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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the day before

단상 - 기록수단과 글

by eunryeong 2022. 10. 22.

    오랜만에 서울에 들른 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글을 쓰는 도구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언젠가 유시민 작가가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들었는데, 동생 역시도 펜으로 쓰는 것과 타이핑으로 작성하는 글은 서로 결이 다르다는 의견에 일치했다. 생각해보면 아주 옛날, 글자와 필기구(혹은 저장매체라고 볼 수 있겠다)가 없었던 시절에는 구술로 지식이 전해졌을 것이고, 쐐기문자, 붓 혹은 펜, 타자기, 컴퓨터, 그리고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을 거친 지금은 다시 음성인식을 통한 기록이 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꽤 재밌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동안 변화되어 온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록수단 중 본인에게, 그 상황에 잘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붓이나 펜으로 적는 글보다 타이핑으로 완성하는 글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요즘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소설을 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 켠에서의 불편함이 스믈스믈 일어나는 모습, 그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며 느끼는 씁쓸함은 지울 수 없었다.

 

- 2021. 3.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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