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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

[241214] 이승열의 음악감상회 <어느 희망 중독자의 고백>

by eunryeong 2024. 12. 31.

    이 블로그를 시작한게 2022년 말이다보니, 내게 아주 소중한 것임에도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블로그에 남겨지지 않은 것들이 여럿 있다. 승열옹의 음악도 그 중 하나. 음악에 대한 30개의 문답에서 짧게 답변을 남긴 적이 있지만, 그 이상은 블로그를 적을 기회가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공연을 쉬어왔고 신보도 (사운드트랙 참여 말고는) 한동안 없었다보니, 언젠가 돌아오겠지 하는 옅은 믿음과 이러다 다시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틈틈이 소식을 찾아봤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음악감상회 소식. 음악감상회라는 포맷에 참여해본 적이 없기도 했고, 승열옹이 직접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공연? 모임?이 대체 어떤 방식일지 쉽게 가늠되지 않았지만, 일단 예매했다. 아주 오랜만에, 거진 7~8년만에 뵙는건데 어떤 형식이건 가야지 당연히. 

    파주에서 오전 일정을 마치고 힘들게 도착한 공연장. 이전에도 가본 적 있는 작은 라이브공연장이라 대기공간이 없는건 감안하고 갔는데, 공연장 앞에 천막을 치고 의자를 배치해주셔서 따뜻하고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거기다가 핫팩, 뱅쇼와 쿠키까지 준비해주시다니. 공연장 대관비랑 이것저것 제하면 남는건 있으신가요...? 라고 생각했지만 조용히 속으로만 삼켰... 

    음감회는 한시간 조금 넘게 진행되었는데, 공연(or 모임) 타이틀처럼 승열옹의 자기고백 시간이었다. 이렇게 적으니 거창한 것 같지만, 그냥 승열옹의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썰 푸는 시간이었달까. 같이 들었던 곡들에 대한 당시와 지금의 생각들, 음악을 쉬는 동안 들었던 생각들 등등. 한때 음악을 완전히 접는것도 생각하셨다는 이야기에 많이 놀랐고, 그럼에도 다시 조금씩 힘을 내어 음악을 시작하고 있다는 결론을 듣고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까지 팬들과 나눌 수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위의 내용이 현재에 대한 고백이라면, 음악을 들으며 나눈 이야기들은 과거에 대한 고백이라고 할까. 공연 제목을 토마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 아편중독자의 고백'에서 따왔다는 사실이나 (음감회 끝나고 집에 있는 펭귄클래식판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어디 갔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이 참에 읽어보려 했더만...) 미노타우르스 곡의 제목을 윌리엄 터너의 그림 제목에서 가져왔다든가. 그 중 가장 크게 웃은 부분은, 예전에 삐딱하게 인터뷰 했던 내용들을 다시 읽으며, 당시에는 본인이 세상에 삐져있었다고 냉철하게 평하신 것. 생각해보면, 의욕과 기력이 넘치는 젊음일수록 세상에 조금 삐질수밖에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음감회 이후 관객들의 질문 시간이 있었는데, 한 분이 사인회를 이야기하셔서 예정에 없던 즉석 사인회가 진행되었다. 덕분에 기념 엽서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고, 이 사인엽서는 2025년 상반기 다이어리에 붙여놓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빠른 시일 내 공연이 진행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2025년에는 공연소식을 들을 수 있길 희망하며. 신보와 공연 소식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힘을 얻어야지. 그리고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승열옹도 힘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혹시 부담스러우시다면 그냥 티 안내고 조용히 있을테니 언제든 돌아오기만 해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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