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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14

[230602] 연극 '리어왕' 공연을 1부만 보고 나와서 이 공연에 대해 후기를 어떻게 남겨야할지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느낀점만 솔직하게(그리고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생각한 만큼만. 고전극은 시대적인 배경을 살려 클래식한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연출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배우들이 각자 대사를 읊는 것만 느껴지는 연출이라면 감상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극을 보고 깨달았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의미있는 무대전환이나 음악의 사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티키타카나... 어느것도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각자가 맡은 대사를, 각자의 역량대로 소화하고 있는 듯 보였다. 유독 맛깔난 연기가 눈에 들어오는 배우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평이한 배우도 있었고, 이들의 연기가 그냥.. 2023. 6. 9.
[230527] 도나 후앙카 개인전 <BLISS POOL> LG아트센터의 공간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전시. LG아트센터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곳이지만 이번 기회에야 들를 수 있었다. 3월 초부터 열린 전시라니, 일찍 왔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조금 가져보기도. 공간이 굉장히 넓고, 이 공간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미술관으로서는 꽤나 괜찮은 칭찬이라고 생각함) 사용하는 레이아웃이 마음에 든다. 블리스 풀 전시장 입구는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벽 뒤의 공간을 감춰주고, 아래와 같은 의미를 알기 어려운 조각 하나만 덩그러니 놓아둔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얗고 직사각형으로 길쭉한 좌대 대신 자연의 돌을 구해 조각품을 받쳐두었는데 언뜻 보면 어디까지가 조각작품이고 어디가 좌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 좌대는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에 맞춰 한국의.. 2023. 6. 9.
[230422] The Edge Talk : 알리다, 전하다, 움직이다 폴인 강연은 온라인으로 종종 듣긴 했지만 오프라인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이번 엣지 토크 시리즈 강연에서 몇개 더 신청해두긴 했는데, 이런 저런 일정때문에... 결국 실제로 강연을 본 것은 이 강연과 다른 온라인 강연 하나, 총 두개 뿐. 온라인으로 들었던 강연은 딱히 남겨둘만한 기록이 없어서 이 강연에 대한 이야기만 남겨보려고 한다. 항상 이야기하듯 강연 내용을 전부 담은것은 아니고 그냥 내 기준대로 발췌하고 재해석한 버전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한달이나 지나서 남기는 기록이다보니 아마 강연 자체 내용과는 조금 상이한 부분도 있을듯 하다. - 가장 처음에 제기한 화두는, MASS의 영향력 감소에 대한 이야기. 20세기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이 한번에 대량의 수신자에게 메세지를 발송하.. 2023. 5. 29.
[230527]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다미안 잘레 'Kites' & 샤론 에얄 'SAABA'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마 2023년 올해의 댄스공연이 될듯한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몇년간 LG아트센터 기획공연들을 꾸준히 관람해본 결과, 클래식은 무난하고 안정적인 편이고 연극은 기복이 심해서 아주 좋거나 아주 별로거나. 항상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는 좋은 라인업을 가져오는 분야는 댄스였는데, 그 중에서도 발레와 같은 고전적인 무용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공연들이 더 만족스러웠다. 마곡으로 이사온 이후에도 댄스공연들은 하나같이 다 좋았고, 일부에서는 아주 큰 감동을 받았으니. 이날 본 공연은 하나의 단체에서 2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보여주었다. 두 프로그램간에는 출연진들을 제외하면 공통적인 부분이 없으니, 각 무대에 대한 감상은 따로 적어보려고 한다. 다미안 잘레 Kites - 프로그램북을.. 2023. 5. 29.
[230401] 공연탐탐 - 세상 친절한 '파우스트' 강연을 들은지 거의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 더 늦으면 정말 안되겠다 싶어 강연록을 간단하게 정리해본다. 원래는 훨씬 길고 방대한 메모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모든것을 그대로 옮겨봤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의미없는 쓰레기가 될 터이니, 내가 조금이나마 스스로 소화한 분량과 내용에 대해서만 다루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원래 이 강연은 파우스트 공연을 보기 위해서 신청한 것이었는데, 정작 예매해 둔 그날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서 공연은 보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별 수 없지 뭐. - 옛날에는 '표절'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든, 혹은 모두가 알고 있는 스토리를 다시 가져오고 재정리하고 변용하는 것이 창작의 방법 중 하나였다는 것. 생각해보면 오늘날에도 이미 있는 이야기를.. 2023. 5. 29.
[230526] 국립발레단 <지젤> 예전에 국립발레단 공연을 한두번 보았었는데, 워낙 표를 구하기 힘들어서 몇년간은 거의 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공연. 그나마 이 공연을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국립극장 패키지로 표를 미리 구해서이지 아마 일반예매로 들어갔으면 절대 표를 구할 수 없었을듯. 매번, 그것도 일자별 스케줄 오픈 전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인기공연이다보니 다음에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볼 수 있을때 열심히 봐야지. 지젤은 발레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유니버셜 발레단의 공연인데다 거의 10년전에 본거라 기억이 가물가물...을 넘어서 그냥 아예 없다. 그런고로, 이날 작품을 보고 상상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남주인공의 무책임함, 그리고 여주인공의 (오랫동안 여.. 2023. 5. 29.
[230510~11] 비투비 팝업 카페, 팝업 스토어, 카페, 또 다른 카페, 네잎클로버(책갈피) 1. 회사 바로 근처인 코엑스에서 비투비 팝업 카페가 열린다고 해서 다녀왔다. 음료 한 잔에 포카 한장이라고 하니 많이 구입할수록 이득이기도 하고, 우리 팀 분들한테 비투비 홍보도 하고 싶은 마음에 같이 일하는 분들을 이끌고 왔다. 거래조건(?)은 내가 음료를 제공하는 대신 포카는 내가 가지는 것! 대신 포카를 받을 수 있는 음료가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당 메뉴들 중에서만 고르시도록 부탁을 드렸다. 메뉴 종류는 피스타치오 라떼, 콜드브루,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피스타치오 라떼가 궁금해서 모두들 이걸로 통일! 4잔 주문했더니 "컵만 드릴까요?" 였던가, 암튼 음료를 다 담아서 줄지 아니면 한잔만 줄지 물어보길래 무슨소리지? 당연히 다 줘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2023. 5. 29.
[230513] 그 너머 : 원계홍 탄생 100주년 기념전 집에서도, 평소 생활반경에서도 그다지 머지 않은 곳에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발걸음이 닿지 않았던 성곡미술관. 이번 전시가 아니었으면 또 언제 이 곳을 찾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거 보면 공연이나 전시를 통해 내 활동반경이 넓어지기도 하지만, 같은 거리 안의 공간에 대해서도 더 촘촘하게 경험이 쌓인다는 생각이 든다. 원계홍 작가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 전시장 입구 벽면에 적힌 글귀가 와닿았다. 균형이 잡혀 있고 색채가 조화되어 있으면 작품으로서는 충분하다. 주제 같은 것은 필수한 것은 아니었다. 회회는 말하자면 그 자체가 주제이매 아름다운 것에 영원한 기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을 접하면서 느끼고자 하는 것들 아닐까. 어쩌면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한 작가가, 평단의 평가나 .. 2023. 5. 29.
[230520]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쇼'라는 이름 외에는 붙이기 어려운 공연들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면 그냥 두세가지 수식어를 같이 때려박으면 그만인데,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애매하다면 참 난감해지는거다. 연극,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오케스트라, 서커스, 무용 등등.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있음에도, 그 어느 것에도 속하기 애매한 이 공연. 그래서 이름을 '스노우 쇼'라고 붙였나보다. 슬라바 폴루닌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계는 동화같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적인 공간이고, 그들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세계이기도 하다. 무언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퍼포머들의 행동은 약간은 갓난아이스럽기도 하고,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직접 노출하기도 한.. 2023. 5. 28.
[230506] 발푸르기스의 밤 : 한국의 마녀들 마치 거스러미와도 같은 그녀들의 작품들. 기꺼이 마녀라 불리기를 자처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에 크게 기대를 하고 간 전시는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면 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던 전시. 윤석남 이날 작품이 전시된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일찍이부터 활동한 작가. 아직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전인 1930년대의 작품도 있는데, 한국인으로서의 삶 자체가 고달팠을 그 시기에 한국 여성으로서의 삶은 어땠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노년의 자신을 그리며 빨간 머리와 배경으로 그려낸 것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박상은 신체의 일부가 딱딱해지는 경화증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작품들. 고치와도 같은 막이 둘러쳐지는 작품을 보며 작가의 세상도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게 된다.. 2023.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