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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공연관람 기록99

[230811] 연극 <3일간의 비> - 최근 본 연극들 중에서, '연극적인' 재미를 가장 많이 느낀 극이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단 3명의 배우는, 막과 막 사이 전환되는 시간흐름과 인물변화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고, 나는 홀린듯이 그들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 정인지 배우는 렁스에서도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유일하게 캐슷을 맞춰 골랐고, 역시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유현석 배우는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안정적이더라.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김바다 배우였는데, 1막과 2막의 연기 전환도 놀라웠지만 둘 다 너무 자연스러운 본인같이 느껴져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음.. 2023. 8. 12.
[230604] 두산인문극장 - 20세기 블루스 - 제목에 홀려서 예매한 극. 물론 예매할때부터 블루스 음악과는 그다지 상관 없는 내용일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블루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매력을 이기지 못하고 훅 잡아버렸다. 물론 배우와 창작진들의 이름에서 오는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긴 했다. - 2023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3개의 Age, 나이-세대-시대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확실히 나이듦에 대한 화두가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이날 본 연극 또한 중년-노년 사이의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지는 불안감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었다. 독신 가정, 이혼, 배우자의 병환, 부모의 부양, 신체적 노화, 경제적 문제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교차되는 것을 보며 작가의 구성능력이 탁월하다는.. 2023. 6. 25.
[230609] 2023 서울시향 빌마이어의 말러 교향곡 5번 -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믿고 간다!는 공식이 있었던 적도 기억나는데, 지휘자도 몇번 바뀌고 단원들도 조금씩 바뀐 터라 지금도 그 명성이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들었던 이 날의 연주만큼은 마스터피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법한 훌륭한 연주였음! 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연주 중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인데, 말러 교향곡 5번도 웅장한 편성이나 비극적인 서사, 그리고 이를 넘어서서 묘하게 느껴지는 한국적 신파의 향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전에 일주일 내에 말러 교향곡 5번을 두 번이나 듣게 되어서 상당히 인상깊게 남아있던 곡이기도 한데, 이날 들었던 말러는 또 다르네. 같은 서울시향의 연주인걸 감안해보면 지휘자의 곡 리딩이 많이 달라졌거나, 혹은 나의 취향이 많이 .. 2023. 6. 25.
[230603] 국립극단 <보존과학자> - 예술품을 보존한다는 것. 보존이란 무엇일까? 아니, 예술품이란 무엇일까? 예술품의 진정한 의미와 그 범위는 어떻게 규정하는 것일까? 작가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복원소식을 보고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확장시켜 하나의 극으로 만들어낸 이 작품은, 주제의식에는 아주 공감했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약간 갸우뚱? 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다다익선과 백남준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알고 있고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한번쯤 볼만 했지만,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과연 이 극을 보고 만족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 - 극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저 사람들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점. 리플렛에는 뭔가 이름이 적혀있긴 했는데, 대.. 2023. 6. 11.
[230603] 연극 <온 더 비트> - 어떤 공연을 관람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메탈리카!라는 이름에 홀려 예매해버린 이 극처럼 생뚱맞은(?) 계기로 보게 된 공연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연극에서 음악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극들에서 크게 만족한 적이 없었긴 하지만 또 나름 아주 나쁘지 않게 본 편이기도 해서, 조금 편한 마음으로 음악만 들어도 성공이야!라며 다녀옴. - 이 극의 화자는 드럼에 완전히 빠져있는 나이 어린 친구이다. 연극의 스토리를 보면 자폐증상이 있는것 같은데, 그만큼 본인이 몰두하는 것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완전히 빠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에는 두드릴 것을 찾다가 결국 세제통을 미친듯이 두드리기도 했고, 드럼이 생긴 이후에는 틈만 나면 드럼연습에 몰두했다. .. 2023. 6. 11.
[230602] 연극 '리어왕' 공연을 1부만 보고 나와서 이 공연에 대해 후기를 어떻게 남겨야할지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느낀점만 솔직하게(그리고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생각한 만큼만. 고전극은 시대적인 배경을 살려 클래식한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연출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배우들이 각자 대사를 읊는 것만 느껴지는 연출이라면 감상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극을 보고 깨달았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의미있는 무대전환이나 음악의 사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티키타카나... 어느것도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각자가 맡은 대사를, 각자의 역량대로 소화하고 있는 듯 보였다. 유독 맛깔난 연기가 눈에 들어오는 배우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평이한 배우도 있었고, 이들의 연기가 그냥.. 2023. 6. 9.
[230527]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다미안 잘레 'Kites' & 샤론 에얄 'SAABA'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마 2023년 올해의 댄스공연이 될듯한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몇년간 LG아트센터 기획공연들을 꾸준히 관람해본 결과, 클래식은 무난하고 안정적인 편이고 연극은 기복이 심해서 아주 좋거나 아주 별로거나. 항상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는 좋은 라인업을 가져오는 분야는 댄스였는데, 그 중에서도 발레와 같은 고전적인 무용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공연들이 더 만족스러웠다. 마곡으로 이사온 이후에도 댄스공연들은 하나같이 다 좋았고, 일부에서는 아주 큰 감동을 받았으니. 이날 본 공연은 하나의 단체에서 2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보여주었다. 두 프로그램간에는 출연진들을 제외하면 공통적인 부분이 없으니, 각 무대에 대한 감상은 따로 적어보려고 한다. 다미안 잘레 Kites - 프로그램북을.. 2023. 5. 29.
[230526] 국립발레단 <지젤> 예전에 국립발레단 공연을 한두번 보았었는데, 워낙 표를 구하기 힘들어서 몇년간은 거의 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공연. 그나마 이 공연을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국립극장 패키지로 표를 미리 구해서이지 아마 일반예매로 들어갔으면 절대 표를 구할 수 없었을듯. 매번, 그것도 일자별 스케줄 오픈 전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인기공연이다보니 다음에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볼 수 있을때 열심히 봐야지. 지젤은 발레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유니버셜 발레단의 공연인데다 거의 10년전에 본거라 기억이 가물가물...을 넘어서 그냥 아예 없다. 그런고로, 이날 작품을 보고 상상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남주인공의 무책임함, 그리고 여주인공의 (오랫동안 여.. 2023. 5. 29.
[230520]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쇼'라는 이름 외에는 붙이기 어려운 공연들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면 그냥 두세가지 수식어를 같이 때려박으면 그만인데,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애매하다면 참 난감해지는거다. 연극,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오케스트라, 서커스, 무용 등등.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있음에도, 그 어느 것에도 속하기 애매한 이 공연. 그래서 이름을 '스노우 쇼'라고 붙였나보다. 슬라바 폴루닌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계는 동화같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적인 공간이고, 그들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세계이기도 하다. 무언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퍼포머들의 행동은 약간은 갓난아이스럽기도 하고,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직접 노출하기도 한.. 2023. 5. 28.
[230513]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잉크> 국립극장 시즌패키지로 예매해둔 작품. 패키지 구매가 늘 그렇듯, 어떤 작품인지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예매했다. 공연날짜에 거의 임박하여 정보를 찾아보니 무용공연이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음. 작년 말부터 올해 유난히 무용 공연을 많이 보게 되는것 같은데...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라는 이름 또한 사람인지 단체인지 안무가인지 무용가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서, 정말 '백지' 상태에서 본 공연. 공연 관람 전 팜플렛에서 다양한 레퍼런스 이미지들이 소개된 것을 보았는데, 그 순간 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낮아졌다... 왜냐면 스토리 혹은 움직임이 아닌 이미지를 강조하는 공연치고 내가 만족한 공연이 거의 없었기 때문. 이 공연도 그러했는데, 물을 잔뜩 써가며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무대 위에서 형상화해보.. 2023. 5. 27.