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14 [230610] 이상 개인전 'CAMERA OBSCURA' 보이지 않는 도트, 질감, 비현실적인 색감의 조합, 단순화된 현실의 모습들, 혹은 물결 위의 잔영, 일렁이는 형상, 흘러내리는 물감, 등등. 아마도 전시를 보면서 떠올랐을 몇가지 키워드들. 2023. 8. 6. [230610] 마르타 융비르트 : 염소 눈 마주하기 타데우스 로팍은 지난번에 다녀온 미구엘 바르셀로의 전시와 이번 전시로, 앞으로 눈여겨볼 갤러리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표백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색감의 옅은 황갈색 캔버스 위에, 작가가 거침없이 붓을 휘갈겨 표현해낸 형상들. 호쾌하고 자연스럽다. 그녀가 자신의 그림을 두고, 저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걸 원하지 않아요, 오히려 열린 화면을 만들고 싶어요. 라고 인터뷰한 것도 너무나 그녀답다. 다만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들이 유독 여백이 많이 보이는, 다소 습작같은 느낌이 많이 느껴진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마르타 융비르트(Martha Jungwirth)는 지난 60년 동안 주변세계와 몸에 관한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추상화에 대한 작가만의 접근 방식을 구축해왔다. 비인습적인 독특한 방식으로 .. 2023. 8. 6. [230610] 양시영 개인전《더블이미지 DOUBLE IMAGE》 '리뷰'라는 카테고리명에 걸맞게 몇마디 인상이라도 남기고 싶지만, 사실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기도 하고... 무엇을 적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선명한 색채감, 과장된 표현, 평면적인 재구성. 정도로만 정리하면 작가에게 너무 실례이려나. 전시를 관람한 후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빈약한 후기의 원인 중 하나일듯 하고. 양시영 작가의 사물을 보는 집중력은 집요하고 특징적이다. 경험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해 내고 자기 주관이 확실하며 직관적이다. 그렇기에 그가 다녀왔던 여행지나 추억을 상기시키는 인물들을 직접 만나듯 그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새로운 경험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더블 이미지(double image)'는 주제의 복수(plurality of subject matter.. 2023. 8. 6. [230610] Dew Kim - I Surrender 자극적인 표현방식의 작품들이 취향은 아니었지만, 중세건축스러운 요소들 사이에 성적인(혹은 가학적인) 모티브들이 자리를 차지한걸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옴. 원래 스테인드글라스 형태의 작품이 예뻐서 구경하러 갔던건데 기대랑은 사뭇 다른 전시였다. 7개의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특징으로 하는 이 예술가는 다양한 조각 언어를 통해 섹슈얼리티, 동성애, BDSM(속박, 규율, 사디즘, 마조히즘) 및 종교 문제를 다룬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종교적 관행과 기독교 도상학과 BDSM의 도상학 사이의 개념적 유사점을 그리는 김의 기독교 양육과 퀴어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이다. I Surrender에서, Dew Kim은 유연한 실리콘과 함께 철과 제스모나이트와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 이 물질들의 물리적성은 종교와 동성애.. 2023. 7. 10. [230610] 로랑 그라소 : ANIMA 밀린 후기들을 빠르게 정리해버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리플렛의 정보만 대략적으로 담아본다. 대략 한달전에 다녀는 왔고, 이것저것 생각했던 것들도 있으나 삶이 번잡스러워 그냥 사진만 남기는걸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구한다. 회화와 영상, 그리고 조각을 통해 재현 혹은 의인화된 개념에 근거하지 않은 새로운 가설들로 채워진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작가는 과학적 발견이나 인문학 뿐 아니라 특정 현상이나 장소에 대한 믿음과 신화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2023. 7. 10. [230610] 김현수 개인전 - 서 있는 풍경 초록의 제주. 길쭉한 나무. 동그란 연잎. 가느다란 이파리. 걷는 길, 디디는 땅, 공간. 은 오래전 마주했던 장면에서 시작한다. 유년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의 기억 속 시선에는 구불구불한 길 따라 아득히 키가 큰 나무들, 그 사이 아무렇게 자라난 풀과 더 멀리 놓여있는 누군가의 집이 있다. 우연히 마주한 낯선 것들은 가끔은 오래 그리던 것과 닮아 문득 어떤 울림으로 다가와 나의 깊고 긴 어둠을 환기시킨다. 2023. 7. 10. [230603] 2023 금호 영 아티스트 2부 현승의 작가 현승의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밀도 있는 회화로 구현해낸다.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를 작품의 주요한 소재로 삼아 온 작가는 이상화된 제주의 이미지에 감추어져 있는 어두운 면에 주목한다. 제주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관광지로 각광받지만, 그 이면에는 관광 자본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역사적인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 개인전 《평범한 ■씨의 휴가 The Ordinary ■'s Ordinary Vacation》에서는 가상의 인물 '■씨'의 휴가를 주제로 삼아 그가 제주 여행에서 누리는 안락하고 낭만적인 의식주 생활을 그려낸다. 제주를 둘러싼 자연 및 사회 문제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장식한 과장된 홍보 문구와 조화는 만들어진 관광지로서의 비대화된 낭만과.. 2023. 6. 25. [230603] 마이클 라코위츠 -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마이클 라코위츠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처음 보는 작가일거라 생각했는데, 전시장에 와 작품들을 보고나니 아! 하고 퍼뜩 떠오른 게 있어 찾아보았다. 지난 여름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이슈타르 문의 미국식(혹은 현대 자본주의식) 재건, 바로 그 작품을 만든 작가가 마이클 라코위츠 였던 것. 그때도 상당히 인상깊게 본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개인전까지 찾아오게 된 것을 보면 나름 인연이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듯. 여러 이유로 소멸된 건축물들의 모습을 현대 사회의 남겨진 것들, 쓰레기와 잔해 같은 것을 모아 콜라주하여 재구성한 작품들을 보다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바로 그 지점을 작가가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마이클 라코위츠의 국내 최초 개인전 《보이지 않는 적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2023. 6. 25. [230604] 두산인문극장 - 20세기 블루스 - 제목에 홀려서 예매한 극. 물론 예매할때부터 블루스 음악과는 그다지 상관 없는 내용일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블루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매력을 이기지 못하고 훅 잡아버렸다. 물론 배우와 창작진들의 이름에서 오는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긴 했다. - 2023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3개의 Age, 나이-세대-시대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확실히 나이듦에 대한 화두가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이날 본 연극 또한 중년-노년 사이의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지는 불안감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었다. 독신 가정, 이혼, 배우자의 병환, 부모의 부양, 신체적 노화, 경제적 문제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교차되는 것을 보며 작가의 구성능력이 탁월하다는.. 2023. 6. 25. [230609] 2023 서울시향 빌마이어의 말러 교향곡 5번 -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믿고 간다!는 공식이 있었던 적도 기억나는데, 지휘자도 몇번 바뀌고 단원들도 조금씩 바뀐 터라 지금도 그 명성이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들었던 이 날의 연주만큼은 마스터피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법한 훌륭한 연주였음! 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연주 중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인데, 말러 교향곡 5번도 웅장한 편성이나 비극적인 서사, 그리고 이를 넘어서서 묘하게 느껴지는 한국적 신파의 향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전에 일주일 내에 말러 교향곡 5번을 두 번이나 듣게 되어서 상당히 인상깊게 남아있던 곡이기도 한데, 이날 들었던 말러는 또 다르네. 같은 서울시향의 연주인걸 감안해보면 지휘자의 곡 리딩이 많이 달라졌거나, 혹은 나의 취향이 많이 .. 2023. 6. 25. 이전 1 2 3 4 5 6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