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에서 터졌다. 민망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미팅중이라 참다 참다 결국 못이기고 회의실 나와서 반차 쓰고 집에 옴. 잠시 멍하게 괜찮아지다가도 갑자기 설움이 복받쳐올라 펑펑 울다가 난리도 아닌데, 뭔가 적어내야 할것 같아서 블로그를 켰다. 일기장에 적는게 더 맞겠지만 손일기는 뭔가 다른 결이고, 개인적인 공간에 적으려니 글이 안적혀서 어쩔 수 없이 블로그에 적어본다. 며칠 지나지 않아 비공개로 돌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굳이 숨기지 않을 예정.
1. 개인적인 일상에서의 문제는 없다. 가족과도 굳이 연락을 자주 나누는 편도 아니고, 딱히 문제도 없고, 친구들과도 마찬가지이고. 문제점이라면 내가 몇달째 연락을 거의 무시하고 잠수중이라는건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굳이 연락을 받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암튼 오늘의 이 상황은 내 개인적인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어서 짧게 적어보았다.
2. 운동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바쁘다보니 거의 못가고 있다. 이건 딱히 문제는 아니다. 감정조절을 못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할수도 있겠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닌걸.
3. 회사의 전사적인 최우선순위 과제의 일정이 확정되었는데, 이를 관리하는 PM 역할의 분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위클리 미팅 어레인지도 늦어서 불안불안 했는데 결국 대표님이 미팅일정 잡으시고 진행은 내가 하게 되었고. 대시보드에 대해서도 딱히 진행상황 관리하는 것도 보이지 않고.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하는지 전혀 모르겠고.
특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지점이, 입사한지 이제 며칠밖에 되지 않은 분에게 회의록 작성을 시키고 이에 대한 피드백과 리뷰도 거의 없이 회의 종료 땅땅-! 하는 부분에서, 아니 그러면 앞으로 뭐 어떻게 하자는거지...? 일을 할 게 널렸는데 본인이 관리를 한다는거야 만다는거야 뭐지...? 싶었던 게 가장 컸던거 같다. 일을 안할거면 명확하게 넘기든가, 본인들 부서에서 일을 할거면 제대로 하든가, 일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뭐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이거 중요한 프로젝트 아닌가? 전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프로젝트 아닌가???
이 상황에 대해서 이사님께도 대표님께도 이야기 드려 본 적이 있었는데, 저 분이 답답하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하면서도 딱히 뭘 해주지는 않았다. 답답하니 내가 이거저거 챙기고 하다보니 어떻게든 돌아가니까 그렇겠지 아마.
4. 예전부터 업무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왔지만 입사 후 2년이 다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우선순위 따위는 없다. 말로는 중요한 것에 포커스를 맞추자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중요하고 심지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더 오픈하려고 한다. 내부 시스템 고도화를 예전부터 시도했으면 뭐가 됐어도 됐을텐데.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이런 저런 기능들을 만들지 않았다면 훨씬 안정적인 서비스였을텐데. 작년 하반기부터 시간만 날려먹고,
특히나, 당장 최우선순위 과제가 우리 생각보다도 더 긴급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다른 프로젝트에 리소스가 분산되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짜 기획/개발 없이 가능한 상태인지 아닌지 한번 점검은 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불안한 요소들이 내가 보기엔 가득한데? 막상 반송 프로세스 점검해보니 우리가 바꿔야 하는 로직들이 산더미인데, 왜 이거에 대해서는 아무 고려가 없지???
5. 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상대적으로 기한을 맞추는 게 중요하지 않은, 어느정도 테스트성으로 일정을 짧게 잡았던 프로젝트가 어느새 일정을 반드시 맞춰야 하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왜? 대체 무엇을 위해서? 다른 팀들을 보면 상황에 따라 일정이 미뤄지기도 하고 개발팀 내에서도 그놈의 고도화는 대체 언제 되는건지 몇달동안 상태값 현행화도 하지 않아서 기획 몇번 엉키고 수정하고 난리였는데, 이 프로젝트는 단 이틀의 추가 시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하지 않는다.
일정관리도 리소스가 소요되는 일이고, 이 프로젝트는 일부러 일정관리를 아주 타이트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 리소스 투입을 최소화한 것이었는데 그냥 앞으로는 모든 프로젝트에 내가 일정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해야한다는 것일까? 내 몸이 여러개인것도 아닌데. 정말 뭐 어쩌라는거지.
6. 내가 리딩해야 하는 미팅이 너무 많다. 물론 서비스가 많아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다지 의미없이 진행되고 있는 미팅은 없애자고도 이야기 해봤는데 그것도 드롭. PM이 따로 있는 미팅마저 나한테 떨어짐. 미팅 진행과 준비와 후처리만 다 합해도 일주일에 하루는 될것 같다. 아, 내가 리딩해야 하는 정기미팅만 그렇다는 것.
7. 조직구조 변화라든가, 평가를 통한 저성과자에 대한 강력한 권고라든가, 뭐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뭔가를 시도해도 바뀌는 게 없다면 그냥 차라리 안했으면 좋겠다. 왜, 뭐하러 하는거지? 난 이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에 지쳤다. 내가 말한 것들 중에 지켜지는 것들이 없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8. 놀라운건, 위에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미 몇번씩 이야기한 것들이라는 점. 난 참다가 터지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바꾸고 싶은 것들은 이미 몇번씩 시도해보았고 그게 먹히지 않고 쌓이고 쌓여 여기까지 온 것. 그렇다보니 이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9. 뭐, 될대로 되라지.
'Diary > 일상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412] 불면증 (0) | 2025.04.12 |
---|---|
[250214] 그냥 오늘의 생각 (0) | 2025.02.14 |
[241216] 공연과 서점, 계엄과 집회 그리고 탄핵, 이어지는 일상 (0) | 2024.12.16 |
[241107] 오블완 시작, 오프더레코드 전시, 피크민 블룸, 산책, 그리고 기록들 (2) | 2024.11.07 |
[240823] 이것저것 불평 불만 (0) | 2024.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