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308] 정성윤 <Somewhere Quite>

eunryeong 2023. 3. 10. 18:14

    정성윤 작가의 전시. 이날 한남동에서 보았던 전시들 중 가장 마지막에 들른 곳인데, 방문할 갤러리들을 체크할 때에는 가장 첫 순위에 두었던 곳이기도 했다. 딱 이날 마무리되는 전시이기도 했고, 작품의 느낌이 좋아서 실제로 가서 보면 어떨라나 궁금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직접 가서 마주한 작품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따뜻했고 아름다웠다. 이 역시 (돈과 공간만 있다면) 가져오고 싶었던 작품들이 많았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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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이트장의 풍경을 그린 작품 두 점. 배경이 어둑어둑한 파란색으로 변해버린 (아마도 밤의) 스케이트장, 녹음이 우거진 낮의 스케이트장. 밤의 풍경을 물감이 흩뿌려진, 혹은 흘러내리는 모습으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근데 나뭇가지에 풍성하게 달려있는 나뭇잎들과 꽁꽁 얼어있는 빙판이 공존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앞의 파릇파릇한 친구들은 상록수라고 쳐도, 뒷편에 어렴풋이 보이는 노랗고 붉은 잎사귀들은 초가을 정도의 모습이 아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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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위한 스터디 몇 가지. 단순히 스터디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작품. 실제의 재현과 관념적 구상 사이의 그 어딘가에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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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프로 물감을 듬뿍 묻혀 캔버스 위에 넓게 바른것이 눈 덮인 어딘가인듯 보인다. 위아래에 보이는 저 광경은 호수에 비친 어렴풋이 어두워지는 하늘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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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았을 때에는 하얀 바탕 위에 푸른 색상을 덧바른 것 같았는데, 캔버스 옆면을 보니 푸른 바탕 위에 하얀 물감을 덧발라서 만든 작품인것 같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묘한 투명감이 이렇게 생긴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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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 4개의 캔버스에 그림이 이어져 있다. 위에서 나온 다양한 스케치 기법을 이용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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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작품. 붓을 들고 의도하며 그린 것 같지 않은, 우연에 기댄듯 물감을 흘려놓았지만 캔버스 전체를 놓고 보면 하늘, 모래사장, 바다(혹은 호수)가 떠오른다. 하늘과 물에서 파랑색을 거의 들어내버리니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심상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