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아트센터 패키지로 예매하면서, 이 공연이 연극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찾아보지 않고 그냥 예매했던 공연. 덕분에 주말 일정을 물어본 회사 사람들이 '그 공연이 어떤 공연인데?' 라고 물어도 '어... 잘 모르겠어요'(심지어 이때는 연극이라는 것도 잊고 있었음) 라는 답변밖에는 하지 못했다. 공연장에서 주변 사람들이 상당히 난해한 연극이라더라며 동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게 이 연극에 대한 첫 정보인듯.
- 프랑스 출신답게, 난해하더라는 입소문 답게 초반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달째 이어지고 있는) 수면장애로 인해 정신이 반쯤 가사상태였던 것 또한 이유였다고 본다. 첫 장면 이후로는 거의 반수면상태로 보다가 크게 헤드뱅잉을 한번 한 후에서 잠에서 깨어 연극 내용을 겨우 따라갔다. 아래에 적은 글이 연극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한, 굉장히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후기라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 인간형 로봇이 존재하는 사회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그려내고 있는데, 첫 씬이 굉장히 폭력적이면서도 현실의 여러 장면을 떠오르게 만드는 강렬한 에피소드였다. 아마 남성관객들은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을수도 있지만, 여성들은 각 남성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객체화된 '여성'의 모습을 투영하며 무례한 짓거리들을 하는 모습을 종종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변의 여성들을 포르노 속의 인물들과 닮았다며 낄낄대는 모습, 딥페이크를 이용해 주변 여성들의 사진으로 합성사진을 만드는 모습 등. 폭언을 듣던 당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까지, 현실 사회의 완벽한 투영.
- QED의 에피소드 중 로봇이 인간을 닮게 되면 로봇의 외형 너머로 인간을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연극에서도 이러한 내용들이 종종 나온다. 로봇의 스위치 오프(물론 영구적인 오프이긴 하다)를 죽음과 동치시킨다거나, 로봇이 있는 자리에서 로봇의 거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불편해한다든가(그렇게 세심할거라면 그냥 로봇이 없는 자리에서 거래 이야기를 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긴 했지만). 연극에서 인공인간이라는 표현도 썼는데(졸려서 정확하게 기억한 것이 아닐 수 있음 양해바람), 서버 속에서만 존재하는 현대의 다양한 AI챗봇들이 연극 속의 로봇보다 더 인간적인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인간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물론 이 연극이 2019년, ChatGPT가 발표되기 전이라 더 괴리감을 느끼는 것일수도 있겠다.
- 인간의 부재를 채워주는 로봇과 인간에게 롤모델, 우상,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로봇. 인간형 로봇의 존재 필요성이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이 두 에피소드이긴 하나, 따지고 보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을 찾을 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집안일을 배우거나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가전제품을 더 들이면 되는 거고, 열혈 팬덤도 인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2D 애니메이션, 버추얼 아이돌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기에 '로봇'이 주는 추가적인 효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팬들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근데 로봇이 날 기억해서 뭐하려고...? 아니, 실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날 기억해주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래서 맨날 너 T야? 라고 듣는건가)
- 회사일정때문에 일정을 급하게 옮기다보니 자리가 꽤나 멀었고, 이에 배우들의 얼굴은 전혀 볼 수 없었기에 연기에 대해서 크게 논하기는 어렵겠다만 로봇 연기만큼은 멀리서도 확연하게 눈에 띌만큼 좋았다. 인간형 로봇을 연기하는 연극을 본 적이 종종 있는데, 극의 특징에 맞게 연기들이 조금씩 다른게 재밌다. 로봇의 성격을 강조하는 연극에서는 로봇성을 강조하기 위해 움직이는 동작간의 분절을 의도적으로 크게 만드는 데 비해, 이 연극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해서인지 조금 더 인간적이고, 그럼에도 아 이건 로봇이다 라는게 느껴질 만큼의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 연극 마지막의 노래는 왜 넣은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에디의 노래로 끝내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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