 쪽으로 오게 되어 완전히 신입처럼 시작하시는 분도 계시고. 일단 나부터도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걸 뭐.

    힘들다. 어렵고. 그래도 해야겠지만.

 

3. 이 회사에 일년 넘게 다니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이 회사는 일을 잘 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조직구성만 봐도 그렇고, 하나의 업무를 하기 위해 각 영역별로 어느 정도의 리소스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는 것 같고, 업무문화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대체 어떻게 일을 해온거지? 싶을 정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에 대한 감은 그렇다 치자. 이건 실제로 서비스를 굴려봐야만 알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일단 무언가 서비스를 만들어보려면, 현황을 분석하고, 혹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할 점들을 찾아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과 주요 화면을 기획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정리하고, 퍼블과 개발을 진행한 후, QA까지 거친 후 배포를 하는 과정일거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는 인원이 더 필요하겠지만 기획과 디자인은 최소 일대 일, 백엔드쪽 비중이 높은 서비스라면 기획자가 더 많아야 제대로 돌아가겠지. 근데 우리 회사의 인력구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기획자가 극도로 부족하고 이 와중에 다른 곳에 리소스를 계속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운영에서 기획을 거치지 않고 요청사항을 직접 개발팀으로 전달하며 업무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되는 것들 중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들이 조금씩 있다는거다. 약간씩 아귀가 맞지 않아 결국 다른 기능을 개발할 때 다시 고치고 고치고 하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이런 부분들을 볼 때마다 개발리소스가 너무 아깝다. 각자 최대한 서로의 리소스를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발생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까먹는 리소스와 시간들을 쌓아보면 이걸로 날리는 기회들이 얼마나 많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 톡 까놓고 이야기해서,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지 일년 반이 지났는데 그동안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든게 없다. 모두들 열심히 일하는데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 쌓여있는 게 없다. 만든거 다시 부수고 또 만들고의 반복일 뿐.

 

4. 업무문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자면, 그래서 우리 회사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메리트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또한,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이다.

    정확히는, 회사에서 보는 일 잘 하는 사람들과 일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점수로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종종 '지난 연말평가에서 B를 받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이야기를 듣는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저렇게 일해도 B를 받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할까, 저렇게 일해도 B인데 그냥 지금처럼 일하고 B를 받자 라고 생각할까? (물론 이것은 회사에서 나를 높은 성과를 내는 인재로 간주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이긴 하다. 근데 아마 틀린 이야기는 아닐걸?) 내가 나한테 주는 점수는 내가 정한 높은 기준치에 비해 낮았지만, 회사 직원들을 아울러 평가하는 회사의 평가 점수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각자의 업무 점수에 대해 팀원들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아예 없다. 팀장들이 시간을 내어 면담이라도 가끔씩 하면 다행일 정도고, 그마저도 업무 역량에 대한 피드백이 포함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일거다. 피드백 없이 어떻게 팀원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업무로 바쁜 팀장들에게 무조건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고 말로만 이야기 하는건 더욱 책임감 없는 이야기지. 행동. 시스템. 구조. 결국 진심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오는 법.

 

5. 그러니까,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리더들이란 말입니다. 팀장 이상의 직책자들 말입니다. 직원들 상벌규정 이야기 할 게 아니라 리더들의 교육과 상벌규정 적용이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좋은 모범사례가 되지 못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직원들의 업무 퀄리티가 어떻게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먼저 본인들이 제대로 보여주시지 말입니다.

 

6. 원래 오늘 적으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답답한 다음에 엉뚱한 이야기를 막 쏟아냈네. 중요한 이야기는 내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